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푸르다.

by 라미

운이 좋게도,
갑작스럽게 1박 2일 여행을 가게 되었다.
올해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일지도 모를 여행.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설렜다.

잠깐 들른 경주.
넓게 펼쳐진 잔디밭 한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덩그러니.
다른 나무들과는 거리를 두고, 조용히.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나무를 바라보다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
나는 무엇을 느꼈던 걸까.

아마도—
참 평화롭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내 삶도 이렇게 넓고 잔잔했으면, 하고 바랐던 것 같다.

장마로 인해 구름이 가득 낀 하늘.
답답하고, 우울하고, 꽉 막힌 느낌.
그건 꼭 지금 내 마음 같았다.

그런데도
그 구름 아래의 나무는 푸르렀다.

혼자 있음에도,
뒤편의 수많은 나무들과 멀찍이 떨어져 있음에도,
그 나무는 푸릇푸릇, 참 씩씩하고 멋졌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지금은 남들과의 교류도 줄이고
그저 집 안에서 가족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지만—

혹시 밖에서 보는 나 역시
저 나무처럼
푸르고, 단단하고, 멋져 보이지 않을까?

그런 희망 하나 품고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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