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직 준비 3편 -포트폴리오

by 채오니

글로 정리한 것 중 베스트컷을 담는 포트폴리오

앞서 나의 경험을 쭉 펼쳐 놓고 순서를 맞춰서 글로 정리한 것이 경력기술서라면, 그걸 그림으로 예쁘게 보여주는 것이 포트폴리오다. 그동안 해왔던 경험들 중에서 제일 임팩트 있고 자신있는 것만 추려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포트폴리오는 나라는 사람을 세일즈 하기 위해 베스트 아이템으로 구성된 카탈로그를 보여주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포트폴리오도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흐름과 구성에 대해 정리가 필요했다.

1. 어떤 프로젝트를 넣을 것인가
2. 어떤 순서로 배치할 것인가
3.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1. 어떤 프로젝트를 넣을 것인가

프로젝트 수나 페이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답은 없다. 실제로 나의 경우에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세세하게 풀어서 합격한 경우도 있고, 몇 가지 프로젝트를 핵심만 넣어서 합격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오답률을 줄일 수 있는 방향이 있다면, 회사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나눠서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최근에 만든 포트폴리오도 기본은 다 문제 해결이지만 UX 개선, 신규 서비스 출시, 시각화 등 초점을 다르게 해서 덜 지루하고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느껴질 수 있게 했다.


2. 어떤 순서로 배치할 것인가

가장 큰 성과를 이뤘거나, 가장 큰 깨달음을 얻었거나, 가장 주도적으로 이끌었다거나 하는 기준을 가지고 순서를 정한다. 이력서나 경력기술서는 최근 경력을 먼저 작성해 나가는 것이 기본이지만 포트폴리오는 조금 더 전략적으로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걸 정하거나, 회사에서 원하는 역할에 더 강점이 될법한 패부터 내밀 수도 있다.


3.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포트폴리오 흐름

각각의 프로젝트는 배경 > 문제 > 해결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전개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람은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으며 공들여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친절하게 내가 어떤 사고의 흐름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잘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경험을 설계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포트폴리오를 읽는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할지 생각하며 작업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B2B 프로덕트나 도메인이 생소한 경우에는 프로젝트가 낯설기 때문에, 쉽게 핵심만 전달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제 3자의 입장에서 이걸 본다고 가정했다. 처음에는 줄글 형태로 내가 담고싶은 내용을 페이지마다 적고, 문장을 다듬으며 이를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시각적 장치를 배치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빨리 완성해서 지원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계속 흐름을 다듬고, 한 페이지 안의 글과 이미지도 꼭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더 잘 표현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했다.




포트폴리오 다듬기

포트폴리오 초안을 완성하고 나서 당장 지원서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꼭 퇴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추천한다. 바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보고, 개선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공들여 만들었어도 작업자 본인은 놓치는 부분이 많다. 나는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개선해 나갔다.


1. 스스로 계속 다시 보기

완성했다고 생각한 포트폴리오를 하루 이틀 정도 묵혀두고 다시 보면 신기하게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나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써놓았다거나, 넣고 싶은 이미지 하나에 매몰되어 구성이 억지스러운 걸 발견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업무하느라 바쁜 와중에 pdf를 켜서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는 채용 담당자'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눈으로 훑으며 수정 및 보완하고 싶은 부분을 찾으려고 했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보다 보면 이 프로젝트에서 강조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더 명확해진다. 처음엔 이것저것 다 보여주고 싶어서 욕심을 부렸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과감하게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2. 사람에게 피드백 받기

아무리 혼자 열심히 봐도, 나는 이미 프로젝트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매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수정할 때마다는 아니지만, 큰 틀이 바뀌거나 할 때 몇 번 정도는 타인에게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역으로 나도 다른 사람들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피드백을 주기도 하는데, 해당 내용을 처음 본 사람이 전달하는 의견은 놓쳤던 부분을 찾는 데 꽤나 유용하다.


3. AI에게 피드백 받기

마지막으로 활용한 방법은 AI였다. ChatGPT와 Claude에게 포트폴리오 화면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요청했다.

당신은 테크 스타트업의 디자인 팀장입니다.
연간 50개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며, 실제로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각 포트폴리오를 5분 이내로 훑어봅니다.

이 포트폴리오를 보고:
1. 첫 1분 안에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2. 끝까지 읽고 싶게 만드는 요소가 있나요? 없나요?
3.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요? 왜 그런가요?
4. 이 사람의 실제 역할과 기여도가 명확한가요?
5. 디자인 결정의 근거가 설득력 있나요?
6. 솔직히 말해서, 탈락시킬 것 같은 이유가 있다면?

[포트폴리오 내용]

위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해서 논리적인 흐름을 봐달라고 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는 등 개선점을 찾아갔다. 무엇보다 가장 유용했던 건 문장에 대한 검토였다. 너무 장황하게 쓴 문장을 간결하게 줄이거나, 반대로 너무 축약해서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는 반대로 다른 버전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표현이나 구조를 제안해 줘서, 그중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거나 조합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단, AI 피드백에만 의존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일부러 두 가지 이상의 AI를 사용한 것도 치우치지 않기 위함이었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고 AI의 제안을 참고하되, 원래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을 때는 내 소신대로 밀고 나갔다.




마치며

나의 경우 포트폴리오 자체 디자인은 힘을 빼고 심플하게 구성해서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핵심만 논리적으로 구성해서, 도메인이나 업무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처음엔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았지만, 퇴고를 거듭할수록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덜어내고 핵심 메시지만 남기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포트폴리오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이직 준비다 보니 퇴근 후와 주말을 반납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정답과 끝이 없기에 지난하고 심신이 지치는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스스로 반복해서 읽고 계속 다듬어 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계속 개선해 나가는 마음으로 만들다 보면 어느새 자신있게 내밀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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