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를 향한 치열함에 경의를
아이 생일날, 한국에서는 케이크를 하나 사서 어린이집에 보내면 되었다. 저녁에 작은 케이크와 선물 하나로 한 번 더 축하했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양가 가족에게 공유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이곳에 와보니 아이의 생일은 조금은 더 특별한 날이다. 어린이집 학부모 단톡방에 생일파티 초대장이 매달 한 두 번은 올라온다. 걸어 다닐 공원이, 자전거 탈 적당한 공터가 없는 이곳에서 같은 반 친구의 생일파티 참석은 우리 가족의 중요한 주말 일정이 되었다. 키즈카페나 (공동주택에 딸린) 수영장에서 여는 파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일 년 반이 지나갔다.
지난달, 부끄럽다는 이유로 아직 어린이집 선생님께 ‘hello’ 인사도 못하는 둘째가 본인의 다섯 번째 생일 파티를 열어달라고 했다. 그것도 키즈카페에서. 잠시 생각한 후 그러기로 했다. 아직도 어린이집 가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반 친구들과 더 섞이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로. 그동안 파티에 참석하며 진 신세도 갚을 생각으로.
파티는 별 일 없이 잘 끝났다. 보름이 지난 지금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직도 선명히 떠오르는 장면들, 절로 웃음 짓게 되는 순간들 때문이다.
케이크가 등장하자 아이들이 와르르 모여들었다. 설탕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개미 떼 같았다. 초를 밝히자 누군가가 후~ 불어 꺼버렸다. 다시 초를 켰더니 또 다른 누군가가 후~ 불어 꺼버렸다. 엄마들이 나서서 제지해야 했다.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드디어 초를 살려둔 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데까지 성공했다. 이제 주인공이 촛불을 끄면 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주인공의 형, 그러니까 나의 첫째 아이가 초를 홀랑 다 꺼버렸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첫째는 볼멘소리로 말했다. “대신 불어달라고 부탁해서 내가 끈 거야.” 둘째야, 그게 또 부끄러웠니?!
이제 케이크를 잘라 나누어 먹으면 된다. 둘째 아이가 가장 좋아하지만 평소에 사주지 못했던 딸기가 올려진 케이크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저마다 딸기를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케이크 위 적당한 간격으로 놓인 딸기 개수를 세어보니 14개뿐이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칼을 대자마자 아이들의 손이 하나둘 케이크에 오르더니 딸기만 쏙쏙 다 빼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딸기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오늘의 주인공 둘째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첫째는 동생들이 못됐다며 화가 나서 씩씩댔다.
다행히 케이크 속에도 딸기는 숨어있었다. 나는 웃고 또 웃었다. 꼬마들아.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크면서 잘 배우길 바랄게. 커서도 이렇게 하면 사회가 혼란스러울 테지만 그날은 다들 귀여웠다.
다음날 그리고 그다음 날, 하원 길에 아이에게
“오늘 재미있었어?”
물어보면 어김없이 이런 답을 들었다.
“재미없었어. 생일날은 정말 재미있었는데…”
앞으로의 생일은 이렇게 시끌벅적하지 않을 텐데 어쩜 좋니. 우리 가족으로써는 처음 준비한 국제(?) 행사, 즐거운 기억, 하지만 한 번으로 충분한 경험을 이렇게 백업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