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스킬 중심의 커리어 개발이 필요한 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공개한 <Work Trend Index 2024> 보고서를 보면 기업에서 AI 사용이 급증하고 있고, 이로 인해 채용과 인력 시장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31개국가에서 일하는 31,000명의 지식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 정도가 이미 업무에 AI를 사용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리더들도 AI 도입이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79%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AI를 사용하는 직원들 중 회사가 제공하지 않는 AI 도구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무려 7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조직 구성원들이 회사의 지원이 없더라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 인공지능을 업무에 활용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일터에서 BYOAI(Bring Your Own AI)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조직 구성원들 중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76% 정도인 것이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개인용 PC나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이 처음 대중에게 보급되던 시절과 비슷한 파장과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업무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고, 일터에서 AI가 필수불가결해지는 전환점에 서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인력 시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직무의 종말>(최준형 저)에서는 크게 4가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전문 자격증의 종말, 숙련의 종말, 직무 경계의 종말, 정규직의 종말이 그것들입니다.
최근에 세무 관련 업무를 대행해 주거나 의료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앱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져 관련 자격증 없이는 영리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영역들까지 비즈니스의 장벽이 차츰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법률 서비스를 도와주는 로톡의 경우, 월 25만~50만원의 광고료를 낸 변호사를 검색 상단에 노출해 주었습니다. 변호사협회에서 이 부분을 문제 삼아 법률 분쟁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로톡 서비스에 문제가 없다는 법적 판단이 연달아 나오자 변협은 2021년 5월 아예 광고 규정을 바꿔 변호사의 로톡 광고를 금지하고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기까지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로톡의 손을 들어주긴 했는데 소위 ‘사’자가 붙는 전문 자격증도 이제는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이전에는 전문 스킬을 보유한 인력들만 할 수 있었던 업무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비전문가도 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무 사이의 경계도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같이 할 수 있는 개발자를 의미하는 ‘디발자’나 개발을 할 줄 아는 디자이너를 의미하는 ‘개자이너’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노동분업의 개념이 나온 이후로 직무는 기업이나 일터에서 일을 구분하는 지배적인 틀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직무별로 필요한 역량을 정의하고, 특정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에 대한 요건을 담은 직무 설명서(Job Description)를 토대로 인력을 채용하고 육성해왔습니다. 하지만, 직무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앞으로는 역량별로 인력을 채용하기 보다는 더 세분화된 스킬(skill) 단위로 인력을 채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물론 이 중에서 인공지능 관련 스킬을 보유한 인력과 그렇지 못한 인력 사이에 격차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기업 현장에서는 팀이나 부서라는 칸막이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모습 대신 직원 개인이 가진 스킬을 기반으로 여러 팀이나 여러 부서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인력 시장에서는 특정 직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 대신 특정 스킬을 가진 계약직 인력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 소위 ‘N잡러’나 ‘긱 워커(Gig worker)’라 불리는 인력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언급한 <Work Trend Index 2024>에서는 앞으로는 AI 활용 능력이 인력 채용의 새로운 필수 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66% 정도의 리더들은 인공지능 관련 스킬이 없는 인력은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대다수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자리의 성격과 채용 동향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다음 직업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포지션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링크드인에서 선정한 유망 직업 중 68%가 2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유망 직업은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업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커리어를 개척해 나가야 할까요? 개인의 경력 개발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프레임워크로 이키가이(IKIGAI)가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일 이렇게 네 가지 영역이 중복되는 일을 선택하라는 개념이죠.
그런데 앞으로는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기준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개척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잘 하는 일들 중 일정 부분은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로 인해 대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일들 중에서 기술 발전으로 대체되지 않을 업무들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기존에 해 온 직무에 집착하기 보다 스킬 중심으로 커리어를 개척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는 특정 직무 단위로 인력을 채용하기 보다 세부적인 특정 스킬을 보유한 인력을 필요한 시간만큼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스킬을 보유한 인력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겠죠.
추가로 조직 차원에서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대신 조직 구성원들이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의사결정 능력을 기르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나 정보 등은 더 정교화 될 것이고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이 처리해 줄 것입니다. 인간은 인공지능이 마련해 준 데이터나 정보를 기반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험과 인사이트와 같은 비디지털 정보를 기반으로 인간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영역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 전환의 시대에 직무와 채용 시장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간략하게 살펴보고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살펴봤습니다. 인간 수명의 연장과 기술의 발전으로 젊은 세대들은 앞으로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다만, 연관성이 크지 않은 여러 직무를 옮겨가며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인력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스킬을 개발하고 그 스킬이 사용될 수 있는 직무들을 연결하여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이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은 마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과 같이 모든 인력들의 기본 소양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달라지는 경력 개발 패러다임에 주목하면서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현명하고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