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제조혁명 스마트팩토리, 로봇시장의 큰 손 중국

정리했던 기술트랜드 2019 시리즈 1. 인간과의 불안한 공존, 로봇

by 행동촉발 노란초

독일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는 지난해 9월부터 독일 안스바흐에서 운동화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1993년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했다. 아디다스가 23년 만에 독일 내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었던 것은 로봇과 3차원(3D) 프린터로 무장한 완전 자동화 공장인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 덕분이었다.

일반 공장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신발을 제작하려면 최소 20일이 걸린다.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는 이 대기 시간을 20분의 1로 단축시킬 전망이다. 앞으로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운동화를 주문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매장에서 주문한 신발을 하루 이틀 만에 배송받는 게 가능해진다.



로봇이 제품을 만드는 무인(無人)공장이 세계 제조업의 기지인 ‘아시아의 성장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적인 제조업체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중국, 베트남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긴 덕에 아시아 국가들은 기술을 습득하고 자국 경제도 부흥시키는 효과를 누려왔지만, 4차 산업 혁명 기술은 세계 산업 분업 체제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실제로 아디다스는 독일과 미국 애틀랜타에서 로봇과 3D 프린터를 중심으로 한 스피드 팩토리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카본과 3D 프린터를 통한 신발 생산속도 가속화를 목적으로 파트너십 계약을 맺기도 했다. 나이키, 언더아머 등 경쟁사들도 로봇이 제품을 생산하는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과 저렴한 임금 등을 이유로 중국과 미국, 중남미 등 앞다퉈 해외로 나갔던 일본 제조업체들도 자국으로 '유턴(U턴)'하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 효과로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지을 효용이 예전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공장을 통한 기술 유출 등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자국 공장이 유리하다는 최고위 경영진의 판단도 작용했다.

스마트 팩토리는 다른 기기나 서비스의 스마트화와 마찬가지로 공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이에 따라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지능화된 공장을 의미한다. 즉, 우리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물인터넷화가 산업현장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신기술에 열려 있는 B2B(Business-to-Business) 시장인 만큼 비용 혹은 수익측면에서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올 경우, 스마트 팩토리는 B2C 시장에 비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스마트 팩토리는 기존에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공장자동화와 유사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공장자동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 팩토리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공장 스스로 공정 최적화나 생산 스케줄 수립 등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제조 현장에서의 정보뿐만 아니라 가치 사슬 상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하고 입력되는 모든 정보에 따라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스스로 정보를 판단하는 인공지능 수준의 시스템 구축은 쉽지 않은 상황이며 대부분 기계의 가동 상태, 기계의 파손 및 제품의 하자 발생 가능성 판단 및 예측, 원격 관리 등을 통한 장비의 효율 및 안정성 확대,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편 스마트 팩토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공장 하나의 시스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장에 부품과 재료를 제공하는 공급업체들까지도 서로 연결되어 최적화 되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공급업체들이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들 모두를 스마트 팩토리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의 경우 중소기업의 참여를 더욱 독려할 수 있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제조업 3.0’을 내걸고 있는 한국에서도 정부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1만 개의 스마트 공장 구축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단일 공장 내 스마트화 뿐 아니라 공장들 간에 서로 연결된 시스템을 갖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이같은 추세를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중국은 늘어나는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근로자 1만 명당 로봇의 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를 2015년 49단위에서 2020년 150단위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단위가 높다는 건 근로자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노동자 감축, 기술 확대 적용을 ‘리쇼어링(선진국 기업의 해외 공장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로 인해서 중국이 글로벌 최대 로봇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4년 로봇 판매량이 3,500대에 불과했던 중국은 12년 만에 25배가 증가하며 글로벌 최대 로봇시장으로 부상했다. 2010년 이후에만 연평균 성장률이 34%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수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IFR(국제로봇협회)에서 중국의 2020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40.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로봇산업 연맹(CRIA) 역시 중국시장의 비중이 4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로봇산업의 경우에는 중국 신성장 산업 중 하나로 선정되며 산업체계 구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2011년 12.5규획을 통해 산업용 로봇을 국가차원에서 지원할 의지를 밝힌 데에 이어, ‘중국제조 2025(2015년)’와 ‘로봇산업 발전규획(2016년)’ 등을 통해서 세부적인 산업육성로드맵을 구체화했다.

특히, ‘로봇산업 발전규획’에서는 2020년까지 제조업용 로봇 판매량을 15만대로 제고하되 그 중 50%를 중국산으로 충당하며, 3개 이상의 선두업체 육성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에 생산비용 상승과 인력부족으로 한계에 직면한 중국 제조업은 정부의 육성책과 맞물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로봇 채용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의 로봇밀도(직원 만명당 로봇수의 비중)가 68대로 글로벌 평균치(74대)도 밑돌며 여전히 잠재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로봇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산업용 로봇 제조기술은 낮은 편으로 완제품은 90%를, 부품의 경우는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중국 산업용 로봇시장은 글로벌 4대 기업인 ABB(스위스), Fanuc(일본), Yaskawa(일본), Kuka(독일) 등 외국계 기업의 점유율이 전체 3/4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4대 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중국진출을 개시, 현재 제조, 판매, R&D, 서비스 등 체계적인 운영시스템을 갖추면서 시장을 선점했다. 이에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집적 시스템 등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를 중심으로 국산화율을 높여가는 것과 동시에 글로벌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지난 2016년 중국 가전회사인 Midea 그룹이 독일 로봇업체 Kuka(51.1억달러)를, 키온그룹(Weichai Power 38.3% 지분)과 켐차이나가 각각 미국과 독일 자동화업체인 데마틱(21억달러)과 KraussMaffei Automation(10억달러)을 인수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png


제조와 관련된 기술과 자본의 이동을 살펴보면 유럽(영국)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온 뒤 일본을 거쳐,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 동에서 서로 이동했었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의 등장으로 임금 상승과 관계없이 어디서든지 동일한 조건에 제조가 가능해짐에 따라 작업환경과 기술력이 좋은 선진국에 산업 시설이 남아있거나 이미 이전한 시설도 선전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흥국들이 가질 수 있었던 부의 사다리타기가 더 이상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의 부활과 신흥국으로 이전한 공장들을 본국으로 회귀시키기 위한 리쇼어링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의 스마트 팩토리 지원이 강화되고 있고 있는 것이 그 경향성을 뒷받침한다.


PS. 아디다스의 리쇼어링은 다시 뒷걸음쳤다 그러나 아직은 진행중이라고 보는 이유에 대해서도 적어봐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 생태계 보존부터 수술, 정찰업무까지, 초소형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