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도쿄게임쇼를 다녀와서
2023 차이나조이를 5년 만에 참관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전에 기회가 없어서 참관하지 못했던 2023 도쿄게임쇼도 이번 기회에 같이 준비해서 참관해 보자고 생각했다. 2023 차이나조이가 7월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진행되고, 2023 도쿄게임쇼가 9월 21일부터 9월 24일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개최 일정이 겹친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는 없었고, 각 행사가 두 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열리기 때문에 전체적인 일정 부분에서도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마침 도쿄게임쇼가 추석 연휴 한 주 전에 진행되다 보니, 이번 추석 연휴를 통해 몇 년 만에 가족과 친척들에게 얼굴을 비추러 갈 예정이었던 내게 굳이 도쿄게임쇼 참관 이후에 중국으로 다시 귀국했다가 한국으로 출국하는 것보다는 일본으로 가서 도쿄게임쇼를 참관하고, 남는 시간 동안 일본 여행을 하다가 그곳에서 바로 한국으로 가는 게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
괜히 하루 이틀 때문에 비행기표를 두 번씩 사게 되면 금액도 당연히 두 배로 들고, 적지 않은 시간도 낭비되게 되는데, 한 번에 쭉 다녀오면 물론 그 기간은 조금 피곤하거나 힘들지는 몰라도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충분히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 때문에 결국은 17일이라는 긴 휴가가 만들어지면서 예상대로 꽤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말이다.
공백 제외: 5896자
1. 도쿄게임쇼란?
2. 일본 입국부터 도쿄게임쇼 입장권 구매까지
- 도쿄게임쇼 참관 가능 날짜 및 운영 시간
- 도쿄게임쇼 비즈니스 데이 입장권 가격
- 도쿄게임쇼 퍼블릭 데이 입장권 가격
3. 2023 도쿄게임쇼, 그래서 어땠는가?
4. 도쿄게임쇼, 그리고 원신라이크
도쿄게임쇼는 미국의 E3, 독일의 게임스컴에 이은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로,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게임쇼다. 게이머라면 참관해 본 적은 없어도 도쿄게임쇼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인데,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대표 포스터에서부터 서브컬처의 위용을 보여준다.
다른 게임쇼도 그렇겠지만, 약 3년간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던 코로나가 올해에 드디어 종식되었기 때문에 도쿄게임쇼도 2020년 온라인 개최, 2021년 온라인 개최, 2022년 오프라인 개최(를 했으나 참관객 최근 20년 최저치)를 지나서 2023년 역대 최대의 참가사와 함께 돌아왔다. 사실 이유가 어찌 됐든 내가 가려고 마음먹은 해에 "역대 최대"라는 말이 붙으면 괜스레 마음이 든든해진다.
이번 도쿄게임쇼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 도쿄... 가 아닌 치바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도쿄에서 출발하면 치바의 전시관까지 한 시간 좀 넘게 걸리는데, 도쿄가 일본의 수도인 만큼 땅값이 비싸다 보니 수십만 명을 수용할 장소가 없다는 이유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도쿄 디즈니랜드도 도쿄에 없고 치바에 있으니, 이쯤이면 도쿄는 치바 없었으면 어쩔 뻔했니?
그래도 인지도의 이유로 치바 디즈니랜드나, 치바게임쇼라고 명명하진 않았는데, 확실히 도쿄라는 이름이 가지는 대표성이 적진 않은 것 같다.
치바의 마쿠하리 멧세는 제1전시장 54,000 제곱미터, 제2전시장 18,000 제곱미터로 총 72,000 제곱미터인데, 한국의 대표 게임쇼 G-STAR가 총 46,380 제곱미터이기 때문에 G-STAR 실내 전시관 전체가 마쿠하리 멧세의 제1전시장보다 작다. 야외 면적까지 합하면 총 169,919 제곱미터로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차이나조이의 전체 면적 200,000 제곱미터와 비등하다.
동아시아 3국의 게임쇼를 비교해 보면 한국 부산 G-STAR(지스타)의 실내 전시장 면적이 46,360 제곱미터, 일본 치바 TGS(도쿄게임쇼)의 실내 전시장 면적이 72,000 제곱미터, 중국 상해 CJ(차이나조이)의 실내 전시장 면적이 100,000 제곱미터로 한국, 일본, 중국의 순서로 그 규모가 크다.
참관객도 2023년 기준 총 243,238명으로 집계됐는데, 어쩐지 사람에 깔려 죽을 뻔했더랬다.
사실 이전에도 일본에 여행을 온 적은 있었지만, 그것도 이미 5년이 훌쩍 지난 옛날 일이다 보니 출입국 수속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른 채 일본으로 떠났다.
일반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나가게 되면 기내에서 승무원들이 해당 국가 입국에 필요한 입국 신고서와 세금 신고서를 나눠준다. 비록 최근 몇 년간 비행기 탈 일이 없긴 했지만, 이 정도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때도 별일 없이 받아 들고, 작성하려 했으나... 작성할 펜을 빌릴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기내에서는 작성하지 못했다. 그래도 보통 두 신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현장에서 작성할 수 있도록 간이 스탠드 책상을 제공해 주는 것이 대부분이라 거기서 작성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비행기부터 입국 심사장까지 이동하는 길에서 신고서 작성 장소를 발견하지 못할 줄은 몰랐으니까 말이다.
어... 나 아직 신고서 작성 안 했는데?
그렇다고 내가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서 다른 길로 온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비행기에서부터 같이 이동했는데, 당연히 나처럼 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지 싶어서 열심히 주위를 둘러봤지만, 우리 비행기가 아닌 다른 비행기의 탑승객들이 내 뒤에 줄을 설 때까지 나 같은 사람을 찾지 못했다.
결국 내가 전체 줄의 중간쯤에 와서야 걸어올 때의 시야각으로는 볼 수 없는 장소에 펜이 있다는 걸 발견했고, 동시에 입국 심사대 바로 앞에서도 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펜이 있다는 걸 확인했기에 정 안 되면 입국 심사대 바로 앞의 신고서 작성 장소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같이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이 웬 QR 코드를 들고 있는 것을 봤는데, 중국에서는 QR 코드로 입국 신고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바로 눈치를 채고 구글에다가 검색하기 시작했다.
알아보니 일본도 중국처럼 입국 전에 웹을 통해서 신고서를 작성한 후, 제공되는 QR 코드를 통해서 신고서를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었다.
이런 게 있었으면 당연히 입구에서부터 대문짝만하게 홍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표지판 하나조차 없어...
중국이었으면 동네방네에 이런 시스템이 있다고 자랑했을 텐데 말이지. 어찌 됐든 바로 회원 가입해서 신고서를 후다닥 작성하고 QR 코드를 받았고, 정상적으로 입국장을 통과할 수 있었다.
2023 도쿄게임쇼의 입장권은 도쿄게임쇼 홈페이지에서 바로 구매 링크를 통해 구매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는 데다가, 결제 방식도 다양한 카드를 모두 지원해서 정말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참관 가능 시간: 10:00~17:00
9월 21일(목요일): 비즈니스 데이
9월 22일(금요일): 비즈니스 데이
9월 23일(토요일): 퍼블릭 데이
9월 24일(일요일): 퍼블릭 데이
도쿄게임쇼는 비즈니스 데이와 퍼블릭 데이로 나뉜다. 차이나조이나 지스타의 경우에는 BTOB관과 BTOC관으로 나뉠 뿐, 참관 날짜에 대해서는 다른 구분이 없었는데, 도쿄게임쇼는 참관 날짜를 기준으로 비즈니스와 퍼블릭을 나눴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이유로 퍼블릭 데이의 일반 참관객이 몰려 내가 깔려 죽을 뻔했던 것이 아닐까...?
비즈니스 데이 입장권 가격
비즈니스 데이 사전 등록권: 11,000엔
게다가 비즈니스 데이에는 골든 패스라는 입장권이 있는데, 골든 패스의 경우 전용 카운터에서 입장할 수 있어서 비즈니스의 일반 입장보다 빠르고, 또 비즈니스 데이의 마지막 날 저녁에 인터내셔널 파티라고 해서 비즈니스 데이 사람들끼리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만찬회도 제공해 준다.
비즈니스 데이 골든 패스 가격
비즈니스 데이 사전 등록권 보유 시: 16,500엔
비즈니스 데이 사전 등록권 미보유 시: 27,500엔
사실 골든 패스의 경우에는 정말 비즈니스적인 목표가 없다면 일반 참관객은 살 이유가 없는 패스다. 입장권보다 16,500엔이 비싼 건데, 밥 먹는 거 말고는 특별히 뭐가 없어 보이는 입장권이라... 16만 원이면 도쿄 시내의 고급 뷔페 정도는 충분히 갈 수 있지 않을까?
여행 계획과 업무 계획을 조율한 결과, 비즈니스 데이는 평일이라 참관이 어려웠고, 결국 여타 게임쇼처럼 주말, 즉 퍼블릭 데이만 참관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더랬다. 이번에 갔다 왔던 경험으로는 사람에 깔려 죽기 싫으면 비즈니스 데이에 참관을 계획하는 게 한 540,000% 나을 것 같으니, 만약 도쿄게임쇼에 참관하려는 사람이라면 퍼블릭 데이가 아닌 비즈니스 데이를 이용해 참관하도록 하자. 하루에 2,300엔 이기 때문에 이틀 동안 참관하려면 날짜별로 두 장을 구매해야 하고, 그러면 4,600엔인데, 비즈니스 데이가 이틀 11,000이니, 줄 서는 시간 생각하면 그렇게 이해 못 할 금액은 또 아니다.
퍼블릭 데이 입장권 가격
퍼블릭 데이 입장권: 2,300엔
비즈니스 데이에 골든 패스가 있다면, 퍼블릭 데이에는 서포터즈 입장권이 있다. 나도 이걸 미리 알았다면 서포터즈 입장권으로 구매했을 텐데, 정말 아쉽기에 그지없다. 서포터즈 입장권은 가격이 조금 비싼 대신, 도쿄게임쇼 굿즈를 지급하는데, 동일한 티셔츠를 굿즈 샵에서 구매하려면 못해도 3,000엔은 줘야 하더라. 물론 그 옷을 입고 다닐 건 아니겠지만, 어찌 됐든 그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는 것이다.
퍼블릭 데이 서포터즈 입장권 가격
퍼블릭 데이 서포터즈 입장권: 4,000엔
퍼블릭 데이 서포터즈 입장권 판매 날짜
2023년 기준, 약 행사 두 달 전 판매
1차 판매일: 7월 8일 12:00 ~ 7월 13일 22:00
2차 판매일: 7월 16일 12:00 ~ 7월 21일 22:00
최고였다. 내년에도 기회만 맞으면 꼭 참관할 예정이다. 게임쇼의 기본을 충분히 잘 갖추고 있었고, 또 참관객들에 대한 관리도 정말 잘 되고 있었으며, 가장 중요한 건 온 천지가 게임이었다는 점이다.
차이나조이의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굿즈를 퍼주는 이벤트가 많았지만, 반대로 게임 시연을 물론 게임 관련된 것들이 아주 적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굿즈를 많이 주긴 했지만, 정작 그 굿즈들의 대부분이 게임과 관련 없는 하드웨어 개발사의 굿즈거나, 난 누군지도 모르는 인플루언서의 굿즈거나, 이름 없는 게임의 이상한 굿즈였기 때문에 무언가를 받아 간다는 재미, 수집하는 재미는 있었어도 그 굿즈 하나하나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는 어려웠다. 만약 2023 차이나조이에 메이플스토리 중국 버전 부스가 없었다면 난 제대로 된 굿즈 하나 못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를 일이고, 굿즈 판매존에서도 정말 뭐가 뭔지도 모를 비공식 짝퉁 굿즈가 판을 쳤기 때문에 차이나조이에서 제대로 된 굿즈를 구매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도쿄게임쇼는 달랐다. 굿즈를 퍼주는 식의 이벤트는 아주 적었지만, 게임쇼의 기본을 갖춘 게임 시연 부스가 매우 많았고, 소형 부스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몇 대의 콘솔과 몇 대의 PC를 구비해 두고 있었다. 대형 부스에서는 당연하게도 많게는 수십 개까지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만약 신작을 궁금해하는 게이머가 있다면 이번 게임쇼에 굉장히 만족했을 것이다.
또 도쿄게임쇼의 굿즈 판매존에는 100% 라이선스를 인가받은 정식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었던 데다가 참가사 중에는 유명한 작품들을 냈던 유명 게임사들이 매우 많았기에 굿즈 판매존에서도 유명한 게임들과 인지도 높은 게임들의 굿즈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아키하바라에서도 보기 어려운 유명 게임의 캐릭터 피규어들도 있었고, 도쿄게임쇼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도쿄게임쇼 자체 굿즈들도 있었다.
이게 정말 특이했는데,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만큼 도쿄게임쇼 자체에 마스코트 캐릭터를 제작해서 그 캐릭터를 기반으로 도쿄게임쇼 관련 굿즈를 제작한 것이었다. 웃긴 건 그게 생각보다 잘 빠져서 오전 10시에 입장한 사람들이 10시부터 도쿄게임쇼 굿즈를 사려고 줄을 서고 있더라. 물론 나도 같이 껴서 몇 개 구매했는데, 오후에는 모든 상품의 모든 재고가 소진됐을 정도로 인기가 어마어마했다.
이번 도쿄게임쇼를 둘러보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제는 많은 게임들의 게임 디자인 방향이 원신 라이크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건 신기한 현상은 아니다. 리니지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자, 리니지를 따라 한 리니지 라이크가 우후죽순 개발됐고, 다크소울이 성공하자 소울 라이크의 개발에 도전하는 개발사가 많아졌다. 그리고 2020년 9월 28일에 개발된 원신이 초대박을 터트렸고, 그 이후로 3년이 지난 지금 그 성공을 보고 개발을 시작한 게임들이 나올 때가 된 것이다.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의 개발사, 쿠로 게임즈의 <명조>, 명일방주의 개발사, 하이퍼그리프의 <엑스 아스트리스>, 네이키드 레인의 <프로젝트 무겐>, 빅게임 스튜디오의 <프로젝트 브레이커스> 등등 이전에는 서양 판타지풍의 게임들이 대세를 이뤘다면, 원신의 성공 이후 카툰렌더링을 기초로 한 서브컬처풍의 게임들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이번 도쿄게임쇼에서 그 게임들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차이나조이와 확연하게 비교되는데, 이렇게 개발된 게임들이 차이나조이에서는 그림자조차 비추지 않은 채 도쿄게임쇼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으로 보아, 수많은 개발사에 도쿄게임쇼는 서브컬처의 테스트베드가 될 정도의 중요한 위치로, 차이나조이는 그 반대의 위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애초에 부스 신청은 매년 초, 중순에 진행 및 완료되기 때문에 차이나조이는 개발력의 한계로 참가가 어렵고, 2개월 뒤의 도쿄게임쇼에서야 얼추 개발이 완료되어 공개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말이다.
게임 체험을 떠나서, 다양한 신작들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도쿄게임쇼를 참관할 이유는 충분했었고, 참가한 개발사가 많았기에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게임 업계가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 게이머들이 어떤 게임을 더 좋아하는지 등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차이나조이는 아주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다시 참관하느냐에 대해 그리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가 어려운데, 도쿄게임쇼는 굉장히 멂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다시 참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겸사겸사 일본 여행도 하고~
도쿄게임쇼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이것이 바로 게이머의 천국이 아닐까?
1. 차이나조이를 갈 바엔 도쿄게임쇼를 가는 게 낫다.
2. 굿즈, 게임 체험, 참가사 등 모든 면에서 서브 컬쳐 테스트 베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3. 최소한 아시아권에서는 원신 라이크가 도래하기 시작했다.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