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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Oct 16. 2023

사물의 고찰

병뚜껑을 통해 배우는 인생의 지혜

21개의 돌기를 지니고 있는 탄산수의 병뚜껑

탄산수의 병뚜껑은 톡 쏘는 청량감을 유지하기 위해 뾰족한 톱니바퀴 모양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병이 깨지거나 음료가 상하지 않도록 아일랜드 출신의 발명가인 ‘윌리엄 페인터’가 적정한 돌기 개수를 고안해 낸 결과라고 한다. 멀리서 볼 때에는 동그란 원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21개의 뾰족한 돌기를 지니고 있는 요 녀석을 유심히 바라보니, 문득 자화상처럼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나도 늘 동그란 사람이 되기를 바랐고 인간관계에서 별 탈 없는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싶었다. 나의 잠재된 공격성이 모난 것도 알아 필사적으로 뾰족한 돌기를 감추며 살아왔지만 결국 어느 순간 분노의 임계치를 넘어서면 날 선 모습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했을 것이다.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으나 내 안에 예민함이 건드려질 때에는 21개의 돌기로 나를 방어하다가 되려 타인에게 상처를 냈던 것이다.


우리 마음이 탄산수처럼 톡 쏘는 기질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물 같은 사람이었다면 이 탄산수를 잠글 뾰족한 돌기도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 사물을 통해서도 인생을 배우게 되니 이 또한 스승이다. 연마하는 과정은 고통을 수반하겠지만, 맨질맨질한 병뚜껑이 되기 위해서는 필히 그 돌기를 깎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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