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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Oct 25. 2023

고마운 나무에게

나무는 꽃보다 아름다워

화려한 색채와 고운 향기로 순간을 매혹하지만 이내 시들고 상하여 생명이 쉽게 꺼지는 꽃보다, 투박하고 흔하여 존재감은 없지만 인간에게 그늘과 바람을 제공해 주는 나무에게 더 관심이 가게 되었다.


꽃다발은 프러포즈에 쓰이고 졸업식날 불티나게 팔리지만, 나무다발은 그 이름조차 잘 불리지 않으며 어딘가에 쓰이는 가치 또한 없다.


화단 속의 주인공이 된 듯 존재감을 뿜어내는 꽃에 비해, 나무는 매일 눈에 채어 거리마다 길목마다 서있어도 있는지를 모르는 뒷배경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식견이 생기게 되니 비로소 보이게 되더라, 나무의 소중함이. 우리에게는 산소를 내어주고 자신은 이산화탄소를 받아먹는 이 나무는 꽤나 희생적이고 그래서 더 안쓰러운 존재이다.


(사진출처 : istock)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에 멋지고 예쁘고 외형이 반짝반짝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가져가는 꽃과 같은 사람들은 널려있지만, 입이 거칠다거나 행동이 저급한 모습을 겪게 되면 더 이상 눈길이 가지 않게 된다.


그러나 외형은 조금 못날지라도 내면이 굳은 심지로 단단하여 딱히 누가 보지 않아도 자신의 할 일에만 최선을 다하며 숭고한 희생까지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그들에게는 그윽한 솔향기가 나고 있었다.


사람의 칭찬이나 인정 따위에 목적을 두지 않으며, 뒷배경에 자리해도 앞으로 나서지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도 그들과 같은 모습이 되리라 다짐해 보게 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박물관 공원에 있는 거대한 나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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