모기향

by Rainsonata

2012년 9월 3일


아... 사랑하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바람 속에서 가을향기가 난다.


BUT! 그러나!


모기는 여전히 한 여름철인 듯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오늘은 차고에 모기향을 두 개 피워놓고, 혹시 집안에도 모기가 있는지 가만히 관찰해 봤더니, 역시나 거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평소에 뒤뜰로 나가는 거실문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모기들도 우리와 같은 동선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다.


거실에 피울 모기향을 찾다가, 나의 기억 창고 깊숙이 저장되었던 '모기향'과 '한 여름밤'의 풍경을 먼저 찾게 되었다. 나에게 여름이라는 계절의 이미지는 무더위보다는, 어스름한 저녁에 집에서 풍겨오던 모기향의 싸--한 향기로 각인되어 있다. 그렇다. 우리 집의 여름을 알리는 신호탄은 모기향의 출현이었다. 사기그릇 위에 놓인 녹색 모기향에 불을 붙이기 위해 동그란 성냥갑에서 성냥을 한 개 꺼내어 적돌색 부분에 성냥을 그으면,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황 내음과 불꽃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모기향에 불이 붙여지는 순간만큼은 숨을 멈추고 지켜보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순간은 모기향에 불을 성공적으로 붙인 뒤, 아직 타고 있는 성냥불을 유유히 두세 번 휘- 휘- 내젓던 할머니의 손동작이었다. 마치 꽃잎이 바람에 춤추듯, 할머니의 하얀 손끝에 들린 성냥불도 너울너울거리다 이내 꺼져버리곤 했다.


당시 나는 내가 어른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세 가지의 의식이 있었는데, 하나는 방금 말한 데로 우아한 손동작으로 성냥불 꺼보기, 또 하나는 할머니께서 법당에서 하셨던 것처럼 두 손가락만 가지고 촛불 끄기. 마지막 하나는 은행원처럼 한 손에 돈다발을 들고 순식간에 다다다 다다-- 바람소리가 날 정도로 멋들어지게 세어보기였다. 나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위의 세 가지 모두에 도전했으나 앞의 두 가지는 성공했고, 마지막 한 가지, 멋들어지게 돈다발을 세는 기술을 익히는 것만큼은 아직 행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오늘에서야 나는 이 글을 쓰면서 깨닫는다. 모기향을 피운다는 것은 할머니의 또 하나의 사랑의 의식이었음을. 내 새끼 귀한 피 한 방울도 모기에게 뺏길 수 없다는 할머니의 확고한 사랑의 사명감을 가슴에 품고 모기향은 피어오른다. 여름밤 우리가 잠들기 전, 할머니는 모기향이 켜져 있는지 항상 확인하셨다. 세월이 흘러 전기 모기향으로 바뀌었을 때도 할머니는 모기향의 붉은 전원 등이 켜져 있는지 꼭 확인하신 뒤에 잠자리에 드셨다. 난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우리 할머니의 준비된 사랑처럼 문갑 안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여벌의 모기향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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