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 AI와 소설 쓰기
서윤은 지선의 상담실 문을 열었다.
차분한 색감의 벽지와 포근한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창가에는 작은 화분이 두어 개 놓여 있었고, 책장에는 원서 몇 권이 가지런히 꽂혀있었다. 중앙에는 편안해 보이는 민트색 천 소파와 밝은 나무색 티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그 옆으로 지선의 책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온 수증기가 라디에이터로 건조해진 공기를 적시려 애쓰고 있었지만 도무지 대적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대학 친구인 지선은 H병원 심리상담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녹차 한잔을 건네 받아 마시며 가족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나누었다. 이어서 서윤은 지선이 개발했다고 하는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했다. 대인관계에 대해서 묻는 문항이 눈에 들어왔고, 삶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작성에 부담은 없었다.
"어떠니?" 지선이 결과지를 건네며 물었다.
서윤은 결과지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써놓은 것 같았다.
당신은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존재
하루하루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으로 살아온 당신
작은 불행에도 쉽게 상처를 입게 되며 그 상처는 치유하기 어려울 것
“뭐야. 이거 답정너 아니야? 설문지 제대로 만든 거 맞아?” 서윤은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지만 지선의 표정은 퍽 진지했다.
“내 결과가 평균에서 많이 벗어난 거야?”
“음… 검사결과가 어느 정도는 정규분포를 그리는데 네 결과는 꼬리 쪽에 있어.“
서윤은 생각했다. 모두에게 인생은 힘든 것 아닌가? 석가모니는 인생이 고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선에 따르면 사고로 불구가 된 사람, 사업이 잘못되어 큰 돈을 잃은 사람, 노숙을 하는 사람,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삶을 긍정적으로 보고 누리고 성취하며 살아가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내가 문제란 말인가? 서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 평범한 가정에서 탈 없이 자라 좋은 대학에 진학했고, 원하던 직장에 취직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부족함 없는 삶이었다.
“마음이 힘들면 상담을 한 번 받아볼래? 난 너와 너무 친해서 상담하기에는 적절치 않을 것 같고, 동료 한 명을 소개해줄게.“
지선은 제안했다. 서윤은 설문결과지 하나에 상담까지 받아야 하나 고민이 들면서도, 재미 없고 힘들기만 한 인생이 혹시나 상담으로 바뀔 수만 있다면 이만한 횡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윤은 인정했다. 그동안 솔직히 힘들었다. 우울증도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한가.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속의 외침이 들렸다.
*언급된 결과지 내용은 책 회복탄력성(저자 김주환)에서 가져온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