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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괜찮다

하찮지만 장하다

by 라자스타니

얼마 전에 독서모임에서 읽기를 끝낸 최명희 님의 <혼불> 뒤풀이가 있었다. 그중 한 분이 소감을 말씀하시면서 10권에 있던 글귀 중 '하찮지만 장하다'라는 글이 와닿았다고 하셨다. 일제강점기에 하찮아 보였던 이 나라였지만 2024년 대한민국이 이만큼이라도 성장한 게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광복절의 의미와 형식이 빛바래가는 요즘이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투쟁하신 여러 독립운동가들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한다. 앞장서서 나아가신 분들의 고초는 말할 수 없이 힘들었겠지만, 그 뒤에 있던 이름 없는 민초들의 노력도 기억하고 싶다. 일본에 수탈당하고 먹을 것도 부족한 그 시절에도 내 가족들 입에 뭐라도 넣어주고 싶어서 산으로 들로 나물 캐러 다닌 우리의 어머니들, 일본에 강제징용되어 광산에서 죽어가고, 위안부로 말할 수 없이 수모당한 우리의 누이들, 낯선 멕시코 하와이까지 가서 사람대접 못 받아가며 용설란 사탕수수 일을 하면서도 한 푼 두 푼 독립자금을 보태던 이들 , 이런 이름도 남기지 못한 풀꽃 같은 이들도 있어서 이 땅이 지켜진 것이라 생각한다.


기생초

크고 눈에 띄는 꽃도 아름답지만, 하찮은 풀꽃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어느 여름날의 저녁노을을 꽃으로 그려내면 이런 모습일까 하는 노랗고 붉은 기생초도 괜찮다.

누구의 시선에 목매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피고 지는 붉은 싸리꽃도 그대로 괜찮다.

이 땅을 채우는 풀꽃도 괜찮다

하찮지만 소중하고 장하다

싸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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