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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나무 Jun 02. 2024

심심하다고 만든 수첩이 놀랍다

이건 레지오 단장님인디...


우리 딸내미는 생후 1년 안되어 유아세례를 받았고

그 후 엄마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먼 동네에서

성당 나가서 신부님, 언니오빠들 사랑 듬뿍 받으며 살다가

여섯 살에 다시 세종으로 돌아와서

주일학교에 다니면서 엄마아빠도 열심히 함께 다니는 중이다.

아이 덕분에라도 더 열심히 살다가 천국 가서 셋이 만나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도 한다.


아무튼!!!

아침부터 우리 부부는 집안을 뒤집고

남편이 사 온 로봇청소기로 묵은 유리창을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혼자 이 토요일 오전의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는 뚝딱뚝딱 뭔가를 만들었다.


이 '쉿! 나만의 @@수첩' 시리즈는 아이가 다섯 살 때부터

만들던 노트의 시그니처 제목이다.


쉿! 나만의 가을 풍경 일기

쉿! 나만의 비밀일기장(비밀 안 쓰여있음)

쉿! 나만의 학교생활

쉿! 나만의 재미있는 이야기

쉿! 나만의 무서운 이야기

등등이 있는데


기도수첩이라니... 알렐루야

아이는 나와 남편을 불러서 말했다.

"이 수첩은 기도수첩이야. 내가 담당자고 엄마아빠는 단원이야. 오늘부터 매일 한 구절씩 성경을 쓰는 거야. 썼으면 체크표시를 해. 다음날에도 똑같이. 이 수첩이 6월 12일에 다 쓰니까 6월 13일에는 셋이 묵주기도를 하는 날이야. 알았지??"


하고서는 본인 칸에 써놓고 수시로 나와 남편에게

언제 쓸 거냐고 쪼았다... ㅎ

단원이 나와 남편인걸 보니 아무래도 아이는 기도단장님이신 듯..

결국 아이가 자고 나서 남편과 나는 부랴부랴 한 구절씩 쓰고


자려다

며칠 전 아이가 말한 게 생각나 적어본다.


"엄마는 할머니 되면 뭐 할 거야?"

"계속 일하면서 주말에 성당 가고 하윤이랑도 여행 가고 아빠랑도 놀고먹고 기도하고 할 건데? 하윤이는?"

내 말을 듣던 하윤이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할머니 되면 음식 하시고 봉사하시는 그런 거 있잖아. 성당에 여성부 같은데 들어가서 봉사하면서 살고 싶어. 맨날 성당 갈 거 아니야. 오전미사도 가고 싶고."

"오. 엄마도 평일 오전미사는 정말 가고 싶다."

"그건 안되지 회사 다니는데."


아이의 행복의 이유가, 할머니 되어 가고 싶은 곳이

성당이라니.

오늘은 어린이미사 끝나고 계속 같은 학년 친구들이랑 첫 영성체 얘기를 하고 복사를 하고 싶니 마니를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있을까.

6월 13일은 무조건 세 식구 묵주기도 예약

(사실 나와 남편은 매일 5단 이상은 바치고 있어서 셋이 함께 한다니 무척 기다려진다 ^^)


다음 주에 우리 교구에서 진행한다는 체나콜로라는 것을 처음 가볼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보좌신부님과 본당 신자들께서 성지순례 가셨는데 정말 좋은 시간 되시기를 작은 기도한 자락 바치며.


정말 자러 가야지. 뿅

아름다운 본당 입구의 성모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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