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 여기 개도국 맞아

카이로

by RAMJI

정오가 다 되어 차를 타고 Maadi 마을에서 CFC 몰로 향했다. 도시 전체가 모랫빛이었다. 땅도 하늘도 건물도 영화 매드맥스에서 보던 그 빛깔이었다. 2년을 이곳에 산 지인에 따르면 비가 일 년에 한두 번 그것도 10분이 안되게 내린다 한다. 거대한 호스로 먼지를 씻어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이 상태가 이 도시에 걸맞은 모습일 거다.


몰까지 가는 도로는 포장이 잘 되어 있었고 새로 지은 고가도로가 이곳저곳에 쭉쭉 뻗어있었다. 면적이 상당한 대도시였다. 건물들도 큼직했다. 아직 보지 못한 피라미드의 위용이 중국의 만리장성과 쌍벽을 이룰 스케일이 아닐까 싶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세련된 대형 쇼핑몰에 도착했다. 분수대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건조한 이 나라에서는 인공 오아시스인 셈이다. 점심식사를 위해 시즐러에 자리를 잡았는데, 외식물가도 저렴했다. 오락실을 둘러보니 한국에서도 보지 못한 최신 시설이었다. 내 운동화가 해져서 새로 사려고 살펴보며 다시 놀랐다. 없는 것이 없었으며 모두 반짝이는 새 상품이었다. 뉴발란스 매장 대형 광고판에는 아이유가 웃고 있었다.


이집트가 대외원조뿐 아니라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다 들었는데 예상 밖의 화려함에 당황했다. 인당 GDP는 최근 4천 불을 넘었다고 하니, 극심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고 보니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 이집트가 소개되었던 게 생각난다. 무바라크가 30년 장기집권하는 동안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로 부와 권력이 엘리트층에게 집중되었다. 정경유착은 노골적이었다. 특정 기업인이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들이 정부 계약을 수주했고 담보 없이 대출을 받았다. 국영자산을 민영화한다는 허울 아래 독점을 누렸다.


10여 년 전 올리브 혁명으로 무바라크가 물러났으나, 다시 쿠데타가 일어났고 그때부터 현재까지 동일한 인물이 대통령으로 장기 집권 중이라고 한다. 정경유착도 참여자의 얼굴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진행형일 거라 짐작하며 해진 저녁 몰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