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
오늘도 서둘러 퇴근했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을 했지만, 회사에 있어도 마음은 늘 집에 있다.
퇴근길에는 필요한 물건이 떠오르면 바로 사들고 집으로 간다.
집에 도착하니 아기의 목욕 시간이 되었다.
아내와 함께 아기를 목욕시키고 교감하며 눈을 맞춘다.
몸은 피곤하지만, 그 순간은 웃음이 절로 나온다.
목욕 후 마지막 수유를 마치고 아기를 재우면, 비로소 우리 부부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짧지만 소중한 이 시간.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맥주 한 잔에 치킨을 곁들이기도 한다.
태블릿으로 보고 싶던 프로그램을 함께 보며 잠시나마 육아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결혼과 동시에 찾아온 아기 덕분에, 혼수로 샀던 대형 TV는 1년 만에 그 존재감을 잃었지만, 우리는 나름의 방법으로 즐거움을 찾는다.
오늘 대화의 주제는 이유식이었다.
이유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리 아기는 좀처럼 잘 먹지 않는다.
분유를 너무 잘 먹어서 키도 크고 몸무게도 좋아 당연히 이유식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아에는 '당연히'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며칠 동안 계속 이유식을 거부하던 아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싶었지만, 여전히 잘 먹지 않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나? 직접 만들어 먹이는 대신 사서 먹여볼까?
아내와 나는 고민을 주고받으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오늘은 얼마나 먹었어?"
"25g 정도 먹였어."
아내의 대답에 나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말에 내가 먹였을 땐 다 먹었는데, 오늘은 왜 안 먹었을까?"
아내는 내 말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잘 못 먹이나 봐."
아내도 속상해했고, 나도 속상했다.
‘내가 먹였다면 다 먹였을 텐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런 생각들은 표정에 드러나고, 대화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따뜻한 위로가 먼저 나와야 한다.
"얼마나 힘들었어? 먹이느라 고생했지."
하지만 걱정과 속상함이 앞서 그런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말을 잘못하면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육아를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싸움의 주제는 항상 사소하지만, 싸움이 커지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왜 이것밖에 못했어?"
"내가 이거 했는데 여보는 뭐했어?"
"내가 더 힘들어."
주제는 사라지고 서로의 상처를 헤집는 말들만 남는다.
속상함은 참 다루기 어려운 감정이다.
이 감정에 휘둘리면 상대방을 탓하기 쉽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 아니며, 해결 방법도 상대방에게 있지 않다.
이 감정에 익숙하지 않으면 결국 싸움으로 이어지곤 했다.
다행히 우리는 이제 속상함을 조금씩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
속상함은 속상함일 뿐이라는 것을.
그 감정을 억지로 감추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잠시 시간을 두고 정리하다 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닌 단순한 감정으로 돌아간다.
잠시 떨어져 있거나, 다른 주제로 대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감정이 가라앉은 뒤 우리는 서로를 꼭 안아주었다.
그 순간이 너무 따뜻하고 좋았다.
"이렇게 안아본 게 얼마 만이지?"
마음이 풀리고, 다시금 서로를 아껴주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남은 집안을 정리하려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청소를 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도 변하고 있구나.'
속상한 감정이 들 때 서로를 탓하지 않고, 싸우지 않고,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모습이 참 좋았다.
앞으로도 속상한 순간은 분명 더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서로를 아끼고, 함께 이겨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육아는 1년짜리 프로젝트가 아니라 끝없는 여정이다.
그러니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