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 씨의 故 강수연 님 별세 관련 유튜브 방송 유감
배우 강수연 님이 먼 여행을 떠나셨다. 그리고 상중에 의학 채널이라는 유튜브 방송 비온뒤에서 홍혜걸 씨가 '강수연은 왜 숨졌나'라는 방송을 올렸다.
나는 홍혜걸 씨 방송 내용의 무심함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우선 언론은 그가 '강수연'이라는 이름을 굳이 넣어 장사하려는 속셈이 문제라고 짚었다. 홍혜걸 씨의 유튜브 방송 이후 논란이 일자, 그는 채널 공지글을 통해 아래와 같은 사과의 변을 올렸다.
"오늘 제가 올린 강수연 씨 사망원인에 대한 유튜브 영상에 약간의 비판이 있습니다. “강수연은 왜 숨졌나”란 제목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팬들에겐 다소 무례하게 보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대중을 상대하는 미디어 종사자들은 예민하게 정서를 살펴야 했는데 제가 부족했습니다. “강수연 별세의 원인과 대책”으로 바꿔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마음 상한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출처: 유튜브 채널 비온뒤가 게시한 사과 댓글)
조심스럽지만, 그의 사과글로 미루어 짐작건대 홍혜걸 씨는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다. 본인이 '팬들에게' 무례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왜 숨졌나?'를 '별세'라고 약간 예의 차리는 듯한 용어로 바꾸면 '무례'가 '례'로 바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그가 무슨 말을 했을지 언론을 통해 대강 알 것 같았지만, 보지도 않고 비판할 수는 없어 직접 방송을 시청하다가 어느 부분에서 울컥해서 더 이상 보지 못했다.
뇌동맥류, 알고 있다. 나도 최근 전문간호사가 쓴 뇌졸중이라는 책을 읽고, 뇌 MRI와 MRA를 최근에 찍어보면서 조금 알게 되었다. 많이들 알고 계신 내용이겠으나, 모르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 그래서 그게 파열되어 발생하는 두통은 평상시의 두통과 매우 다른 수준의 것이기에 구별이 가능하다는 포스팅도 작성했었다.
강수연 님께서 별세하신 원인도 이 뇌동맥류로 알려졌단다. 그렇다면 '삼가 조의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방송을 보시는 여러분도 조심하시고 이런저런 전조증상이 있는 경우엔 뇌동맥류일 가능성이 있으니 신속히 병원에 가시길 바란다'. 딱 여기까지 말했어야 한다. 홍혜걸 씨가 의사이지만 상인의 자리에 더 가까이 서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래서 정 故 강수연 님의 죽음을 자신의 영업기회로 쓰고 싶었더라도 여기까지만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는 선을 넘었다. "오전에 두통을 호소했지만 강수연 씨가 참아보겠다고 말씀하셔서 가족들이 신속히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오전에 갔더라면 수술을 통해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그게 무척 아쉽다."라는 말. 바로 그 지점이 자신이 넘지 말았어야 할 선임을 그는 아직 모를 것이다. 내 글을 그가 볼 가능성은 희박하니, 다른 분이 말해주지 않는다면 아마 평생 모를 것이다.
1. 그냥 견뎌보겠다는 강수연 님을 끝내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못한 가족은 평생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이런 말을 무심하게 던지는 것일까. 그가 한 말은 살릴 수 있었던 강수연을 뇌동맥류의 전조증상도 '몰라서' 살리지 못한 '무지한' 죄인으로 유가족에 낙인을 찍는 것에 다름 아니다.
생각해 보라. 이미 떠나가신 님을 두고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느니, 아쉽다느니 하는 말을 주워섬기는 것이 상황에 맞는 말인가. 유가족 옆에서 '에이,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살렸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침통한 유족 옆에서 '어휴 뇌동맥류인 걸 몰라서 사람을 보내고 말았네. 나는 알았는데...' 하면서 지식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게 그리도 급했을까. 상도 끝나지 않은 그 시각에 제주도에서 집까지 황급히 올라와 방송을 찍었다고 밝히는 것을 보면 그 잔인한 지식을 빨리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었나 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조용히 문상을 가셨어야지.
2. 뿐만이랴. 그의 말에 따르면 故 강수연 님은 본인의 두통이 뇌동맥류 파열인 것을 분별하지 못한 '무지함'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죽음을 자초한 셈이다. 홍혜걸 씨의 표현 속에서 故 강수연 님의 치열했던 삶의 마지막은 '병에 대한 무지함'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고인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그 넘치는 '앎'을 강조하고 싶었는가.
3. 홍혜걸 씨는 방송 초반에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고인의 말씀을 평소 좋아했었다고 회상하시던데. 본인의 가오는 어떻게 된 것인지 묻고 싶다. 조회 수가 곧 돈인 상황에서 영상 타이밍과 네이밍은 꼼꼼하게 챙기시면서. 죽음과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성찰, 아니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배려와 조심성. 그것이 의대 나와서 잠시나마 언론인 생활을 했고, 지금 의료 채널을 운영한다는 당신의 가오였어야 한다.
아니다. 당신의 주된 고객은 아마 환우와 보호자들일 것이다. 그쯤 되면 있으면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배려와 조심성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가오라고 하기도 뭣하다. 상인이니 상업적이고 자본주의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겠다. 홍혜걸 씨에게 결여된 것은 고객에 대한 생산자의 제조물 안전 책임이다. 그가 만든 상품 표면에 날카로운 칼이 있어 포장을 뜯다가 고객의 손이 베이고 만 것이다.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 다친 게 차라리 손이면 좋겠다.
4. 한 가지만 더 짚자. 그는 뇌내출혈로 인한 뇌압 상승과 그로 인한 뇌간의 이탈이 심정지를 가져왔다며 상세히도 묘사를 했다. 그 세묘에 자연스레 그녀가 맞이했을 죽음의 모습이 그려질 정도였다. 배우였던 故 강수연 님께서 대중들에게 마지막 인상을 어떻게 남기고 싶었을까. 포르노그라피적인 그 시선으로 대중 앞에 부검을 할 권한을 누가 그에게 주었는가.
5. 이쯤 되니 지난해 홍혜걸 씨가 故 유상철 감독의 추모 열기에 편승해 자신도 폐암 환자 행세를 하며 관심을 유발하려다 부인께서 폐 간유리음영이지 암 확진이 아니라고 정정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암 환우분들이 마음 다치게 된 소동이 이번에 재연된 것 같다. 한 번은 실수여도 두 번은 그렇지 않다. 그때 그러면 안 된다고 누가 따끔하게 말씀 안 해준 것이 이런 사태를 다시 반복하게 된 원인이 아닌가 싶어, 당신은 보지도 못할 글을 필부인 내가 굳이 쓴다. 혹시나 가닿을까 싶어.
6. 최근에는 결국 간유리음영 치료를 위해 수술하셨는지 수술복 입고 방송하시더라. 조속히 회복되시길 바란다. 하지만 수술복 입고 찍은 바로 다음 편에서 폐암에 대한 정보를 또 판매하시더라. 호흡이 곤란해져 모르핀으로도 고통을 저감 시켜줄 수 없기에, 폐암이 임종 시 가장 고통스럽다고 포르노적인 시선으로 묘사하시는 것도 방송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그 내용을 설명하실 때는 제발 그 멍멍이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웃지는 마시라. 그 고통에 조금이라도 공감을 표하려거든.
그의 방식을 돌려주고 싶다. 소심하지만 자본주의적으로 그에게 책임을 물어야겠다. 유쾌한 복수법을 하나 공유하고자 한다. 여**더 유*균 광고가 보이면 한 번씩 눌러보자. 블로그라면 포스팅하신 분에게 수익이 갈 것이고, 그 광고비용이 광고주에게 청구될 것이다. 아, 정확하게는 그 가족에게 연대책임을 요구하는 셈이다. 자신도 유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으니 그 정도는 감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