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 AI와 소설 쓰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생각과는 달리 상담사와 나누었던 대화를 차분히 되새겨볼 여유가 없었다. 다만 잠들기 전이나 출근길 지하철에서 대화의 조각들이 불현듯 떠오르곤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 서윤은 다시 상담실을 찾았다.
조금 일찍 도착한 그녀는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주변을 살폈다. 지선의 상담실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벽은 연한 하늘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다소 썰렁한 인상을 주었다. 창가에는 긴 잎의 관엽식물이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추상화 두 점이 걸려 있었다. 책장에는 심리학 관련 서적들이 듬성듬성 꽂혀 있었는데, 그중 몇 권은 지선의 상담실에서도 본 것 같았다.
상담사가 자리에 앉으며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오늘도 잘 오셨어요. 바로 시작할까요?"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주에 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으니 오늘은 남편 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면 어떨까요? 지난주에 준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남편 분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 저희 남편이 많이 바빠요. 육아는 거의 제 몫이라 그랬을 거예요."
서윤은 찻잔을 양손으로 감싸 쥐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남편은 저와는 꽤 다른 사람이에요."
“그렇군요. 어떤 부분이 다른가요?”
"저는 겁이 많은 편인데 남편은 늘 침착하거든요. 그리고 낙관적인 사람이에요."
서윤에게는 강렬한 기억이 있다. 낡은 신혼집의 주방 전기 콘센트에서 불이 났을 때, 서윤의 남편 민우는 놀라운 침착함을 보였다. 소화기를 찾지 못해 서윤이 허둥지둥하는 동안 민우가 재빨리 키친타월을 물에 적셔 콘센트에 던져서 불을 끈 것이다. 그 순간 서윤은 둘의 극명한 차이를 목격했다. 자신을 사로잡은 두려움을 민우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사건은 서윤에게 부부의 차이점을 더욱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후, 여름 휴가지로 이스탄불을 거의 확정 지었을 무렵의 일이었다. 그날 저녁, 무심코 틀어놓은 TV 뉴스에서 한 소식이 부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과학자가 AI 기술을 활용해 '이스탄불에서 한 달 이내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97.7%'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보도였다.
서윤은 즉각 "세상에... 휴가지를 바꿔야겠어"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민우의 반응은 역시나 담담했다. "규모 4면 그리 큰 지진이 아니야. 괜찮을 거야."
이런 차이는 일상에서도 드러났다.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볼 때가 그랬다. 서윤은 새롭게 발견된 이상 소견에 신경이 쓰였지만, 민우는 전년도보다 개선된 수치를 먼저 찾아내며 기뻐했다. 오히려 서윤보다 염려할 만한 결과가 더 많았는데도 말이다.
"두 분의 성향 차이가 흥미롭네요. 민우 씨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한 분이네요. 서윤 씨는 이런 남편이 어떠신가요?"
"남편의 침착한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요. 자연스레 그런 남편에게 의지하게 되죠. 하지만 가끔은 남편이 너무 대책 없이 낙관적일 때가 있어요. 모든 걱정은 제 몫인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 그런가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자주 느끼는데... 딱히 기억나는 건 없네요... 아, 한 번은 남편이 허리를 삐끗해서 누워있어야 했어요. 제가 얼른 병원에 가보자고 했는데, 남편은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안다면서 그냥 버티더라고요."
“그렇군요. 남편처럼 생각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음…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사건에 대한 대비가 어렵지 않을까요? 갖고 있는 병이 악화된다거나, 믿고 있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다거나?”
"그러네요. 참, 그래서 이스탄불 휴가는 어떻게 되었나요? 다녀오셨어요?"
"아니요. 제가 찝찝해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는데, 결국 일이 바빠져서 여행은 흐지부지되었어요. 나중에 찾아보니 우리가 가려고 했던 시기에 실제로 지진은 없었더라고요. 그 뉴스는 한국 AI 기술 홍보성 보도였어요."
"하하. 그랬군요. 그럼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만족하세요?"
"저희 남편은 좋은 사람이에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남편에게 일일이 말하지 않지만, 둘이 대화를 나누고 나면 제가 상처받을 때가 있어요." 그녀의 작은 목소리에는 미묘한 고민이 묻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