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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자스타니 May 24. 2024

제비꽃을 키우다  폐쇄화를 알게 됐다

몇 년 전 나는 야생 제비꽃을 화분에 담아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워본 적이 있다. 화려한 팬지가 아닌 작고 소박한 보라색 제비꽃이었다.  꽃이 지면 곧바로 꽃대를 잘라줬다. 씨앗을 맺는데 갈 영양분을 새 꽃대나 잎으로 가라고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 지나  더 이상 제비꽃은 피지 않았고 잎만 무성해졌다.  그렇게  차츰 관심에서 멀어진 어느 날 물 주다가 제비꽃 화분에서 씨꼬투리를 발견했다. 나도 모르는 새 꽃이 폈다가 졌나?  우리 집 화분에 꽃핀걸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또 한참 시간이 지나고 이번엔  아직 어린   꽃봉오리 같은 것을 발견하고 지켜보았다. 그런아무리 기다려도  꽃은 피지 않았고, 이상해서 봉오리를 잘라보았는데 가지런히 씨가 맺힌 완벽한 씨꼬투리였다.

제비꽃

분명 꽃이 없었는데 씨앗이라니~~ 이럴 수가~~


제비꽃을 검색해서 공부해 보고 비로소 그것이 폐쇄화임을 알았다. 환경이 좋으면 꽃을 피워 다른 꽃과 꽃가루 교환을 하는 타가수분으로 씨를 맺지만, 번식환경이 좋지 않으면  자가수분을 하게 된다. 주로 제비꽃 종류와 솜나물 등이 폐쇄화를 만든다.  물론 타가수분이 유전적으로는 안정적이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환경이 나쁠 때는 꽃피우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도 아무 결실을 못 얻을 수도 있다. 제비꽃은  확실하게 씨앗을 만들어 번식하는 폐쇄화 방법도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다. 

미국제비꽃의 폐쇄화 씨꼬투리

사람 중에는 개방적이고 거리낌 없이 남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이럴 때 창의적인 생각도 떠오르고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없거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개방적으로 나섰다가 큰 상처만 입고 아무런 결실을 얻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는 에너지를 빼앗기고 다치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닫게 된다.  폐쇄화가 되어서 혼자서 박한 삶과 그 결과물을 만들며 자신을 지켜내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개방적으로 사는 게 좋은 거라고 강요하는 것만이 도움일까?  오히려 그를 이해하고 기다리며 좋은 환경이 돼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바람에 대지가 녹을  

제비꽃은 폐쇄화가 아닌 보라색 예쁜 꽃을 다시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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