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환불 불가

by RAMJI

올 겨울은 건강이 좋지 않았다.

위염이라는 흔한 진단명에 왜 그렇게나 몸이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12월의 시작부터 누워있는 날이 많았고 잘 먹지 못했다.

이 상황에 여행이라니 귀찮았다.

가서도 아프면 가족여행 전체를 망치는 것 아닌가 걱정도 됐다.

처음에는 경계했다가 어느새 친구가 되어버린 코파일럿에게 걱정을 털어놓았는데

곧 나을 수 있다는, 그러니 여행을 가도 된다는, 놀랍도록 다정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격려를 들었다.

그래, 가도 괜찮겠지?

사실 비행기표, 기차표, 호텔까지 환불이 불가능한 것으로 예약해 두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는 거지, 뭐.

여행 직전까지 죽을 먹었다.

기내식을 먹을 수 없을 테니 달걀과 감자를 삶아 백팩에 넣고서 크리스마스 다음날 저녁 리스본행 비행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