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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아빠 Jul 10. 2023

감기와 글

아픈 날에는 글을 쉰다.
쓸 수는 있는데 건강 생각해 쉰다는 것이 아니라,
쓰고는 싶으나 써지질 않는다.
아마 와중에 무언가 머리를 번쩍 스치면
열일 제치고 쓸 것이다.

콧물이 부비동을 꽉 채우고
뇌척수액 공간까지 밀고 들어가려는지
얼굴은 터질 것 같고.
빠르게 돌아가던 뉴런들도 둔해진건지
눈은 책의 종점에 도착했는데
가슴은 저 멀리 아직도 따라올 기미가 없다.

먹은 밥은 벌써 대장과 직장을 지나
정화조 거쳐 먼바다로 나갔을 지도 모르는데
혼밥에 얽힌 생각도, 밥에 연루된 사람들도, 이야기도 아직 모두 얹혀있다.
전에는 그게 쓰디쓴 쓸개즙 때문이더니
이번엔 그저 멍한 콧물 때문이라니.
콧물 덕분에 며칠 격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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