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입학식과 졸업식이 되면 아빠는 늘 큼직한 필름카메라를 들고 나와 우리 가족을 찍어주셨다.
중·고등학생 땐 투박하게 생긴 그 카메라가 부끄러웠다. 작고 예쁜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기 시작할 때여서 크고 못생긴 카메라가 내심 싫었다. '찰카닥'하는 셔터 소리는 또 왜 이렇게 큰지, 셔터 소리가 날 때마다 나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 같아 빨리 사진 찍히는 걸 끝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 그 부끄러움이 극에 달해서 이후에 부모님께 '우리도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자'며 조르고 졸랐다. 어린 내 마음을 눈치챈 부모님은 얼마 안 돼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주셨다. 생각보다 빨리 미러리스 카메라를 살 수 있었던 건, '무거운 카메라를 왜 들고 다니냐'는 엄마의 맞장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아빠의 필름카메라는 그렇게 장롱 속으로 꼭꼭 숨었다.
(지금, 천천히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나의 짧은 생각 때문에 아빠가 좋아하는 취미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아 슬프다.)
대학교 때,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걸 즐기는 선배 한 명이 있었다. 선배의 카메라를 구경하다 보니 문득 우리 집 장롱 속 카메라 생각이 났다.
"우리 집에도 필름카메라 있어요. 근데 잘 안 써서 장롱에 처박혀 있어요."
"와, 말로만 듣던 장롱 카메라네? 한번 가져와볼래?"
선배에게 필름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눈을 반짝이며 어떤 기종인지 궁금하다고, 다음에 가지고 와 달라고 했다. 카메라를 꺼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에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땐 몰랐다. 이 카메라가 나의 가장 소중한 물건이 될 줄은.
그렇게 (나에 의해 장롱에 들어간) 필름카메라는 (또 다시 나에 의해) 장롱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