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했던 기술트랜드 2019 시리즈 1. 인간과의 불안한 공존, 로봇
실제로 최근까지 우리 곁에서 우주의 신비를 전해주었던 스티브호킹 박사가 대표적이다. 근육이 점점 마비되는 루게릭병으로 인해 호흡, 말, 이동조차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지만 인공장기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인류의 사이보그화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이었던 그는 컴퓨터를 이용한 음성합성시스템을 통해 얼굴 근육 단하나로 이야기하거나 눈썹의 움직임, 동공추적, 단어 자동완성 등의 기능을 활용해서 의사소통을 진행했다. 후에 그 본인도 생존을 위해 호흡기도 인공적인 것으로 교체하는 등 사실상 많은 부분 개조인간(사이보그)의 영역에 들어가 있었다.
사이보그는 팔, 다리, 내장 기관 등 인간의 신체 일부를 인공 수족, 인공 장기 등의 기계(로봇)로 대체했거나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개체를 주로 의미한다. 간혹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사용되어서 독립된 개체로서의 휴머노이드를 지칭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유명한 영화 속의 사이보그로는 1970년대의 인기 TV 시리즈 ‘600만불의 사나이(The Six Million Dollar Man)’나 ‘소머즈(The Bionic Woman)’ 또는 로보캅(Robocop, 1987년)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있다. 단, 사이보그는 인체에 반영구적으로 보조 기구로서의 로봇을 부착했다는 점에서 필요에 따라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는 외골격(Exoskeleton)과는 구분된다.
이처럼 선천적 장애 극복을 위해 출발한 보조장비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인의 능력을 추월하는 경우가 점차 빈번해지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로 불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육상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 자격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피스토리우스는 발목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 의족 착용한 장애인 육상선수다. 그는 의족을 착용하고 운동을 익혀 육상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서 200m 달리기 금메달을 딴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육상 부문에 출전하겠다고 선언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국제육상연맹은 피스토리우스가 경기 때 착용하는 탄소섬유 재질의 스프린터용 의족 덕분에 다른 선수보다 ‘불공정한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자격을 줄 수 없다고 제지했다. 국제적 논란 속에서 피스토리우스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 출전 제한이 부당하다는 결정을 얻어냈다. 그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 장애인 최초로 비장애인 남자 1600m 계주 은메달을 획득했다.
타고난 신체적 장애를 기술의 도움으로 과거엔 상상하기 어렵던 수준까지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킨 인간승리의 사례들이다.
“인간은 곧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사라진 새로운 신체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암벽등반가이자 생물 물리학자, 공학자(생체 공학 디자이너)인 휴허는 현재 MIT에서 연구하고 있는 신경 체화 설계(NeuroEmbodied design)를 2018년 초 TED무대를 통해 알리며 이렇게 말했다. 1982년 사고로 인해 두 다리를 절단하고 생체공학 기술이 적용된 로봇다리를 가지고 있는 그는 아직 자신은 사이보그가 아니라고. 그가 목표로 삼고 있는 신경 체화 설계는 생체와 생체가 아닌 것, 인간인 것과 인간이 아닌 것, 자연스러운 것과 자연스럽지 않은 것 그 경계가 없는 신경이 온전히 연결되어 서로의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상태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궁극적으로 미래의 인간은 새로운 신체를 얻을 것이며, 몸 속 신경계는 인공 세계로 확장되어 연결됨으로써 인류의 장애는 종식되고 타고난 생리적 한계를 인지적, 감정적, 물리적으로 뛰어넘을 것이라 덧붙였다.
유발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에서 결국 인공지능에 밀려날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생물학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컴퓨터와의 결합을 선택할 것이라고 한 전망과 일치한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이렇게 등장하는 인류는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신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은 자유와 책임을 지니고 도전을 통해 스스로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휴머니즘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계와의 결합과 같은 인간 개량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트랜스휴머니즘’이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 문화적 운동이다. 이것은 장애, 고통, 질병, 노화, 죽음과 같은 인간의 한계를 과학기술들을 통해 향상시킨다는 것으로써 좁게는 인공장기부터 사이보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정신적인 확장까지도 인간 강화(human enhancement)의 범주에서 다룬다.
궁극적으로 기술 발전을 통한 장애와 인간 한계 극복이라는 목적을 띠고 있지만, 기존과 전혀 다른 윤리적 문제도 안고 있다. 바로 각종 기기와의 결합을 통해 사이보그화하려는 인간을 어느 단계에서 제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그동안 유전공학과 줄기세포, 기관의 기계화 등 신체적 차원에서 최근에는 인간 두뇌 기능 향상과 관련한 주장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2017년 3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의료 전문 연구 법인 뉴럴링크(Neuralink)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뉴럴레이스(Neural lace・신경 그물망)’을 이식하고, 인간의 뇌신경과 컴퓨터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을 연구개발(R&D)한다.
원래 인간은 자극을 받을 때 미세한 전류(뇌파)를 발생시켜 뇌에 신호를 전달한다. 뇌에 이식한 초소형 인공지능 칩이나 전자 그물망도 전기 자극 신호와 강도 등으로 컴퓨터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러한 인간 두뇌 향상 프로젝트는 역설적이게도 로봇에게 활용될 수 있는 인공신경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2018년 5월 서울대와 미국 스탠포드대 협동연구진은 바퀴벌레 다리에서 반사 반응을 일으키고 점자 알파벳에서 문자를 식별해 낼 수 있는 인공신경(감각)을 개발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뉴럴레이스나 인공신경의 기본적으로 작동하는 원리는 비슷하다. 기존 생물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분석하고 재현하는 것이다. 두뇌에 감각을 전달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근육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까지 체내의 프로세스를 터치센서와 전자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구현하고 있다.
이 연구는 의수나 의족에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인공피부를 만들어 팔다리가 절단된 사람들에게 감각을 회복시켜 주고, 향후 로봇에 반사기능을 부여하기 위한 첫 단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람 같이 행동하는 로봇, 신경 일부분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조장치, 인간의 뇌와 디지털의 결합까지.
이것이 완성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신체의 의미가 사라진 사회를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감각을 가지게 되는 인간형의 로봇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그리고 어디까지가 인간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