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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개선과제 도출을 위한 퍼실리테이션 활용 방안

대기업 R&D 조직 사례

by Rainy Park

규모가 큰 조직일수록 복잡한 조직 문화나 경직된 소통 방식 때문에 업무 성과 향상이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구성원들의 집단 지성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퍼실리테이션의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 대기업의 연구개발 조직을 대상으로 업무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도출 작업을 도운바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 내에서 이 작업을 맡고 있는 담당자들도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어서 전형적인 퍼실리테이션 방법론을 사용하기 보다는 조직의 내부 환경을 고려해서 접근했습니다. 특히, 조직 내에서 일종의 CA(Change Agent) 역할을 하는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샵에서 개선 과제 도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중점으로 퍼실리테이션 활용 방안을 고민해 봤습니다.


조직 개선을 위한 퍼실리테이션의 필요성

연구개발 조직의 업무 성과나 환경 개선은 단순히 몇몇 리더의 지시만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복합적일 수 있으며,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조직 구성원들이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발산수렴하며, 구체적인 개선 과제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좀 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디자인 씽킹을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가 워크숍 환경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퍼실리테이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퍼실리테이터는 회의나 워크숍 등 집단 의사소통을 이끌어가도록 돕는 활동을 수행하며, 참가자들이 공동의 안건을 다루고 토의를 잘 하도록 지원합니다. 특히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을 때, 퍼실리테이터는 논리적 언어와 감성적 언어를 조화시켜, 모든 참가자가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도록 돕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에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답이 없거나 다수의 판단과 참여가 중요할 때 효과적입니다.


퍼실리테이션 적용 방안

성공적인 워크숍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며, 이는 워크숍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는 크게 '준비'와 '진행'으로 나눌 수 있으며, 준비 단계는 다시 '프로세스 설계'와 '현장 준비'로 세분화됩니다. 디자인 씽킹 기반 워크숍 설계를 위한 퍼실리테이션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준비 단계


구성원 니즈 파악: 워크숍의 배경, 참여자 특성, 조직 문화, 그리고 워크숍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R&D 조직의 경우,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사전 간담회 또는 인터뷰가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점이 문제인지, 개선된다면 무엇이 달라질지 등 해결해야 할 핵심 이슈를 깊이 파악합니다.

협력 관계 조성: 워크숍의 목표와 기대 결과물, 진행 절차 등에 대해 참석자와 담담자간에 명확히 합의를 하고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합니다. 특히 연구개발 조직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팀원, 팀장, 유관 부서 등)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들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로세스 설계: 실제 워크샵에서 주어지는 시간을 토대로 아이디에이션의 핵심 프로세스(예를 들면, 공감-정의-아이디어 발상-실행 계획 등)를 워크숍 시간과 목적에 맞게 구성합니다.

문제 정의: 사전에 진행한 간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도출해야 할 핵심 문제와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단계를 설계합니다.

아이디어 발상 (발산):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때 브레인스토밍 원칙(비판 금지, 자유로운 발언, 양 우선, 결합 및 개선)을 적용하거나 '퀘스천 버스트'처럼 질문을 통해 아이디어를 자극하는 기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R&D 조직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문적인 아이디어 발상 기법이나 도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구체화/선택 (수렴): 발산된 아이디어들을 그룹화하고, 워크숍 목표에 맞는 기준(예: 실행 가능성, 효과성, 혁신성 등 R&D 맥락에 맞는 기준)을 바탕으로 논의를 거쳐 최적의 개선 과제 아이디어를 선택합니다.

실행 계획 수립: 선택된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실행 과제로 만들기 위한 다음 단계를 간략하게라도 논의하도록 설계합니다.

최적의 환경 요소 반영 및 현장 준비: 효과적인 논의를 위해 물리적 환경을 조성합니다. 참가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장소, 분임토의와 전체 토의가 가능한 공간 크기, 아이디어 차트 등을 게시할 벽면 공간, 소리가 울리지 않는 환경, 적절한 조명과 기자재 등을 미리 파악하고 준비합니다. 온라인 워크숍이라면 기술 전문가를 두거나, 충분한 기술 리허설을 하는 등 온라인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꼼꼼히 준비해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참가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워크숍 시작 전 아이스브레이킹이나 모두가 지킬 그라운드 룰을 합의하는 과정을 설계합니다.


(2) 효과적인 워크숍 진행


오프닝: 워크숍의 목적과 기대 결과물을 다시 한번 명확히 공유하고, 참가자들이 왜 이 자리에 모였는지 참석의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가급적 별도의 아이스브레이킹 세션을 통해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고 상호간 라포를 형성하며, 모두가 편안하게 발언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합니다. 워크숍의 그라운드 룰을 공유하고 합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프로세스 실행 및 촉진: 설계된 프로세스에 따라 각 단계를 진행합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중립적인 태도와 언어를 유지하며, 특정 의견에 개입하거나 판단하지 않습니다.

모든 참가자가 발언할 수 있도록 참여를 촉진하고, 발언하는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합니다. 적극적인 경청을 통해 참가자의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이해하고, 핵심 내용을 시각적으로 기록하여 그룹 전체가 같은 내용을 이해하고 논의에 집중하도록 돕습니다.

아이디어 발상 단계에서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수렴 단계에서는 합의된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안내합니다.

시간 관리에 유의하며, 단계별 시간을 효과적으로 배분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논의가 길어질 경우, 설계된 프로세스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현장 대응 능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워크숍 규모가 커서 여러 명의 퍼실리테이터가 함께 한다면, 메인 퍼실리테이터와 협력 퍼실리테이터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과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입니다. 협력 퍼실리테이터는 현장에서 참가자들과 가장 가까이 소통하며 참가자의 의도나 그룹의 역동을 파악하고, 이를 메인 퍼실리테이터와 공유하여 전체 프로세스 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합니다.

클로징: 워크숍에서 도출된 아이디어와 결과를 명확히 요약하고 공유합니다. 참가자들의 소감을 공유하며, 워크숍을 통해 무엇을 얻었고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도출된 개선 과제 아이디어가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음 단계나 의사결정권자의 지지 등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며, 참여해준 구성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워크숍을 마무리합니다.


(3) 워크숍 이후


워크숍에서 도출된 개선 과제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실행되고 조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사후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워크숍 결과를 정리하여 공유하는 등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습니다. 워크숍 참여자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다음 워크숍 설계에 반영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결론

업무 성과 및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워크숍은 구성원들의 참여와 아이디어를 통해 조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여기에 전문적인 퍼실리테이션이 더해진다면, 복잡한 조직 내 역학 관계 속에서도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지혜를 발휘하고, 의미 있는 개선 과제를 도출하며, 그 과정 자체를 긍정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진행 역량, 그리고 현장의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갖춘 퍼실리테이터는 R&D 조직의 혁신과 성장을 위한 촉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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