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병원을 찾았다.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검사를 기다리면서, 그리고 검사 후에는 결과를 기다리면서 할 일을 찾아 휴대폰 사진첩을 열었다. 불필요한 사진을 삭제해 저장공간을 확보할 참이었다. 2022년부터 찍은 사진이 빼곡히 담겨있었다.
2022년 여름 영국생활 막바지 순간부터 시작했다. 두 아들이 어렸고, 남편과 나는 젊었다. 한국 귀국 직전 런던에도 가고, 스코틀랜드에도 갔다. 언제 이렇게 여행을 해보겠느냐는 생각에 작정하고 다녔던 호시절이었다. 그런데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추억을 만들겠다고 시간과 돈을 쏟았는데, 무엇이 남았는지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2022년 가을, 한국에 돌아왔다. 이후 1년은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일이나 직장상사가 준 스트레스는 사진에 남아있지 않다. 여행의 추억만큼 일에 관한 기억도 희미하니 억울한 마음이 다소 줄어든다.
왼쪽 뺨의 피부경화증이 악화되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찍어놓은 셀카 사진들이 많아 당시 받았던 스트레스가 되살아난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니 그때의 나 예쁘다. 뺨이 염증 반응으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어도 말이다. 그땐 내 얼굴 쳐다보는 게 무서웠는데,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건강했네. 항상 오늘이 가장 젊고 아름답구나.
그리고, 업무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치던 그때도 아이들은 자라고 있었다. 큰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식 사진, 이어서 초등학교 입학식 사진을 보니 앳된 얼굴이 참 예쁘다. 고모가 책상을 사주셔서 책상에 앉아 찍은 사진을 보니 얼굴에 뿌듯함이 묻어난다. 둘째는 통통한 것을 보니 젖살이 남아있는데 그때도 애교쟁이었네. 11월과 5월에는 가족 여행을 갔다. 바닷가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니 내 표정이 밝다. 불행하지 않았구나. 행복을 품에 안고 있었구나.
호기검사결과가 나와서 사진첩을 덮었다. 검사 결과 음성, 제균치료 성공이다. 기쁘다. 얼른 가족에게 알려야지. 힘이 난다. 사진첩에서 본 내 모습을 잊지 말고 지금을 충실히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