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D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 맥락, 이론적 배경 소개
현재 대학원에서 '교육공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교수설계나 교육공학, 기업교육이나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에 대해 명확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저 기업이 업무와 성과를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거나 교수설계를 하는 것이라는 정도의 인식 수준이었다.
또한, 교육공학을 공부하는 주변의 동학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변 사람들이 '교육공학이 뭐하는 학문이냐'라고 물어볼 때 쉽고 명쾌하게 설명을 해주기 어려워서 곤란했던 적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만큼 교육공학은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이론과 실천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다양한 선행 이론과 학문 분야를 토대로 형성된 응용 학문 분야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글에서는 교육공학에서 다루는 분야 중 하나인 '인적자원개발(HRD)'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인적자원개발의 정의와 맥락으로부터 시작하여 그 배경이 되는 선행 학문 분야들에 대해 간략하게 요약해 보고자 한다.
HRD 분야의 대가로 Watkins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Swanson(2009)이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 이하 HRD)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견해는 다음과 같다.
- HRD의 양대 축이자 논쟁이 발생하는 지점: “개인과 조직의 학습” & “개인과 조직의 성과”
- HRD를 바라보는 시각: ‘과정’으로서의 HRD
- HRD의 두 가지 중요한 실천 영역: 조직 개발(organizational development: OD), 훈련 및 개발(training and development: T&D)
참고로, HRD 분야의 다른 학자들은 개인에 초점을 맞춘 '훈련 및 개발'을 좀 더 세분화하여 '개인 개발(Indivisual Development; ID)'와 '경력 개발(Career Development)'로 나누고 '조직 개발'과 함께 3가지 중요한 실천 영역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본인도 개인적으로 이렇게 3개 영역으로 분류하는 것이 현 시대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그는 HRD에 대한 기본적인 프레임웍을 다음 그림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Swanson(2009)에 따르면 HRD라는 것은 사실 그 개념이 생겨나기 이전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고, 현대적 의미의 HRD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이루어진 막대한 인력 개발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즉, HRD는 학문적이고 이론적 탐구보다 현실에서 실천적인 활동으로 먼저 시작이 되었고, 조직 맥락에서 개념 정립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이론이 뒤따르는 모양새를 지녀왔다.
HRD는 여타 학문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정립된 분야이고, 실용적인 학문인 관계로 태생적으로 기존에 정립된 학문 분야들을 토대로 ‘다학문적(multidisciplinary) 접근’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영학이나 정보과학과 마찬가지로 HRD도 기존의 이론적 기초로부터 발전을 해왔고, Swanson(2007)은 이러한 응용학문의 이론적 틀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요소를 도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핵심: 새로운 응용 학문에 기여하는 기존의 학문과 이론들로부터 핵심 이론을 도출
기여 이론: 새로운 응용 학문에 이론적, 학문적 토대를 제공해 주는 이론들
유용함: 새로운 응용 학문의 핵심 이론은 아니지만 응용 학문이 정립되는데 유용한 이론들
새로움: 응용 학문이 발전해 나가기 위한 새로운 인사이트나 관점을 제공해주는 이론들
경계: 응용 학문 및 기여 이론들을 관련 없는 다른 영역들과 구분하는 경계
관련 없음: 응용 학문 및 기여 이론들과 관련이 없는 학문, 이론들
위 그림과 같이 응용학문은 기존의 이론들의 내용을 참조하여 핵심적인 요소와 유용한 요소들을 도출하고 이를 그 이론적 기반으로 삼는다. 기존 이론들은 이외에도 유용하거나 새로운 이론들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고, 새롭거나 유용한 이론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론들과의 사이에 경계가 형성된다.
Swanson(2009)은 HRD의 가정과 맥락에 대해 언급하면서 HRD의 조작적 정의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인적자원개발은 성과 향상을 목적으로 전문성을 개발하고 발현하는 과정이다.”
HRD는 우선 시스템과 그 하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다방면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지녀왔고, 이로 인해 HRD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을 도입하고 독특한 방법으로 이론들을 통합해왔다. 이를 위해 HRD는 조직과 환경 내에서 아래와 같은 인적자원개발 모형을 형성해 왔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조직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경제적, 정치적, 문화적)과 상호작용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조직의 미션과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HRD를 통해 인적자원을 산출해 내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조직과 환경 내에서의 인적자원개발 모형’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 정의, 모형은 세 가지 핵심 기여 이론인 심리학 이론, 경제학 이론, 시스템 이론을 통해 설명될 수 있고 지지된다. 이 세 가지 이론은 각기 고유하고 보완적이며 견고하다. 그리고 함께 HRD 학문의 기초가 되는 기여 이론을 구성한다. Swanson(2009)은 이 세 가지 이론을 다리가 세 개인 의자로 시각화 하였다. 이 세 개의 다리는 불안정하고 지속적으로 변하는 환경에서 하나의 학문 분야이자 실천 분야로서의 HRD를 받쳐 주고 있다.
Swanson(2009)은 이 의자의 밑 부분에 깔려 있는 ‘윤리’가 중재의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세 가지 이론은 윤리적 신념의 필터를 통해 중재되고 또한 통합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백평구와 이희수(2009)는 Swanson의 걸상 모형(three-legged stool)을 비판하면서 HRD에서 윤리는 ‘선언적’ 의미만을 갖는다는 제한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윤리적 차원에 대한 고려가 현재까지의 인적자원개발 정의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못한 것이 명백하고, 향후 전문가들에 의해 HRD의 윤리적 차원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HRD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세 가지 이론의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희소자원이론: HRD는 희소자원의 활용을 정당화해야 한다.
• 지속자원이론: HRD는 지속 가능한 장기적인 경제적 성과를 위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 인적자본이론: HRD는 개인과 집단의 지식과 전문성을 개발하는 투자를 통하여 장단기적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 게슈탈트 심리학: HRD는 개인, 업무 프로세스 담당자, 조직 리더의 목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 행동주의 심리학: HRD는 개인, 업무 프로세스 담당자, 조직 리더의 지식과 전문성을 개발해야 한다.
• 인지주의 심리학: HRD는 개인, 업무 프로세스 담당자, 조직 리더의 목표와 행동을 조화시켜야 한다.
• 일반 시스템 이론: HRD와 다른 하위 시스템이 해당 조직과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단절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 카오스 이론: HRD는 해당 조직이 직면한 카오스 속에서 그 목적과 효과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 미래이론: HRD는 해당 조직이 대안적 미래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HRD는 실천에 기반한 학문이기 때문에 실천에서 검증된 온전한 이론으로 학문을 발전시키고, 성과 향상이라는 미션을 달성하는 것이 HRD 분야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정재삼(2002)의 경우, Swanson이 제시했던 경제학, 심리학, 시스템 이론이 아니라 경제학적 접근, 경영학적 접근, 그리고 교육학 및 교육공학적 접근을 중심으로 HRD의 개념을 논의하였다. 그는 경제학은 거시적인 접근으로, 경영학과 교육학 및 교육공학은 미시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경제학의 경우, 인적자원개발 정책의 방향을 정립하는데 기여한다고 봤다. 경제학은 인간을 투자에 의하여 경제가치 혹은 생산력의 크기를 증가시킬 수 있는 ‘자본’으로 본다. 인적자본을 ‘생산성, 혁신 및 고용가능성을 신장시키거나 지원할 능력을 가진 무형자산’으로 바라보면서 사회자본과 구분하고 있다.
반면, 경영학의 경우 조직의 효율화 향상이란 관점에서 직무, 인간관계 및 자기개발의 측면을 HRD의 세 가지 축으로 본다. 경영학에서는 인적자원을 ‘자산(asset)’으로서의 개념과 ‘투자(investment)’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HRD를 ‘개인, 집단, 조직의 효율 향상을 목적으로 Individual Development(ID), Organizational Development(OD), Career Development(CD)를 통합한 의도적, 계획적, 조직적 학습활동’이라고 일반적으로 규정한다.
교육학 및 교육공학에서는 기업교육, 성인교육 및 평생교육을 강조하면서 HRD의 방법적인 측면을 그 중심 축에 둔다. 교육은 ‘바람직한 인간행동의 계획적인 변화’ 또는 ‘학습자가 지니고 있는 성장 가능성을 의도적이면서 계획적으로 가치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 신장시켜 자기실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로 정의된다. 따라서, 교육공학 및 교육학 관점에서 HRD는 학습자 또는 조직 구성원의 능력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의 요구, 학습과제, 학습환경 및 학습자를 분석하고 교수-학습이론을 바탕으로 최적의 방법과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개발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학습자가 학습목표를 성취하게 하고 일, 직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HRD에는 훈련(training), 교육(education), 개발(development)라는 세 가지 학습 경험이 포함된다.
HRD는 평생교육 관점에서도 중요한데, 백평구 외(2009)는 Wang & Sun(2009)이 제시한 HRD 개념의 생애 모형을 인용(아래 그림)하면서 아동교육, 정규교육, 성인교육, 노인교육 등 인간의 생애 단계별로 적용되는 교육의 다양한 맥락 속에서 HRD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백평구 외(2009)는 또한 HRD에 대한 개념 고찰 및 문헌 분석을 통해 HRD 개념 정의의 핵심이 되는 용어들을 다음 표와 같이 도출한 바 있다.
이 핵심 용어들을 통해 HRD의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 및 정리가 가능하다.
① 인적자원개발 개념에 있어서 성과와 학습이 핵심을 구성한다.
② 개인 차원의 훈련 및 개발은 인적자원개발 개념의 형성 초기부터 구성 요소로서 지속성을 갖는다.
③ 심리학, 시스템, 경제학은 인적자원개발의 이론적 토대를 이루는 분과 학문이다.
④ 인적자원개발은 조직 전반의 효과성 및 향상을 지향하는 조직 및 개인에 관해 다룬다.
HRD의 기원과 개념들에 대해 몇몇 학자들이 나름대로의 관점을 가지고 기술한 문헌들을 읽으면서 본인이 기존에 공부했던 전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교육공학을 박사과정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Swanson이 거듭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바와 같이, HRD는 철저하게 현장에서 먼저 실행이 되고 있었던 분야였다. 이 현장의 현상을 보다 체계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기존의 다른 학문적 이론을 토대로 다분히 실용적이면서 실천적인 이론과 모형을 정립한 것이 HRD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HRD는 응용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현장과 이론을 떼어서 논할 수 없는 분야라고 할 수 있겠다.
본인의 경우, 약 10년 전에 커리어를 전환하면서 IT 교육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솔직히 IT서비스 분야에서 일했던 경력으로 인해 IT는 조금 알고 있었으나 교육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었다. 업무로서 그리고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는 사업으로서 IT교육 일을 하면서 아무런 이론적, 학문적 배경 없이 현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다. 고객 요구 분석부터 시작하여 과정 설계, 마케팅 및 영업, 그리고 교육 운영까지 교육 관련 전체 사이클을 경험해야 했고, 대상 고객도 B2C, B2B, B2G를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실무를 하면 할수록 교육이라는 분야의 그 이면에 있는 근원적인 이론과 학문적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교수설계가 무엇인지도 전혀 모르는 수준에서 과정을 설계했고, 학습자에게 맞는 최적의 학습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한 아무런 이론적 지식도 없이 교육 과정을 운영했다. 돌이켜 보면, 실행해야 하는 프로젝트 과제가 먼저 주어지고 나중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론을 찾은 PBL이었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일종의 경험학습이었다고 우길수도 있을만한 경험들이었다.
교육공학 박사과정에 들어와 공부했던 경험과 현장에서 교육사업을 수행했던 실무 경험을 토대로 볼 때, McLean이 짧은 아티클을 통해 주장한 Octopus 또는 Centipede 이론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도 몇 년 전 석사 과정을 통해 MBA와 비슷한 기술경영을 공부하면서 경영학 관점에서의 HRD에 대해 살짝 공부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공부한 경영학과 교육공학을 토대로 볼 때, HRD라는 분야는 정말 인간과 조직이라는 맥락에서 논의가 되고 있으면서도 이로 인해 인간 및 조직과 관련된 다양한 학문을 참조하고, 통합하고,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종합응용학문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본인은 HRD의 이러한 측면이 이 분야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 같다.
더불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도구와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데이터 분석 등 기술이 활용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교육공학이 발전되고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스스로 교육공학을 선택한 것이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적자원개발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학습 vs. 성과” 패러다임이 크게 충돌해 왔다. Swanson의 경우, 기술경영학과의 교수이기 때문인지 둘 사이의 조화를 이야기 하면서도 '성과'쪽에 비중을 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그의 생각은 아래 문구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책임 있는 인적자원개발(HRD)이라면 경제적 성과에 대한 직접 분석, 활동, 측정의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조직은 존재하기 위해서 소비하는 비용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고, 조직의 생존과 이윤에 공헌하지 못한다면 인적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긴 하는데, 기업 현장의 HRD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영원한 숙제라 할 수 있다. 이 두 패러다임의 갈등과 관련해서 제3지대 영역을 찾아보려는 노력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교육공학 관련자 분들이 이 숙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Swanson, R. A., Holton, E., & Holton, E. F. (2009). 인적자원개발론(개정판) (오헌석, 이현웅 역). 서울: 학지사. (원저 2001 출판) chap. 1 & 5
• McLean, G. N. (1998). HRD A three-legged stool, an octopus, or a centipede. Human Resource Development International, 1, 375-377.
• 백평구, 이희수 (2009). 인적자원개발 개념 분석을 통한 정체성 탐색. 농업교육과 인적자원개발, 41(3), 201-228.
• 정재삼 (2002). 인적자원개발의 개념 및 영역.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교육과학연구소. chap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