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나은 환경을 위한 최선의 선택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회사 생활을 하다가 친구들을 만났을 때의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예전처럼 말도 안 되는 연봉을 들먹거리거나, 허황한 직업을 언급하는 등 돈 얘기를 하는 것이 꺼려진다는 점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모두가 삶에 대한 비교적 평범한 환상을 갖고, 또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구체적으로는 생각해 본 적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나마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의 '평범함'으로 살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하버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유치원생처럼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환상은 오래가지 않는다. 하버드는 무슨, 자기가 사는 도시의 사립 대학조차 갈 수 없는 성적이라는 걸 깨달은 고등학교 3학년처럼 당장 눈앞에 맞닥뜨린 현실의 월급에 좌절하고, 커뮤니티에서나 떠도는 7천만 원, 8천만 원짜리 연봉 이야기를 들으며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웃기게도 그렇게 자괴감을 잔뜩 느낀 채, 고등학교 친구 혹은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갸우뚱하는 일이 발생한다.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걸 들어보면 누구나 다 7천만 원~8천만 원의 연봉을 받으며 사는 것 같은데, 정작 주변의 친구들은 서로서로 별반 다를 바 없다. 분명 내 주위에는 많이 받아봐야 연봉 4천만 원, 적게 받으면 2천만 원 대도 있고, 평균적으로는 3천만 원 정도 받는 것 같은데, 왜 익명성이 보장되는 커뮤니티에만 가면 다들 7천~8천만 원 같은 연봉을 부르고 있을까?
주위의 친구들이 모두 다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고액 연봉자였다면 말도 안 되는 연봉을 들먹거려도 괜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들 비슷비슷하게 3천만 원, 4천만 원 연봉을 받고 사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데, 연봉이 어쩌니 저쩌니 해봐야 괜히 속만 상한다.
저 새끼들 다 구라 아니야?
그들은 정말 얼마를 받고 있으며, 그리고 그렇게 받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공백 제외: 5119자
1. 대부분의 사람은 진짜 얼마 받을까?
- 2021년 기업 규모별 소득
- 2021년 기업 규모별 일자리
2.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연봉, 그리고 대기업
- 2021년 일자리 이동 통계 결과 보도자료_대기업
- 2021년 일자리 이동 통계 결과 보도자료_중소기업
3. 당신이 대기업에 가야 하는 이유
- 중소기업 업무 사례
4.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위해서
- 대기업으로 가야할 이유
먼저 연봉은 12개월 치 월급으로 계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하지만 기업마다 계약서도 다르고, 개인이 인식하고 있는 소위 영끌 연봉의 기준도 달라서 모든 경우에 아래의 통계가 들어맞는다고는 할 수 없다. 해당 통계의 설명자료에서도 이 소득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으므로, 12개월 치 월급의 평균이라고 생각하고 확인해 보자.
먼저 우리가 모두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2021년 기준 평균 소득이 월 563만 원, 중위 소득이 464만 원으로 단순하게 12개월 월급만 계산하면 평균 연봉 6,756만 원, 중위 연봉 5,568만 원이다. 하지만 평균 소득의 경우, 일부 초고소득자가 평균치를 올리는 경우가 있어서 중위 연봉을 확인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참고로 '중위 소득'은 해당 표본을 일렬로 줄을 세웠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한 소득 값을 말한다.
그러면 우리들의 좋아요, 좋아요, 중소기업의 평균 소득과 중위 소득은 얼마나 될까? 2021년 기준 평균 소득 266만 원, 중위 소득 217만 원으로 위와 같이 12개월 월급만 계산하면 평균 연봉 3,192만 원, 중위 연봉 2,604만 원으로 꽤 친숙한 금액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렇게 받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2021년 기준, 총 2557.8만 개 일자리가 존재하고, 그중 영리 기업은 2011.9만 개, 영리 기업 중에서 대기업의 일자리는 424.3만 개로 근로자 중 16.5%만 대기업에 다닐 수 있다. 비영리 기업을 빼고, 영리 기업만 계산한다면 21.0%로 5명 중 1명만 대기업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자, 그럼 이것과 연봉을 연관 지어 보자. 근로자의 79%는? 당연하겠지만 평균 연봉 3,192만 원, 중위 연봉 2,604만 원을 받는 것이다. 주위에 혹시 비영리 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는 주위에 있는 5명의 친구 중 단 1명만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고, 그 한 명만 평균 연봉 6,756만 원, 중위 연봉 5,568만 원을 받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왜? 현실이 잔혹한가?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3,192만 원을 받는 근로자가 79%나 된다는 소리다. 애초에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금액은 21%, 비교적 소수의 사람이 말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연봉 4천만 원의 벽을 넘기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게 현실이다.
분명 현실적으로는 79%나 되는 근로자가 연봉 3천만 원 정도를 받는다. 게다가 생각보다 대기업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부모님의 친구, 친구의 친구, 어디 동호회 친구, 누구 사돈의 팔촌은 모두 대기업을 다닌다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
KOSIS의 2021년 일자리 이동 통계를 한번 보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21년 기준으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약 82.5%가 같은 대기업으로 이직하던지, 현 직장의 재직 상태를 유지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어떨까?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비슷하게 81.1%가 같은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던지, 현 직장의 재직 상태를 유지한다.
뭐야, 별반 다를 바 없네!
아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유출자'다. 즉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냐는 것이다. 위 표를 보면 2021년 기준으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선택'하는 사람은 8.3%, 그리고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을 '성공'하는 사람은 2.6%다. 어휘부터 달라지듯,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가는 경우는 중소기업보다 비율도 높고 쉽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재직자는? 단 2.6%만 이직에 '성공'한다. 이것과 연봉 자료를 함께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즉, 평균 3,192만 원을 받는 대한민국 79%의 근로자 중 평균 6,756만 원을 받는 대기업으로 이직에 성공하는 사람은 단 2.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대기업에 가야 하는 이유가 이것뿐일까? 만약 지금 얼마를 받든 그 금액에 만족한다면 대기업에 갈 필요가 없을까? 이 부분이 바로 내가 관련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하루하루가 새로울 정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그런지 그 친구들은 진정으로 회사를 싫어한다.
웹 개발자 공고를 보고 이 회사에 들어왔는데, 지금 하는 일은 영상 편집이야
분명 건축가로 취업했는데, 난 조금 있다가 유치원으로 사장 아들을 데리러 가야 돼
1월 13일에 취업했고, 지금은 2월 25일이야. 내가 받아야 할 월급은 한 달 보름치인데, 사장이 1월 13일부터 1월 25일 기간은 계산하지 않는대
아르바이트도 아닌데, 근로 계약서를 쓰면 보험을 내야 한다고 계약서 없이 근무를 진행하고 있어
마케팅 전공으로 마케팅 직무에 입사했는데, 컴퓨터 수리가 현재 주요 임무야
내가 생각하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단점은 월급, 연봉이 아니다. 바로 내가 가고 싶은 커리어와 전혀 다른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에 원하는 커리어를 쌓을 수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에서는 입사 후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를 연수 기간으로 정하고, 회사 업무의 전체적인 그림부터 자기가 해야 할 자세한 업무까지 세세하게 가르친다. 서류 심사, 1차 면접, 2차 면접, 실무 면접, 임원 면접 등 어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 입사했던지, 입사자가 어떤 스펙을 갖고 있던지 상관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유치원생이라는 전제하에 하나하나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입사자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업무의 책임자로 성장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 입사 과정이 대기업에 비해 굉장히 간단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첫 출근 날 모든 업무를 알아서 하라고 던져두고 떠난다. 업무 지시서나, 업무 매뉴얼이 있으면 다행이다. 대부분은 업무 관련 자료는커녕 사수조차 없다. 갑자기 첫날부터 뭔가를 하라고 한다. 게다가 그 일이 내가 지원한 직무와 맞는 경우도 굉장히 드물다. 오히려 다르기만 하면 안심할 정도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직무도 다른데, 일도 많고, 잡일까지 모두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 일반적으로 상술한 환경에서는 그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혹은 눈 가리기 아웅 식의 업무 방법만 배우게 된다. 몇 년 동안 업무를 진행했다면서 실질적으로 이 업무의 목적이 뭔지, 이유가 뭔지, 지금 하는 업무가 효율적인지 등 한 발짝 높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는커녕,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으니 계속 이렇게 하고, 사장이 이러라고 했으니 그렇게 한다는 식의 형태로만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지천으로 깔렸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입사와 함께 그 사람이 한 직무의 전문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업무량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바쁘긴 무지하게 바쁜데, 결국 배우거나 남는 건 없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인정받을 만한 커리어조차 남지 않는다.
월요일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회사 가기 싫다" "죽고 싶다" "힘들다" "탈출하고 싶다" 등을 외친다.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커리어가 박살 나고 있는 상황은 자기 자신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가 박살 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대기업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돈을 많이 받기 위해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사업 모델과 성장 가능성에 따라 임직원의 수는 적은데 돈을 많이 벌어서 대기업에서도 나오기 어려운 연봉 1억을 받는 사람이 심심찮게 나오는 곳이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에서 많은 사람들 만든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보다, 중소기업에서 적은 사람들이 만든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나눠 먹을 수 있는 파이가 당연히 더 커진다.
난 돈보다는 환경을 위해서 대기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말이다. 누군가는 한 기업에서 오랫동안 재직하여, 그 기업의 임원이 되고, 그렇게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이 목표일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나 스스로 그런 것 따위는 별것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성장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곳이라면 고민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곳에서 3년을 재직하든, 5년을 재직하든, 결국 남는 건 아무것도 없을 확률이 높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에 성공하는 사람의 비율이 낮은 이유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로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5년 차든, 10년 차든 결국 소위 말하는 물 경력자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모든 걸 다 하지만 결국 한 분야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고, 임직원이 많은 대기업일수록 그런 지원자를 뽑을 이유가 없다. 당연히 모든 분야를 다 하면서도 한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충분한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그건 단 2.6%뿐이다.
대기업에서 업무를 한다는 건 커다란 기계 속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는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업무를 한다는 건 커다란 기계를 혼자 만들고 조립하여 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톱니바퀴는 연봉 7천만 원을, 혼자서 기계를 만들고, 조립하고, 굴리는 사람은 연봉 3천만 원을 받게 된다.
톱니바퀴는 일도 적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게 되지만, 혼자서 기계를 만들고, 조립하고, 굴리는 사람은 일도 많고, 시간이 지나도 그의 공로를 인정받기 힘들다.
난 운이 좋게 대기업에 들어왔고, 또 운이 좋게 더 좋은 대기업으로 이직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경력자로 이직한 주제에 지금 새로운 기업의 사수들에게 매번 혼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게 얼만데, 계속 실수를 범하고, 또 실수하고, 또 잘못하고, 또 혼이 나고 있다.
그리고 그래서 내가 성장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이전 대기업에서 머물렀다면 난 한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로서 그 누구도 나를 혼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면서 난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배워야 했고, 그리고 대기업이었기에, 나눠진 분야의 각 전문가 사수가 호되게 혼을 내줬기에 새로운 걸 배울 기회가 만들어졌다.
만약 내가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 기업이 나에게 맞춰야 했을지도 모른다. 난 내가 쌓아온 경력만큼 고집이 있을 것이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에서 온 사람이라고 내 말을 믿었을 테니까 말이다.
돈도 돈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1. 커뮤니티가 말하는 연봉은 모두 거짓이다.
2.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는 크고, 그 간격을 좁히는 사람은 2.6%에 불과하다.
3. 연봉을 떠나, 자기 발전을 위해 대기업을 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