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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욱 Sep 06. 2023

차이나조이,
게임이 없어도 게임쇼가 될 수 있다

2023 차이나조이를 다녀와서

  2018년 9월 중국에 처음 발을 들였으니, 거의 5년을 기다린 것 같다. 2018년이나, 2019년에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아무런 보호도 없는 외부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를 엄두도 내지 못했고, 언어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그 이후에는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었다. 그렇게 5년을 기다린 끝에, 돈도, 시간도, 언어 능력도 갖출 수 있게 됐고, 이번 차이나 조이에 이틀간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공백 제외: 5264자


목차

1. 차이나조이란?

- 세계 3대 게임쇼

2. 차이나조이 입장권 구매 및 판매 시간

- 차이나조이 BTOB 입장권 구매하기

- 차이나조이 BTOC 구매하기

3. 2023 차이나조이, 재밌었나요?

4. 반쪽짜리 게임쇼?

- 참고 문헌




1. 차이나조이란?

  차이나 조이는 한국의 G-STAR와 같은 중국 최대의 게임쇼다. 개최지가 1선 도시의 최전선에 있는 상해에서 열리는 만큼 규모도 매우 크고, 상당히 많은 업체가 참가한다.


  G-STAR가 열리는 부산의 BEXCO 실내 전시 면적이 제1전시장 26,508 제곱미터, 제2전시장이 19,872 제곱미터로 총 46,380 제곱미터인데, 차이나조이가 열리는 상해 SNIEC의 실내 전시 면적은 100,000 제곱미터BEXCO 2개가 들어가고도 반이 남는다. BEXCO의 야외 면적까지 모두 합하면 100,000 제곱미터 정도가 되는데, SNIEC는 야외 면적을 합하면 약 200,000 제곱미터로 야외 면적을 합해도 두 배 가까이 거대하다.


  또 그만큼의 업체가 그 공간들을 가득 메우는데, 사실 이 규모가 숫자로 표현되지 않을 만큼, 체감 규모는 훨씬 더 크고, 거대하다.


  세계에는 3대 게임쇼라고 불리는 인지도도 높고, 참관객도 많은 게임쇼가 있는데, 첫 번째는 매년 6월에 열리는 미국의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두 번째는 매년 8월에 열리는 독일의 게임스컴(Gamescom), 세 번째는 매년 9월에 열리는 일본의 도쿄 게임쇼(Tokyo Game Show)다.


그렇게 규모가 크다면서 세계 3대 게임쇼에는 또 안 들어가네?


  모바일 게임의 발전으로 인해 세계 디지털 게임 시장의 절반 이상(51%)이 모바일 게임인 상황에서, 어떤 지역적인 이점을 가지고 게임을 차별적으로 대접할 수는 없게 됐다. 왜냐하면 모바일 게임의 수단인 스마트폰은 인터넷이 개통된 전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 박람회의 판도 기준 자체를 바꿔버렸다. 이전에는 게임 전시 개수가 기준이었다면, 2019년 이제는 관중 동원력만이 평가 기준이 되었다.

  관람객 수 기준으로 도쿄 게임쇼는 이제 25만 명 선까지 추락하여 파리 게임 위크(32만 명, 프랑스), 브라질 게임쇼(33만 명, 브라질), 차이나조이(38만 명, 중국) 등에 밀리고 있다. E3는 원래 B2B 행사이기에 관람객 수가 8만 명 정도만 유지해도, 이 인원이 전부 다 게임업계 관계자이지만, E3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게임쇼는 대부분이 B2C 행사이고 E3처럼 B2B만으로 흥행을 거둘 수는 없다. 즉, B2C 흥행을 위해 다양한 관객을 초청해야 하는데, 결국 이 과정에서 평가 기준이 일반인 관람객 수에서 나오게 되어버린다. 따라서 관람객 수가 증가하는 게임쇼에 더 많은 주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며, 관람객 수가 줄기 시작한 게임 박람회는 점차 쇠퇴하는 것이다.

  게임 박람회 업계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한 러시아 IgroMir, 브라질 게임쇼, 프랑스의 파리 게임 위크, 영국의 EGX 등은 거의 대부분이 대침체 이후에 창설되었다.

  즉, 기존의 세계 3대 게임쇼라고 했던 것도 차츰 쇠락하고, 다른 신흥 게임 박람회들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세계 3대 게임쇼라 불렸던 E3, 게임스컴, 도쿄 게임쇼의 권위가 점차 약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3대 게임쇼로 불리던 게임쇼의 위상은 조금씩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차이나조이는 압도적인 참관객 수로 그 자리를 넘보고 있다. 물론 이 글의 끝에서는 뭔가 좀 다르다는 결과를 말할 테지만 어찌 됐든 표면적으로는 참관객 수가 매우 많다.


2. 차이나조이 입장권 구매 및 판매 시간

  “차이나” 조이답게 입장권 판매 시기나, 구매 방법이 제대로 안내되어 있지 않았다. 지스타나 도쿄 게임쇼는 일찍부터 언제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고, 어떻게 구매하는지도 잘 설명되어 있는 데다가 이러한 정보를 공식 홈페이지에 정갈하게 안내하고 있는데, 차이나조이는 입장권 구매 한 달 전까지 공식 위챗 미니 프로그램과 공식 홈페이지의 UI조차 제대로 정비하지 않고 있더라.


  여러 번 참가했던 경력자였다면 언제쯤 입장권 판매가 시작되고, 가격이 얼마이며, 어떻게 구매하는지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을 테지만, 5년을 기다린 첫 참가였기 때문에 혹시나 수량 제한이 있다거나, 혹은 입장권 구매 시기를 놓칠지 걱정됐었다. 이전 차이나조이 참가 후기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검색도 해봤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대부분 네이버 블로그 수준의 "짜잔! 이걸 알아볼까요? 그래서 결국은 궁금하네요!" 들의 쓰레기 글들이었고,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찌 됐든 그래서 두 달 전부터 차이나조이 공식 홈페이지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관련 소식을 관심 있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지인이 차이나조이 입장권을 샀다는 소식을 SNS에 올렸다. 깜짝 놀라서 어디서 샀는지, 언제 입장권 판매가 시작됐는지 물어봤는데, 이미 시작이 됐다네? 그런데 자세히 확인해 보니 BTOC가 아니라 BTOB 입장권의 판매가 시작된 것이었다.


  대부분의 게임쇼는 비즈니스 전시장과 일반 전시장을 같이 운영하고, 비즈니스 방문객을 위한 BTOB 입장권과 일반 방문객을 위한 BTOC 입장권을 분리해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게임 체험이나 이벤트 등의 활동은 모두 BTOC 전시관에서 진행되고, BTOB 전시관에서는 업계에 관련된 사람들이 자신의 기업을 알리고, 관계자들끼리 명함을 교환하거나, 회사 소개서를 전달하는 등의 활동이 이루어진다.


2023 차이나조이 BTOB 전시관의 입구


차이나조이 BTOB 입장권 구매하기

  2023 차이나조이 BTOB 입장권은 HuoDongXing이라는 플랫폼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물론 DaMai라는 플랫폼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데, HuoDongXing에서 할인하고 있길래 난 이곳에서 구매했다. 할인이라고 하면 또 뭔가 싶을 텐데, 얘네는 얼리버드는 할인 혜택을 주더라? G-STAR는 사전에 무료로 입장권을 뿌리는 이벤트를 하긴 했어도 얼리버드 할인을 주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조금 신기했다.


2023.06.23~2023.06.30 BTOB 30% 할인

Pass A 원가 550위안 > 할인가 385위안


2023.07.01~2023.07.20 BTOB 10% 할인

Pass A 원가 550위안 > 할인가 495위안


BTOB 사용 안내: 7월 28일~7월 30일 기간(총 3일) 내 BTOB 전시관 무제한 출입 가능+BTOC 전시관 1회 출입 가능


  BTOB 전시관으로 비즈니스를 하러 갈 건 아니었지만, 기회가 있으니 BTOB 전시관도 체험해 보고 싶었기에 난 BTOB 입장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BTOB 입장권은 구매 시, 소속 회사와 직책을 기재하게 되어있었는데, 그건 그렇다손 치더라도 현장에서 어떻게 신분을 확인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안내되어 있지 않았다. 명함을 들고 가야 하는 건지, 뭐 재직 증명서라도 떼 가야 하는 건지...


  혹시 몰라서 명함을 챙겨가긴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없는 회사를 써놔도 상관없겠더라. 그 누구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확인하는 건데, 확인하지 않았어요"가 아니라, 그러한 절차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자기네들 데이터 수집용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BTOB 입장권은 BTOB 전시관에 3일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했지만, BTOC 전시관에 1회만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주말 이틀을 모두 참가하고 싶었던 나는 BTOC 입장권도 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차이나조이 BTOC 구매하기

  2023 차이나조이 BTOC 입장권은 7월 14일에 판매가 시작됐다. 다행스럽게도 따로 수량이 정해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현장 구매도 가능한 것처럼 보이긴 했는데, 난 혹시 몰라 모두 예약을 해놓고 갔었다. 만약 갈 생각이라면 미리미리 예약해 두자.


7월 28일(금요일): 150위안

7월 29일(토요일): 180위안

7월 30일(일요일): 180위안

7월 31일(월요일): 110위안


  BTOC 입장권은 금요일이 조금 저렴한 편이고, 가장 주가 되는 주말 입장권은 180위안으로 꽤 비싼 편이었다. 구매 시에도 특별히 요구하는 건 없었다.


3. 2023 차이나조이, 재밌었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잘 즐기고 왔다. 하지만 확실히 여타 게임쇼와는 주제가 좀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방점이 게임쇼의 게임에 찍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차이나조이는 쇼에 방점이 찍힌 느낌?


  예를 들어 한국의 G-STAR의 경우, 주된 콘텐츠가 게임 체험이라고 볼 수 있다. 3N처럼 규모가 있는 게임사가 참가했다고 하면, 그 부스 앞에는 주력 게임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수십 대를 깔아놓는다든지, PC게임이나 콘솔 게임이라면 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를 또 수십 대 쭉 깔아놓는 식으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런 부스에서 진행하는 행사도 대부분 게임과 관련된 행사로, 게임 체험 중인 게이머를 인터뷰한다든지, 유명 인플루언서를 섭외하고 무대에 초청하여 게임과 관련된 내용을 안내하고 설명한다든지, 같이 게임을 즐기며 미션을 클리어한다든지 하는 등 게임이 주가 되고, 이벤트는 보조의 형태로 머무른다.


거의 유일한 콘솔 게임 체험이 준비되어 있던 플레이스테이션 부스, 하지만 여기도 콘솔 기기 2개...?


  하지만 차이나조이의 주된 콘텐츠는 이벤트였다. 어마어마한 규모가 무색하게 체험존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체험존이 있다고 한들, 휴대전화 1대? 2대? 많아 봐야 10대 이하로 구비되어 있었다. 콘솔 게임이나 PC게임을 보유한 게임사의 경우에는 콘솔 1~2대, PC 1~2대 수준이었는데, 게임 하나를 즐겨보겠다고 정말 적은 소수의 기기 앞에 수백 명이 줄을 서 있는데... 그것참 장관이었다.


  대부분은 정말 유명하지만, 게임과는 특별히 관련 없는 인플루언서를 불러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거나, 수십 명의 모델을 넓은 무대에 세워놓고 포토타임을 갖는다거나, 8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참가자 대상 이벤트를 열어서 선물을 계속해서 나눠준다거나, 특별히 큰 의미는 없는 미션 몇 개를 클리어하도록 해서 결국은 조그마한 배지 하나를 준다거나, 에코백 혹은 쇼핑백을 준다거나...?


메이플스토리 중국 서버를 서비스하고 있는 퍼블리셔의 부스, 이런 식으로 모델들의 포토타임을 제공하는 부스가 대부분이다


  만약 게임을 좋아하고, 신작 공개를 기대한 채 차이나조이에 참가했고, 또 게임을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그 게이머가 이번 차이나조이에 줄 수 있는 점수는 10점 만점에 3점 채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차이나조이 망했냐?


  이렇게 들으면 차이나조이가 정말 엉망진창에 망한 게임쇼 같지만 그건 또 아니다. 난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 이런 형태의 이벤트 위주의 행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이 함께 모인 곳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특정 IP 혹은 세계관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고, 또 좋아하는 굿즈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이벤트를 난 참 좋아한다.


코스프레 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한 대형 부스


  물론 신작을 누구보다 빨리 플레이해 보고 싶은 유형의 게이머가 훨씬 많을 수도 있다. 그런 게이머가 바로 진정한 게이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 같은 유형의 게이머에게는 현장 게임 체험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게임 체험은 현장이 아니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지고 있고, 또 난 조용한 곳에서 내가 원하는 게임을 진득이 플레이하는 걸 훨씬 좋아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하는 체험에서는 제대로 집중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내 뒤에 게임 체험을 해야 할 게이머가 수백 명 기다리고 있다면 또 오래 붙잡고 있기도 그렇다. 오래 붙잡고 있다고 한들, 중요 신작은 정해진 진행도를 완료하면 더 이상 즐기지도 못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감질나는 신작 공개를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난 이런 행사에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운 굿즈 사냥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도 게임 체험 위주의 게임쇼를 참가하는 이유는 게임 체험 위주로 진행되긴 하지만, 체험을 그리 많이 하지 않더라도 신작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고, 또 내가 원하는 이벤트도 충분히 진행되고 있어서 원한다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게임 체험과 이벤트를 비교했을 때 이벤트를 조금 더 선호한다는 것이지, 게이머로서 게임 체험을 싫어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4. 반쪽짜리 게임쇼?

  이번 차이나조이가 반쪽짜리 게임쇼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체험존이 적거나, 신작 공개가 없다는 것이 이유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게임 체험이 적다는 것과 더불어서 게임과 관련이 없는 게 많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전시관의 규모가 크고, 많고, 그건 다 좋다. 하지만 그중에서 게임과 관련된 내용은 아주 적었다. 사실 내가 몇 번이나 참석했었던 중국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수준이었다. 게임쇼는 게임이 주가 되어야 한다. 이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차이나조이는 그냥 쇼에 가까웠다. 게임쇼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게임과 관련된 내용이 너무너무 적었다.


호요버스 부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거 하나 떡하니 있고, 쇼핑백만 나눠주더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 게임사들이 많이 참가하지 않은 것도 그 원인이 되겠지만, 게임과 관련된 것보다 2차 창작물을 판매하는 전시관의 규모가 훨씬 컸고, 또 남은 전시관의 대부분도 게임이 아니라 게임 거래 사이트, 게임 판매 플랫폼, 게임 기기, 컴퓨터 부품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최소한 게임쇼라면 게임과 관련된 것으로 구성돼야 한다. 마치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주변이 게임의 IP와 세계관으로 가득해야 한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규모가 게임들로만 가득 채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난 더 재밌게 놀 수 있었을 텐데...




세 줄 요약

1. 차이나조이는 게임 체험보다 부스 이벤트 위주로 운영된다.

2. 그 규모와 관계없이 게임 관련 부스 및 내용이 매우 적다.

3. 재방문 의사를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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