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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JI Sep 21. 2024

어떤 말과 생각으로 떠날까

김훈 작가는 “허송세월(재의 가벼움)”에서 우리보다 세상을 먼저 떠난 세 사람의 유언을 소개했다. 먼저 김훈 작가의 아버지다. 평생을 밖으로 나돌았다는 작가의 아버지는 “미안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다. 다음으로 퇴계 이황의 유언인 “매화 화분에 물 줘라”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친구 김용택 시인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다. “네 어머니가 방마다 아궁이에 불 때느라고 고생 많이 했다. 부디 연탄보일러를 놓아 드려라”

작가는 김용택 시인의 아버지가 남기신 유언을 최고로 친다. 죽음을 무겁게 여기지 않는, 오랫동안 노동을 해낸, 내공 있는 사람만이 남길 수 있는 유언이라는 것이다.


김훈 작가의 아버지는 후회를 안고 가셨다. 퇴계 이황은 존경받는 선비답게 가셨다. 김용택 시인의 아버지는 담백하게 떠나셨다. 세 분 모두 유언을 남기실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맑으셨나 보다 싶다.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외롭지 않으셨겠다 싶다. 준비된 자리였던 것 같으니 당황하지 않으셨겠다 싶다. 그렇게 세상과 헤어질 수 있는 것이 복인 것 같다.


작가는 미래 자신의 유언으로 “아들아, 혀를 너무 빨리 놀리지 마라” 와 같이 일상적이고 쉬운 말을 하겠다고 한다. 글 마지막에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인다. 가는 사람은 일상을 살듯 가볍게 죽고, 보내는 사람은 쿨하게 보내자고. 뼛가루는 가볍다고.


몇 개월 전 100일 글쓰기를 했을 때, 후반부 어느 주제가 ‘내 삶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다시 읽으니 내게 죽음은 무겁다.


“… 내 삶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는 것이 영 쉽지 않아서 주변 얘기를 먼저 써보았습니다. 이제 질문에 대한 답을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싶은데, 잘 되지 않네요. 상상만 해도 미련이 남는 건지, 두려운 건지… 지금 내놓을 수 있는 바람은 이것입니다. 당황하지 않길, 크게 후회하는 일이 없길, 감사하는 마음이길 바랍니다. 나를 잘 알고 나와 친해진 지 오래이길 바랍니다. 주변 사람과 충분히 사랑을 주고받았길 바랍니다. "


생각처럼 된다면 마지막 순간에 남기고 싶은 말은 “고맙다, 사랑한다”가 아닐까. 몇 개월 전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으려고 다시 한번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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