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간과 모양을 본떠 만들어지다, 휴머노이드

정리했던 기술트랜드 2019 시리즈 1. 인간과의 불안한 공존, 로봇

by 행동촉발 노란초

2017년 10월 일대 사건이 있었다. 홍콩의 로봇 개발업체인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에서 제작한 휴머노이드 소피아(Sophia)가 로봇 최초로 시민권을 받았다. 인공지능 학습 능력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표현하거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소피아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정기 회의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 1월, 한국의 최초 인간형 로봇인 ‘휴보’의 직립보행 기술이 소피아에게 적용되어 첫 걸음을 시작했다.




휴머노이드(Humanoid)라고 부르는 로봇은 인간의 신체적 특징을 닮은 외형을 지녔으면서 인간과 유사한 동작을 취할 수 있는 로봇을 뜻한다. 여타 로봇과 달리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오감을 모방한 각종 센서들(가속도/경사/역학/위치 센서, 촉각 센서, 시청각 센서, 음향 센서 등)과 수준 높은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으며, 직립 보행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안드로이드(Android)와 다른 점은 안드로이드는 외형과 더불어 피부의 촉감 등 여러 모로 인간과 아주 유사해서 구분하기 힘든 로봇 또는 생물학적 존재를 뜻하는 단어이다. 특히 생물학적으로도 비슷한 경우, 안드로이드는 인조인간(人造人間)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도 할 수 있다.


현재 휴머노이드는 인간과의 의사 소통과 상호 작용(Human-Robot Interaction, HRI), 인간의 생활 환경 내에서의 적합성, 경제성 등에서 다른 유형의 로봇들보다 더 우수할 것이라 평가 받고 있고, 그로 인해 잠재적인 활용성도 풍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이유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 원전 전원상실 사고(SBO, Station Black Out)가 일어나 방사능이 유출되었을 때, 무인기가 원자로 건물 상부를 정찰했고 인간을 대신하여 로봇이 건물에 들어가 내부를 조사하고자 했다. 당시 운영하는 인간에 맞춰 제작된 발전소 구조로 인해서 로봇의 사고현장 투입과 대응이 불가능하자 결국은 50명의 사람들이 투입된다. 방사능 노출 위험에도 작업을 이어간 이들을 일본인들은 ‘후쿠시마의 영웅’으로 추앙했으나 결국 이 50인의 기술자들은 방사능에 노출되어 생명을 잃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2015년 미국 국방성이 개최한 재난 로봇 경진대회인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ARPA Robotics Challenge)에서는 재난상황에서 인간 대신 임무를 수행할 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여 8가지 임무를 만들었다.


1.jpg 참고 : 중앙일보

그것은 로봇이 일반차량에 스스로 승차하여 목적지까지 핸들과 액셀, 브레이크를 조작하여 운전하고(1), 차에서 내려 100m 거리의 나무나 덤불 등의 장애물이 있는 자갈밭을 통과하여(2), 건물 입구에 쌓여있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장애물을 치우고(3), 넷째 건물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4). 이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5), 전동 해머나 톱 등 공구를 이용해 콘크리트로 된 벽을 부수고(6), 누수된 파이프를 찾은다음 밸브를 돌려서 잠그고(8), 고장난 냉각 펌프를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5년 6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팀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HUBO)가 44분 28초로 우승하면서 ‘세계 최고의 재난 대응 로봇’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각 운송 수단별로 접근 가능한 지구 지표면의 비율을 비교하면 바퀴 방식이 약 30%, 무한궤도 방식이 약 50% 인데 비해 보행 방식, 특히 인간의 다리는 거의 100%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용 환경 측면에서도 휴머노이드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다리에 맞춰 설계하고 구축된 도시와 건물이란 작동 환경과 인간의 신체와 지능에 맞춰진 도구들로 구성된 인간 사회에서 활용하려면 다른 유형의 로봇보다 인간형 로봇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 시설물들이 인체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간과 유사한 형태과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런 재난로봇 뿐만 아니라 소피아의 경우처럼 간병을 보조하거나 공장 등에서 사람의 동선에 맞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목적의 로봇들도 점차 개발되고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일부 작업에 특화된 로봇을 여러 대 구비하는 것보다 범용 로봇 한대를 보유하는 편이 상대적으로 경제적일 것이란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른 유형의 로봇에 비해 적용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은 다용도 도구(Multi-use Tool)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드라이버, 자동차 등 인간의 도구와 기계를 휴머노이드가 조작하게 되면 기존의 도구, 기계를 로봇화하는 확장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러한 상황까지 감안하면 휴머노이드의 경제성은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사용 중인 자동차를 휴머노이드가 운전할 수 있다면 자율 주행 자동차를 별도로 구매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도 2017년 미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기고문에서 “로봇이 PC산업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한 것은 이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러한 휴머노이드만의 상대적인 장점들은 공장의 제조용에서 가정의 개인 서비스까지 다양한 용도와 분야에서 쓰일 수 있는 폭넓은 범용성과 그에 기반한 잠재적인 시장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차세대 로봇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폭넓은 범용성과 잠재적인 시장성을 가진 휴머노이드에 대한 연구 개발을 점차 강화하는 추세이다.


가까운 일본은 로봇 분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미 로봇 운용 체계(OS)를 산학 공동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그 플랫폼으로 혼다의 휴머노이드를 이용한 바 있다.


미국, 일본 등 로봇 강국들이 로봇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휴머노이드에 주목한 배경 중 가장 중요한 이슈가 바로 휴머노이드의 플랫폼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휴머노이드는 많은 로봇 기술의 집합체로 인간의 신체 구조와 동작을 모방한 훨씬 복잡한 기계 구조와 구동 소프트웨어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휴머로이드를 작동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총괄하는 운영체제(OS)의 구축도 복잡하고 어려운 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플랫폼화 하여 지원하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휴머노이드가 플랫폼화 된다는 것은 각종 로봇에 사용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로봇 산업 전반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애초 휴머노이드가 관심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다른 로봇보다 더 인간의 특성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인간과 로봇간의 상호 관계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휴머노이드만의 HMI 때문이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휴머노이드의 활동 영역은 다른 유형의 로봇보다도 인간에 더욱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휴머노이드에 보다 적합한 인공지능이 되기 위한 주요 조건들 중 하나는 인간과 자연스러운 의사 소통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만족스러운 수준의 휴머노이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성을 가진 인공지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로봇의 3대 패러다임 중 하나인 프로세서(Processor)를 대표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휴머노이드가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을 할 수 있게 만들뿐더러 인간과 유연하게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머노이드의 완성도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할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휴머노이드가 로봇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가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간의 신체가 효율성 측면에서 완벽하지 않을 것이란 의구심에 기반을 둔 다양한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눈은 시야 확보에 불리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거나, 다리를 이용한 이족 보행이 경제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반드시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 트랜스 휴먼의 시대, 기계가 신체를 보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