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범인 Feb 05. 2020

N번방에 대하여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연관 콘텐츠


◆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는 아이튠즈 팟캐스트, 팟빵, 네이버 오디오클립, 유튜브(오디오)에서 청취 가능합니다.


텔레그램 n번방의 시작


역사적으로 성착취 범죄는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근원적인 해결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왔고 우리는 현재까지도 성착취 범죄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초창기 시작된 소라넷은 2000년대 불법적인 성인 콘텐츠를 유통‧유포하며 이러한 범죄의 장이 되었습니다. 2010년 소라넷은 차단되었지만 가해자들은 트위터 연동을 통한 링크 공유 등 추가 경로를 개척해 범죄를 지속했습니다.


2010년대 웹하드를 기반으로 불법 성인 콘텐츠를 거래하는 등 그 방식이 변형되었지만 2019년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디지털성범죄 피해에 대한 의식의 변화로 불법 성인물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버닝썬 등의 사건에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대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기존 웹하드와 카카오톡을 불법성인물 소비에 활용했던 가해자들은 새롭고 보안성이 높은(추적되지 않는) 수단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보안성이 높다고 알려진 텔레그램 메신저에 숫자를 붙여 오픈채팅방(채널)을 만들었던 소위 'n번방'입니다.


피해 특성


과거의 많은 성착취가 그래 왔듯 텔레그램 n번방의 전략도 '협박'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확보하고 점진적인 협박을 통해 피해자의 사진, 영상 등을 요구하여 받아냅니다. 이러한 피해자의 신상정보와 촬영물은 n번방을 돌며 이를 소비하는 가해자들의 소비재가 됩니다.


착취의 기본인 반복적인 협박은 피해자가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조차 또 다른 협박으로 착취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합니다. 언제든 신상과 촬영물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은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착취의 요구에 더욱 순응하게 합니다.

 

피해 종류와 수법


n번방과 관련된 피해는 크게 성착취, 유포 및 유통, 추가 협박과 성착취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성착취


n번방은 성착취물을 거래하는 공간으로, n번방에서 거래할 '상품(성착취물)'을 만들기 위해 성착취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착취가 시작되는 알려진 방법으로는 경찰사칭과 해킹, 구인광고가 있습니다.


착취의 주요 대상이 되었던 피해자는 트위터의 '일탈계(얼굴이나 신상공개 없이 노출사진이나 선정적인 글을 올리는 '일탈계정'의 줄임말)'사용자로, 가해자는 일탈계에 메시지(direct message:DM)로 경찰사칭 메시지를 보내거나 해킹 링크를 보내는 것으로 대상자를 찾습니다.


가해자는 경찰사칭시 '음란물 유포 혐의 조사'를 언급하며 개인정보를 요구하여 피해자가 이러한 정보를 제공한 이후부터 협박과 착취가 시작됩니다. 가해자가 해킹 링크를 보내는 경우 피해자가 링크 클릭 이후 로그인을 하는 것으로 착각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하고 로그인 정보를 활용해 피해자의 신상을 파악한 후 협박과 착취가 시작됩니다. 구인광고를 통해 고액 수입을 보장한다는 홍보 아르바이트 등으로 재정적인 필요가 시급한 피해자를 모집, 선입금 등의 명목으로 신상정보를 받아낸 후 협박과 착취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착취는 비교적 단순한 사진이나 영상부터 시작하여 나체사진, 변태적 행위, 성관계 영상 등을 요구합니다.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n번방과 같은 곳에 지금까지의 자료와 신상정보를 유포하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을 하면서, 지인이나 가족에게도 알리겠다는 협박도 일삼습니다. 또한 특정 기간 동안 요구를 들어주면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넘어가겠다고 피해자를 회유해 사진과 영상 등을 받아내기도 하며 협박과 착취가 지속되기도 합니다.


유포 및 유통


이러한 상품(착취물)을 유료 채팅방을 통해 거래하는 곳이 바로 n번방입니다.


n번방은 방 하나당 적게는 수백 명부터 수천 명의 이용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방이 신고가 누적되어 사라지는 '방 폭파'를 대비하여 '대피소'라는 공간 또한 마련하여 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거래가 적발되지 않도록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페나 상품권을 활용하여 방의 유료 입장권을 판매합니다.


또한, 성착취의 과정이 포함된 불법콘텐츠 이외에 불법촬영물이나 지인‧연예인합성사진 등도 n번방 거래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추가 협박과 성착취


피해자는 n번방을 통해 촬영물뿐만 아니라 신상도 공개되어있기 때문에 이를 소비하는 가해자들이 손쉽게 추가적인 협박과 성착취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성착취물을 소비한 후 피해자를 대상으로 집단성폭행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주소지를 찾아가 인증하는 등의 추가적인 가해를 하기도 했습니다.



심각성


무엇보다 이러한 피해의 대상이 성인뿐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까지 이어진다는데 있습니다. 또한, SNS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지인을 대상으로 혹은 연예인을 대상으로 합성사진이나 영상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있어 단순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사안입니다.


현재 몇 개의 n번방이 운영되고 있는지, 몇 명의 운영자가 있고 이용자의 규모는 어떤지, 피해자는 얼마나 되는지 등 관련하여 파악된 바 없고, 불법성착취물에 대한 '계보를 잇겠다'며 공개 선언을 하는 개인이 있어도 그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다는 활발한 움직임도 없습니다. 해당 메신저인 텔레그램측과의 소통도 부재하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의지조차 없습니다. ‘어차피 못 잡는다’ ‘어차피 아무것도 못한다’는 입장으로 대하는 수사기관의 입장도 문제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언론사와 매체들, 개인들은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들 조차도 n번방 운영진의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님에도 이 모든 것을 개인들이 맞서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이제라도 n번방에 대해 알게 되고 성착취 문제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대중이 가해 수법이나 경로를 파악했기 때문에 다른 경로 우회하거나 이에 대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이 대비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요?


운영진이나 주요 인물을 검거한다고 해도, 형법의 협박이나 성폭력특별법의 불법촬영에 대한 법은 있지만 처벌의 강도(불법촬영 징역 최대 5년 혹은 3천만원 이하 벌금)가 적절한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다른 가해자로 대체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범죄인만큼 사회문화 전반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


메신저 성착취 n번방은 단순히 SNS를 하지 않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또 다른 방식의 성착취가 다른 매개를 통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루어질 것입니다.


피해 예방을 위해서 잠재적 피해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피해는 가해자의 잘못이며 피해자를 탓하는 것은 '그렇게 옷을 입으니 당했지'라고 성범죄 피해자를 탓했던 무지했던 과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 범죄의 탓을 받아야 할 사람은 성착취를 하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보는 사람, 방관하는 사람입니다.


성을 상품화하는 그릇된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개인은 누군가의 유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성 상품화는 놀이문화가 아닙니다. 더 이상 '야동'이나 '몰카'는 재미로 이름을 지어 버리고 웃어넘기는 농담이 아닌 불법촬영 범죄입니다.


'남들 다 하는 것인데 재수 없게 잘못 걸린 것'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은 좋은 법과 집행이 아닙니다. 정확하고 신속하며 적절한 수준의 처벌이 인식을 바꿉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를 바꾸고 사회를 바꿔야 하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길이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성착취가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 때까지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국회청원 (청원 마감: 2월 14일)

동의진행 청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onGoing/9C11598F598C39B3E054A0369F40E84E



청와대 청원

(청원마감) 성 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수사를 청원합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4284


피해지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 피해 상담과 수사법률지원, 심리치료연계지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전화 : 02) 817-7959 이메일 : hotline@cyber-lion.com

http://cyber-lion.com/


매거진의 이전글 빅데이터와 형사정책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