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분이 80개 넘게 있는 베란다정원을 돌보는 게 취미다. 주로 난초와 제라늄이지만, 수국 로즈메리 부겐빌레아 같은 것들도 여럿 있다.
가드닝에 들이는 시간은 계절마다 다르다.
봄
새촉 돋고 꽃피는 봄은 영유아 돌보기와 같다.
아기 기저귀를 손으로 확인하듯, 물 줘야 할 때가 되면 화분 속에 손가락을 찔러보며 습기를 수시로 확인한다. 새 뿌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른 봄에 수태(건조 이끼)나 바크(나무껍질조각) 혹은 영양 가득한 배양토로 분갈이도 해주고 비료도 챙겨줘야 하니 시간을 많이 든다. 영유아 예방접종하듯 살균 살충제도 이때 해준다.
하지만 내 몸 힘들어도 아기 때가 예쁘듯 꽃 많은 봄철이 제일 예쁘고 좋다.
여름 가을
여름 가을은 청장년기처럼 별 신경 안 쓰고 주 1~2회 물 주기 30분이면 된다. 그저 용돈만 많이 주면 제 알아서 크는 우리 아들딸 같다. 가끔 너무 제멋대로 자라는 녀석이 있으면 지지대를 세워 묶어두거나 가지치기를 해준다. 내버려 두면 전체 수형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겨울
겨울철엔 노인에게 아침문안드리듯 베란다의 새벽 온도체크를 매일 해야 한다. 물도 비료도 많이 먹지 않는 계절이니 그저 얼지 않게 관리한다. 추위에 약한 호접난 등은 11월 추위까지 견디게 한 후 거실로 옮겨준다. 그 외는 대부분 베란다에두어 추위를 겪게 하는데, 이래야 꽃눈이 분화되어 이듬해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사람도 고난을 이겨냈을 때 제대로 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