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디어 저작권과 표절
최근 팰월드라는 게임이 출시됐다. 1월 25일 기준, 일일 최대 동시 접속사 수가 2,018,905명이고, 현재 플레이어가 1,793,704명이며, 출시 6일 만에 800만 장의 판매량을 올렸다. 그야말로 미친 성적이다.
팰월드가 출시된 그날, 게이머 친구 한 명이 그러더라.
포켓몬 팰월드라는 게임 나왔는데, 해볼래?
처음엔 게임프리크에서 출시한 새로운 포켓몬 신작인 줄 알았다. 애초에 친구가 '포켓몬 팰월드'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검색해 보니 정식 게임명은 포켓몬 팰월드가 아닌 그냥 팰월드였다. 어쩌다가 앞에 포켓몬이 붙었는가 하니, 팰월드에 등장하는 '팰'이라는 몬스터가 게임프리크의 포켓몬과 굉장히 흡사해서 이 게임을 하던 플레이어들이 가볍게 '포켓몬'이라고 지칭했고, 그게 퍼져서 다들 '포켓몬 팰월드'라고 불렀다더라. 그리고 진짜 정말 엄청 포켓몬과 흡사하다. 이 게임을 그대로 가져다가 '게임프리크가 만들었다'라고 말해도 아무런 의심 없이 믿을 수준이다.
여하튼 그래서 나도 구매해서 플레이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각하게 재밌다. 그런데 재밌으면 다인가?
공백 제외: 7442자
1. 표절이냐, 오마주냐?
- 팰월드와 비교군으로 언급되는 게임 비교
2. 게임의 저작권이란 존재하는가?
- 게임프리크 공지
- 팰월드 포켓몬 모드 제작 유튜버 제재
- 넥서스 모드 공지
3. 테라, 그리고 다크앤다커
- 엔씨소프트와 블루홀, 기술 유출 사례
- 다크앤다커 기술 유출 의혹 사례
4. 원신,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5. 팰월드, 그래서 재밌으면 다냐?
- 참고 문헌
팰월드를 한 번이라도 해 본 게이머라면 자연스럽게 포켓몬스터 시리즈, 젤다의 전설 시리즈, 아크 서바이벌 시리즈 등을 떠올릴 것이다. 왜냐고? 아래의 사진을 보자.
표절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꼭 하는 말이 있다.
(표절의 대상으로 언급되는 원작 게임)은 우리도 참 좋아한다.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구태의연한 철면피식 변명조차도 팰월드에게는 과분하다. 이건 그냥 원본 위에 습자지를 대고 그린 수준이다, 그냥 빼다 박았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 외에도 게임 기획 단계부터 타 게임의 시스템과 UI를 가져오는 것을 전제로 만들었다고 해도 충분히 수긍할 만한 부분이 팰월드의 모든 요소, 시스템, 성장 방식, UI, 디자인 등에서 보이며, 얼마나 심하면 내가 게임을 하다가 죄책감을 느낄 정도다.
진짜 재미만 있으면 다인가?
게임의 모든 요소가 포켓몬 게임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건 포켓몬을 한 번이라도 접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 바로 알 수 있기에 게임프리크도 1월 25일 자로 해당 내용을 언급했다. 직접 번역하자면 내용은 아래와 같다.
타사 게임 관련 문의에 대하여
2024년 1월에 출시된 타사 게임에 관한 문의가 많이 접수되고 있습니다. 당사는 해당 게임에서 포켓몬의 지식재산권이나 자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허가한 바가 없으며, 포켓몬과 관련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처를 할 예정입니다. 당사는 앞으로도 모든 포켓몬과 그 세계를 지켜나가는 것은 물론, 포켓몬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주식회사 포켓몬
게임프리크가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법적으로 문제 삼을 게 있었다면 진작 행동을 취했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아무리 빼다 박은 디자인이라도 법으로 판단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거나 혹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예로 한 유튜버가 제작한 팰월드의 포켓몬 모드를 들 수 있다. 이 유튜버는 팰월드에서 포켓몬 스킨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드를 제작 및 배포했고, 바로 닌텐도에 제재받았다. 직접 번역하자면 내용은 아래와 같다.
최근 팰월드 포켓몬 모드를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묻는 DM을 많이 받았습니다만, 현재 트위터에서 배포했던 포켓몬 모드는 DMCA를 근거로 한 Nintendo의 신고로 내려간 상태입니다. 유튜브도 같은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로서는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모드를 배포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모드를 즐기실 기회를 만들고 싶지만, 소송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DMCA는 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직역하면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으로, 복제 방지 기술을 무효화시키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복제 방지 기술을 무용화시키는 장치를 제작, 수입, 유통하는 것은 물론 복제 방지를 위한 제어 및 구현에 대한 임의 조작도 금지하며, 저작물 관리 정보의 완전성을 보호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법안이다. 말이 어렵지만 즉, 내가 제공하지 않은 오리지널 소스를 네가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복제 방지 기술을 무효화하고 무단 복제한 것으로 판단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 유튜버 하나가 운 나쁘게 걸린 거 아니야?
만약 공지가 나온 1월 25일 당일에야 게임프리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드를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는 플랫폼, 넥서스 모드에서도 팰월드 포켓몬 모드 관련 공지가 나왔다.
직접 번역하자면 내용은 아래와 같다.
팔월드는 지난 24시간 동안 1,864,421명의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한 것은 물론, 그 기록을 지금도 경신하며 순항하고 있습니다. 아마 Nexus Mods의 직원 중 최소 네 명은 '연구'라는 목적으로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겠죠.
이 게임의 흥행 성적표가 어떻든 간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게임이 여러분이 접했을지도 모르는 기존 게임 프랜차이즈, 즉 포켓몬과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잠재적인 유사성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게임 모드에 관해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기본적인 게임에 상당한 유사성이 존재합니다.
팰월드에 포켓몬 관련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 자체는 참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왜 그걸 원하시는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Nexus Mods에서 이 콘텐츠를 배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포켓몬 프랜차이즈의 공동 소유주인 닌텐도는 팬이 만든 콘텐츠에 대해 무자비하게 법적 소송을 제기하고 DMCA와 게시 중단 조처를 한 전력이 있습니다.
팰월드가 기본적인 게임만으로도 포켓몬 프랜차이즈와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포켓몬 저작권이 있는 캐릭터나 자산을 게임에 추가하는 콘텐츠를 배포하는 것은 법적 조치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포켓몬에서 파생된 캐릭터나 에셋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팔월드 콘텐츠는 Nexus Mods에서 배포하실 수 없으며, 발견 시 삭제 및 일반 중재 정책이 적용됩니다.
이러한 콘텐츠가 커뮤니티에서 공유될 경우, 최악의 경우 닌텐도가 직접 저희와 모드 업로더를 상대로 법적으로 조처할 수 있어 내린 결정입니다.
이 게임에는 세계관과 게임플레이를 추가하면서도 기존 IP를 명백하게 침해하지 않는 창의적인 모드를 탐색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으니, 이러한 모드 제작 방향을 자유롭게 탐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즉, 이미 게임프리크는 저 공지가 올라오기 전인 팰월드 출시일 이후부터 팰월드를 주시하고 있었으며, 또한 팰월드와 관련된 소송의 근거가 마련되는 즉시 제재를 가하는 등 조처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직 팰월드가 잘 굴러간다? 이건 법정 제재를 가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표절에 관한 잡음은 게임 업계에서 끊이지 않는 소재 중 하나다. 그중에는 표절처럼 애매모호하게 증거가 없는 사례뿐만 아니라 기술 유출처럼 증거가 있고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엔씨소프트와 블루홀의 리니지 3, S1 프로젝트 사건으로, 기술 유출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된 마당에 블루홀의 설립과 성공을 견인했던 'S1 프로젝트(출시명: 테라)'가 깔끔하고 깨끗한 토대 위에 정당하게 개발됐다고는 말하기 어렵겠다.
요약하자면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3 개발에 참여하던 총괄팀장 등 일부 사람이 퇴사하여 블루홀 스튜디오를 설립하였으며, 리니지 3 기획 자료 및 기술 자료를 무단 반출하여 그 자료를 토대로 게임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에 관하여 엔씨소프트는 소송을 걸었고, 2심에서 이들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판결에 따라 엔씨소프트 전 총괄팀장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전 디자인 팀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영업비밀을 유출∙사용한 직원은 700만 원부터 1,000만 원까지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어진 상고에서도 대법원은 "게임사가 해당 문서 또는 프로그램 파일(이하 이 사건 자료)을 작성하거나 제작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투입하였고, 그 결과 기존 게임 개발에 적용된 개념, 특징, 기능 등과는 차별화된 요소가 이 사건 자료에 반영된 점, 게임사에서 직원들에게 비밀 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등 비밀 유지에 상당히 노력한 점, 경쟁사가 이 사건 자료를 활용하면 게임 개발 기간 단축 등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라며 2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럼 피해보상 받아야지? 신작 개발 중단시켜야지?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보여줘야지?
하지만 영업비밀이 유출 및 사용됐다는 사실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엔씨소프트가 패소했다. 그리고 기술 유출과 사용이 있었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벌금 몇 푼 나오지 않는다는 이 소중한 경험은 블루홀이 또 다른 역사를 쓰게 만든다.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하며 과거는 묻고 승승장구하던 블루홀은 사명도 크래프톤으로 바꾸더니 2023년 8월 24일, '다크앤다커' 모바일 게임의 글로벌 라이선스를 독점 계약한다.
다크앤다커? 그게 뭐야?
다크앤다커는 넥슨이 DMCA를 근거로 Steam에 요청하여 게임 다운로드 페이지가 삭제된 것은 물론, 미국 워싱턴주 서부 지방법원에 저작권 위반 혐의로 제소한 게임으로, 넥슨에서 집단 퇴사한 사람들이 세운 회사인 아이언메이스가 개발하는 게임이다.
물론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모두 한국 기업인 탓에 워싱턴주 서부 지방법원은 Forum Non Conveniens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따라 한국에서 판단하라며 미국에 제기된 소송을 기각했다. 저작권 관련 판결은 없었지만, 일단 이렇게 소송을 진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재 두 개발사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한 법정의 원칙은 법관의 재량에 의하여 타지역의 법원의 재판관할권 행사를 자제할 수 있다는 종래 영국에서 인정되었던 법원칙이다. 즉, 우리 관할이 아니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
다크앤다커는 2024년 1월 25일 기준, 넥슨의 프로젝트 P3 리소스를 무단 반출 및 사용하여 개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 당장에는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에서 진행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며 법정 제재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넥슨 사내 공지라고 퍼진 내용을 참고하면 '프로젝트 P3(출시명: 다크앤다커)'가 완전히 깨끗하게 개발됐다고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
어? 이 말 방금도 하지 않았냐?
사내 공지라고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2020년 7월에 P3 개발을 시작했으나, 프로젝트 리더가 영업비밀을 유출했고, 그 증거를 발견하여 징계 해고 처분이 진행됐다. 그 뒤 징계 해고자 포함 다수가 넥슨을 퇴사하면서 핵심 개발자가 모두 사라진 넥슨이 P3 개발을 지속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 넥슨에서 퇴사한 개발자들이 아이언메이스라는 회사를 설립하더니 2022년 8월 다크앤다커라는 P3와 굉장히 유사한 게임을 들고나온 것이다.
비록 법의 판결이 나오진 않았지만, 기술 유출 정황이 비교적 명확한 상태라 한국 게이머들은 대부분 넥슨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의 장래가 그리 밝진 않다. 게다가 가처분 신청 기각도 게이머들의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데 한몫했다.
물론 가처분 판결이 넥슨의 패소를 뜻하는 것도, 저작권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본 재판에서 제대로 된 판결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거나, 아이언메이스가 사과하는 장면이 그려질 가능성은 이전 'S1 프로젝트'의 사례를 보더라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왜?
크래프톤은 이 정황을 뻔히 알고도 다크앤다커 모바일 IP 라이선스를 계약했다. 마치 기술 유출 혐의가 있었다고 판결을 받았음에도 고작 몇백만 원 수준의 벌금형만 받는 이 게임 업계를 비웃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기술 유출이 아니라면 어떨까?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UI부터 시스템까지 고대로 빼다 박은 게임이라면?
이 영상만 봐도 알겠지만, 그냥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2017년 3월 3일 출시, 원신이 2020년 9월 28일 출시니, 시간도 넉넉하다 못해 춤을 출 정도다.
그래서 이 원신은 어떻게 됐을까? 표절과 오마주의 그 선에서 게이머들의 철퇴를 맞았을까?
아니, 2023년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2위, 매출 성장 1위를 기록하며 아직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게다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라는 장점을 살려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야생의 숨결에는 없는 요소들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자신들만의 차별점을 만들어 냈고, 이제는 오히려 갓겜이라고 칭송받는다.
처음 시작과 달리 그 이후의 행보를 통해 젤다와 원신은 충분히 다른 게임이라는 걸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많은 게이머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원신의 시작에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노이즈 마케팅의 목적이었든 어쨌든 간에 이미 검증받은 게임의 시스템과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심증을 전혀 근거 없는 허위사실로 치부하기에는 결과물에서 증명되는 바가 너무 많다.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원신과 야생의 숨결은 다른 게임의 형태를 띠게 됐지만, 그건 지금 버전의 원신에 한정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모든 창조는 이전의 원형을 기반으로 한다. 아무도 가르치지 않았지만, 한국 귀신을 표현하는 모든 창작물의 귀신들이 소복에 발이 없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성인 여자 체형을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무언가가 창조되진 않는다. 대부분 기존의 원형이 있고, 그리고 그것에 무언가를 더하고 또 뺀다. 게임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이라도 창조의 수면 아래 이러한 과정이 있을 거라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임은 더욱 그렇다. 기술 유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술 유출을 인정받았음에도 그 창조물이 제재받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소스 코드가 100% 동일하지 않은 이상, 법리적 판단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소스 코드를 정말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비슷하고, 아무리 똑같아도 법정 제재를 받을 근거로는 부족하며 결국 "게임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결론을 만들어낸다.
팰월드는 정말 누가 봐도 몇몇 게임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왔다. 그리고 맛있게 섞었다. 그렇게 성공했다. 아마 게임 업계의 역사가 증명하듯, 팰월드는 아무런 법정 제재 없이 순항하여 성공 가도를 달릴 것이다. 그들은 성공의 길을 얼었던 다른 게임의 요소와 시스템을 가져오고, 거기다가 귀여움 한 방울을 딱 섞었다. 가격도 저렴한데, 또 정말 재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형용하기 힘든 의문과 죄책감이 있더라.
이게 최선인가?
모든 게임의 요소에 저작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럼, 최초로 그 시스템을 고안한 개발자는 자기 아이디어가 철저히 보호됨은 물론, 그 시스템을 사용하는 모든 게임 개발자에게 라이선스 비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개발해 낸 대가로 이익을 얻는 세상이니 참 좋은 세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라이선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전제하에 그 정도 비용이 대기업 개발사에 큰 부담을 안겨주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신규 개발사라면? 마인크래프트가 1인 개발로 만들어진 것처럼 1인 개발로 탄생하는 게임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 모든 1인 개발 작품이 자신만의 독특한 시스템과 요소를 기반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그 시스템을 사용하고 싶은 신규 개발자들은 수익도 없는 상황에서 그 라이선스 비용부터 계산해야 하며, 그게 싫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을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그 세상에서는 지금처럼 수많은 신작 게임이 쏟아질 수 있을까?
아무리 세세하게 저작권을 나누더라도 게임 생태계의 측면에서, 그리고 현실적인 측면에서 법리적으로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자기 아이디어를 증명하는 것도, 보호받는 것도 힘들다. 처음 언급했듯 모든 창조는 원형을 기반으로 하기에 어느 정도의 유사성은 필수 불가결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게임 작품의 특성상 그 기준과 표현이 굉장히 애매하기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그사이를 명확하게 가르는 게 어렵다.
물론 아무리 아니라고 잡아떼더라도 게이머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 작품을 만나는 게이머들은 그 작품이 어떤 작품에서 어떤 요소를 가져왔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 법정 제재가 가해질 만한 물증은 없어도 심증은 있다. 이미 팰월드의 팰(PAL)이 P(Pokémon)A(ARK: Survival)L(Legend of Zelda)로 구성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돌아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재미있으면 장땡이냐는 질문에 게임 개발의 역사는 "장땡이다"라고 대답한다. 100% 똑같은 디자인과 100% 동일한 소스코드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비교적 유사한 디자인, 시스템만으로는 표절이라는 법리적 해석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게임 개발과 저작권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 세상의 어떤 창조도 완전한 무에서 탄생할 수는 없다. 게다가 게임은 각 요소와 시스템이 언제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가장 먼저 최초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그 작품의 소비자인 게이머가 특정 게임이 타 작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져왔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법정 제재를 받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이 없었다면 그들이 탄생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었을 거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만약 재미만 있다면 그 모든 것은 용서가 되는 것이 지금 게임 작품들이 서로 용인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 물론 기술 유출자들은 예외다. 기술 유출의 기반에 세워진 모든 것들은 말소되어야 하고, 무너져야 하며, 사라져야 한다. 그것은 어느 순간에도, 그 누구에게도 용인될 수 없다.
1. 게임프리크는 팰월드의 존재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2. 기술 유출이 인정됐음에도 게임의 유사성(게임 시스템 등)은 법정 제재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3. 팰월드가 법정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