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인물 중심 플랫폼
언젠가부터 유튜브에서 1시간 내외 롱폼 웹 예능 콘텐츠들이 나타났다. 뜬뜬 채널에서 유재석은 별의별 이유로 지인들과 만나서 수다를 떤다. 유재석과 원래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 연예인 동료들이 나오고, 의외의 인물들도 나온다. (유재석의 인맥은 어디까지일까. 와중에 브랜디드 광고도 들어오는데 유재석 스타일대로 겸손하게 양해를 구하면서 광고한다. 이것마저도 수다 떠는 느낌으로.) 채널 십오야에서 나영석 PD는 지인들을 섭외해서 ‘나불나불’ 이야기한다. 집으로 친구를 부르는 것처럼 이서진, 차승원을 데려다가 배달음식을 먹으면서 토크하는데, 나영석 PD와 이들 관계에서 주고받는 대화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스타의 진솔한 모습이 매력이다. <꽃보다> 시리즈, <윤식당>을 같이 제작한 제작진 이른바, 나영석 사단과의 대화는 모르고 봤던 영상의 제작 비하인드, 방송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이 흥미롭다.
나 PD는 조언을 구한다며 침착맨 영상에 출연했다. 그동안 강박이 있었다고 했다. 보는 동안 계속 웃겨야 하고, 잠시라도 마 뜨는 것 없이 재밌는 액기스만 뽑아서 내야 한다고. 침착맨이 여기에 컨설팅을 해줬는데 영상 호흡이 빠르면 보는 사람에게 집중력을 요구한다고 했다. 포인트는 ‘집중 안 하고 봐도 되는 영상’이라고. 설거지하면서 보는데 영상이 재밌으면 하던 일 멈추고 다시 돌려서 봐야 하지 않냐는 거다. 나 PD는 너무 와닿는 말이라며 요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웃기지 않아도 사람들은 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나는 최근에 유튜브 팀으로 옮기고 투자 전문가를 인터뷰하는 영상을 제작 중이다. 한 시간 정도를 인터뷰하는데 드러내는 것 거의 없이 최소한의 컷편집만으로 2편 내지 3편으로 나눠서 업로드한다. 신기하게도 짧은 호흡으로 편집에 품을 들인 콘텐츠보다 평균 재생 지속 시간이 2배가 나온다. 멘트로 액기스만 꾹꾹 모아 담지 않아도 무슨 말이 이어질지 궁금하면 좀 더 본다는 의미일까. (침착맨이나 채널 십오야처럼 팬덤이 있고 조회수가 터지는 영상은 시청 지속 시간이 얼마나 길게 나올까…)
그간 유튜브 플랫폼에선 짧은 호흡으로 편집한 20분 내외 영상들이 많았는데 이마저도 길어서 안 보는 거라며 반으로 뚝 잘라서 낸다. 요즘엔 10분 미만의 영상들도 자주 보인다. 숏폼 영상은 갈수록 더 짧아지고 긴 영상은 갈수록 많이 보인다. 영상 길이가 양극화되는 양상 같기도 하고. 언젠가 유튜브는 포맷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플랫폼이라고 들었다. 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출연하면 포맷이 중요치 않다는 거다. 사람들은 ‘궁금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구가 있고, 유튜브를 라디오처럼 듣던 10분 동안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력을 가지고 보던, 영상을 선택하는 건 결국 ‘그 사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