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11 안그리고 못그리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직장인의 월요병은 왜 생겼나

by Thinker

그럴때 있으신가요

그림을 못그리겠기도 하고

안그리고 있기도 하는 때


누가 들으면 언제는 그림그리라고 시켰냐고 말하겠지만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공유하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


그려야하는데, 못그리고 또 안그리고 있는것 같은 감정


이래선 나 자신을 어디가서 아티스트라고 소개하지 못하겠어

하는 이상한 죄책감과 수치심

그건 디지털 작업이든 아날로그 작업이든 다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귀찮고.. 또 뭘그려야할지도 잘모르겠고


한편으로는 너무바빠

그림을 그리고 싶다가도
“지금 그릴 때야?”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모든게 이상하게 미안해집니다.
뭐에 미안한 건지도 모르겠는데 그냥스스로의 재능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대학시절을 돌이켜보면

예전엔 진짜 별 거 아닌 것도 잘 그렸던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본 사람, 카페의 빈컵, 꽃과 식물들
그때는 결과보다 그리는 게 먼저였는데,
지금은 그리기도 전에
‘이건 뭐가 되겠나’부터 계산하게 됩니다.

혹은 이건 다 그리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시작되면
왠지모르게 연필이, 붓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냥 덮어놓고 잊어버립니다.
일이 많으니까,
지금은 여유가 없으니까,
집중이 안 되니까.


그렇게 며칠, 몇 주,
어느새 몇 달이 지나가고 나면
그림을 그린다는 감각 자체가 무뎌집니다.


다시 그림을 잡을 때 감각이 무뎌졌다는것이더 잘 느껴지곤합니다.


그럴땐 일부러
아무 계획도 없이 작은 종이 한 장 꺼내서
손에 잡히는 펜으로 그려봅니다.


내용도 없고, 잘 보이지도 않는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립니다.
관찰하는 대상도 없이, 동그라미, 선, 패턴, 아무 타이포를 리듬에 맞춰 그려봅니다. 어쩌면 우리가 받는 압박은 규정된 뭔가에서 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내가 되어야하고

어떤 결과물이 되어야하고

어떤 효과가 있어야하고


그 모든것이 어찌보면 '예술'과 많이 동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안그리고 못그리게 하는 장애물이 될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림을 감상하는 이유중하나가

그렇게 규정되는것에 지친 현대인들이

규정을 벗어난 무언가를 보고싶어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이걸

이렇게?


그래서 아무 이유없이 그려봅시다.

완성도 하지말고

제출도 하지말고

누구 보여주지도 말고

그냥 가장 좋아하는 재료를 골라

가장 좋아하는 색을 골라

아무곳에 슥 칠해봅시다.


하루도 비슷합니다.


뭔가 특별하게 해낸 날들만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닐까요


그래서 자꾸 못하겠고 안하고 싶은 하루하루들이 생겨나는게 아닐까요

마치 직장인의 월요일처럼요


다 안하고 싶고

못해먹겠다


그렇지만 그날들이 의미없는것도 아닙니다.

힘들어도 밥을 먹고

힘들어도 운동하다보면

언젠가는 어? 소리나는 좋은 날이 있는것 처럼


언젠가 어?하는 작품이 나올때까지

작게 같이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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