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걱정 많은 엄마

노션 AI와 소설 쓰기

by RAMJI

상담사는 서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말했다.


"서윤 씨, 힘드셨겠어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느껴집니다.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쏟아내셨네요. 서윤 씨의 출산 육아 이야기를 들으면서,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늘 그렇게 최선을 다해 살아오셨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상담사는 말을 이어나갔다. "서윤 씨의 잘못이 아니지만, 아이가 저체중아로 태어난 것에 대해 많이 자책하셨을 것 같아요.”


서윤은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눈물의 의미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영양 섭취에 유독 신경을 쓰셨겠죠. 하지만 엄마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서 좌절감도 컸을 것 같네요. 아이의 건강은 어떤가요?"


"아이는 또래보다 체격이 작지만, 건강해요." 서윤이 말했다. "사실... 아이 키나 몸무게가 보통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어요. 제가 노력하면 그걸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제 욕심인가 봐요."


“의지로 되지 않는 문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고 계신 것 같아요. “ 이어서 상담사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준호를 키우면서 주로 어떤 생각을 하시고, 어떤 감정을 느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네..." 서윤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준호가 이른둥이로 태어나서 그런지, 저는 늘 관찰자 같은 마음이었어요. 신체 성장도 그렇지만, 뒤집기나 배밀이, 걷기 같은 운동 발달이 개월 수에 맞게 이루어지는지 유심히 지켜봤죠. 서윤은 쑥스러운 기색으로 덧붙였다. "처음 태어났을 때 동그랗던 뒤통수가 몇 달 만에 납작해진 걸 보고 교정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고 인터넷을 뒤지기도 했어요. 어른들이 말리셔서 실제 두상 교정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요. “


"관찰자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상담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런 태도는 아이의 발달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네요. 관찰자의 시선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감정을 주로 느끼셨나요?"


"음… 솔직히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 건지 걱정이 많았어요. 출산 후 초기에는 산후우울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혼자 눈물 흘린 날도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어요. 아이에게 줄 모유를 유축해서 팩에 담아 보관했다가 젖병에 담아 주곤 했는데, 점점 모유량이 줄어들더라고요. 육아책을 찾아보니 유축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모유량이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유축기로는 가슴을 다 비워내지 못해서래요. 다 비워야 그만큼 채워넣을 수 있는 거죠. 그게 싫어서 나중에는 손으로 가슴을 쥐어짰어요. 하루에 몇 번씩을 그랬어요. 결국 손목이 아파서 정형외과를 찾을 정도였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그만 자신을 힘들게 했네요… 그런데 조금 전 이야기 해주셨을 때, 영유아 건강검진을 시험에 비유하셨어요. 혹시 아이를 키우면서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을까요?" 상담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몰라요.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모두 육아 베테랑이시고, 아이가 잘 먹는지 늘 관심을 가지셨어요. 저는 아이가 잘 먹지 않는 것이 저 때문일까 봐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양가 어른들의 관심이 제게는 알게 모르게 부정적인 평가로 느껴졌을 수도 있어요.”


“꼭 부모님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서윤이 말을 이어갔다. "아이가 모든 면에서 잘 자라야 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은 늘 있었어요. 그게 좋은 엄마라는 증명이 될 것 같았달까요?"


상담사는 서윤의 말을 천천히 되짚어보는 듯했다. "그렇군요. 아이의 성장이 곧 엄마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처럼 느끼셨던 거네요… 출산 육아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듣고 다음 주에 다시 뵐까요? 다른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네요."


“네 선생님, 오늘 감사했습니다. 다음 주에 뵈어요.” 서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피로를 느끼던 참이었다. 상담사와 대화하며 스스로 헤집어놓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도 혼자 조용히 돌아보고 싶었다.

매거진의 이전글02 유리 같은 마음으로 키우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