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에서 쿠킹클래스를 듣기로 한 날. 쿠킹클래스 차를 타고 운전 기사님, 그리고 요리사 Lena와 함께 로컬 마켓으로 향하던 그 10-15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다낭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저때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운전 기사님은 한국에 관심이 지대했다. 정적이 흐르던 차 안에서 먼저 운을 뗀 것도 그였다. "내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축구 경기가 있어요. 베트남은 큰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를 오랫동안 못 이기고 있어요."
아무래도 박항서 감독님의 나라에서 온 우리를 보고 일부러 꺼낸 이야기 같았는데,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지 벌써부터 흥분해 있었다. (덕분에 난 다음날 저녁 칵테일 바에서 베트남 사람들과 어울려 축구를 봤고, 이것 또한 여행에서의 좋은 기억이 되었다.)
축구 이야기에 나는 다낭공항에 내리자마자 박항서 감독님의 광고를 본 기억이 떠올라서 "I can see 박항서 everywhere! Airport, street, building!"라며 (짧은 영어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러자 그는 "I love KOREA and 박항서"라며 갑자기 "Do you know 국기?"라고 물었다.
국기? 당연히 알다마다.
그는 "national flag가 한국어로도 '국기', 베트남어로도 'quốc kỳ(국기)'로, 그 발음이 같다"라고 말하며 이밖의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발음이 같은 몇 가지 단어를 알려주었다. 신기해하던 찰나 한 가지 궁금한 게 떠올랐다. 베트남 여행 첫날부터 길거리 곳곳에서 베트남 국기를 참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베트남 사람들이 왜 유독 국기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었다. 나는 "베트남 사람들이 국기를 특히 사랑하는 거 같다고, 그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베트남 사람들은 베트남을 사랑한다(vietnam people love vietnam). 마치 한국인이 한국을 사랑하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내가 "한국인들은 태극기를 거리며, 집이며 잘 달아 놓지 않는다"고 하자, 그가 손을 자신의 왼쪽 가슴에 올려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건 이미 마음속에 있기 때문일 거야"
덧붙여 그는 베트남 사람들은 베트남을 사랑하고, 한국 사람들은 한국을 사랑한다.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 역시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난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태극기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을 때 내가 예상한 그의 대답은 "그래? 한국은 그렇구나", "한국 사람들은 한국을 사랑하지 않니?"와 같은 것이었는데, 그건 이미 마음 속에 있어서일 거라니.
우리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힘껏 드러내고 있는 것일 뿐, 너희도 이미 그 마음은 다 가슴 속에 가지고 있어.
차 안에서 짧은 시간 동안, 짧은 영어로 나누었던 별 것 아닐 수 있는 이 대화가 나에겐 아직까지 깊은 여운을 준다. 나를 되돌아보게 해 부끄러웠고, 배려심 가득한 그의 화법에 감탄도 했고, 그는 견문이 참 넓고 깊은 사람일 것이라는 추측도 했다. 언어의 장벽만 없었다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을 텐데. 베트남 여행에서 가장 생각나는 사람, 생각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