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2] 행복 by 정현종
산에서 내려와서
아파트촌 벤치에 앉아
한 조각 남아 있는 육포 안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아 행복하다!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서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기나긴 고통을
잡다한 욕망이 낳은 괴로움들을
완화하는 건 어떤 순간인데
그 순간 속에는 요컨대 시간이 없다
난생 처음 타보는 srt에서 시필사라니
감성충만 노린거 맞다.
원고지노트에 조금 더 무거워질 가방이 잠시 고민이었지만
덕분에 기분이 꽤 근사해졌다.
성공적이다.
#1일1시 #100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