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제도 변경에 따른 변화

이 제도로 인한 수혜자는, 그리고 피해자는 누구인가

by randahlia

새로운 한미 선수계약협정 내용이 발표되었다.

중요한 점이 포스팅 제도의 개선인데, 자세히 보자면 이렇다.


MLB 진출을 목표로 포스팅 된 선수가 이적료 최고액을 제시한 MLB 구단과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하던 기존 포스팅 절차가 이번 개정을 통해 해당 선수는 자신과 계약 의사가 있는 모든 MLB 구단과 30일 동안 자유롭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말은 좋은데, 지금부터 포스팅을 통해 선수가 나갈 경우 구단의 포스팅 피는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일단 기존의 포스팅 피를 "계약을 위한 사전지불금"이라 본다면, 이제는 "계약액과 연동된 수수료"에 가깝다.


2500만달러 이하 - 전체 계약금의 20%

2500만 1달러 ~ 5000만 달러 - 2500만 달러 * 20% + 나머지 금액의 17.5%

5000만 1달러 이상 : 2500만 달러 * 20% + 2500만 달러 * 17.5% + 나머지 금액의 15%


선수 총 계약액이 2500만 달러면 500만 달러, 거의 55억 이상을 앉아서 챙기는게 아니냐.. 맞으면서 틀리기도 하다. 포스팅 피(fee)라는게 구단이 보유하게 될 다음시즌 1년의 선수 보유권에 대한 보상금액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구단 입장에서는 이 선수의 가치 이상의 금액을 받아내는게 지극히 이상적이며 정상적인 판단이다.

기존 제도하에서 포스팅 피를 가장 많이 받은 3인은 류현진, 박병호 강정호로, 금액은 아래와 같다.


류현진 $25.73M - LAD

박병호 $12.85M - MIN

강정호 $ 5.00M - PIT


기존에는 저 어마어마한 금액을 구단에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서야, 선수와 협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일단 선수가 협상을 하고, 그에 따라 소속구단의 포스팅 피가 정해진다. 구단의 선수보유에 대한 권리를 잃으면서, 넋놓고 쳐다보기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어쨋든 돈을 챙기지 않느냐?


맞다. 챙긴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자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아래 차트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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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구단들이 박병호때 받은 $12.85M의 포스팅 피를 받기 위해서는 선수가 총 $73M이상의 계약을 하기만을 바래야 한다. 추신수, 박찬호 외에 저정도 계약을 이뤄낸 한국 선수는 없다. 그리고 KBO에서 성공적으로 MLB유턴을 이뤄낸 테임즈 조차도 저 금액에 한참 못미치는 보장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류현진의 포스팅 피를 넘어서고자 한다면, 총액 $159M, 무려 1억 5900만 달러짜리 메가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테임즈의 3년 15M+1년 옵션(7.5M)의 계약을 했는데, 아마 이걸 넘어설 만한 선수도 많지는 않을거 같다. 현재 보장된 3년에 대한 금액만을 생각하면 포스팅 피는 3M, 그리고 옵션이 실행되었을 때 까지 합해 볼 경우 4.5M정도다. KBO를 씹어먹다 시피 하고 진출한 선수들에 대한 보상금액이라고 하기엔 작은 금액이다.


그렇다고 몇명이나 가겠어?

지금까진 그랬다. 포스팅 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구단이 거절할 수도 있었으며, 선수도 자존심 등의 문제로 포스팅 피에 따라 진출 자체를 접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FA를 1년 앞둔 모든 선수에게 진출의 길이 열려있다. 최근 MLB로 진출하여 실제로 한경기라도 뛰었던 선수들의 계약액이 연간 1M ~ 2.5M수준이었던 걸로 알려져 있다. FA 보상금액을 노리고 아무리 연봉을 올려준들, 한국에서 받을수는 없는 금액이다.(11억 ~ 27억) 그리고 포스팅으로 미국에 가서 대박을 친다면 계속 남을 수 있고, 아니라면 1년 후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취하면 그만이다. 이때도 구단의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받던 연봉을 최대한 맞춰줄 수 밖에 없다.


20억이 동네 개이름이냐?


KBO기준에서 20억은 S급에게만 주어지는 연봉의 액수지만, MLB기준에서는 Veteran Bench player정도에게 기꺼이 쓸 만한 정도의 금액이다.(MLB 로스터에 들기만 해도 연봉이 0.57M임을 기억하자) 소위 말하는 '긁어볼 만한 로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예전 만큼의 영입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1년 단위 3M의 계약을 해도, 총 비용은 3.6M 정도에 불과하다.(그만큼 줄 리도 없지만)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선수 : 1년 미국 갔다오면 연봉상승! 가서 잘되면 대박!

KBO구단 : 받는건 적고, 여론이 있으니 안보내줄수도 없고, 전력은 약해지고... 돌아오면 연봉은 배로 뛰고..

MLB구단 : 일단 긁어! 터지면 좋고 안터져도 1년이야!


포스팅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선수들이 미국길을 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딜가나 '최소 기준'이란 것이 있기에, 해당 선수를 잃는 팀에게는 뼈아픈 손실이 될 것이다. KBO리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뎁스에서 A급 이상의 선수 이탈은 전력 구상에 있어 굉장히 큰 손실로 다가온다.


리그의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의 팬 이탈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로서는 선수들의 이탈시 리그 수준을 유지할 만한 방책이나 대안을 제시하진 못하는 것 같다. MLB처럼 매년 20대 초중반의 슈퍼스타가 한두명씩 나와주면 좋겠지만, KBO는 그런 리그가 아니다. 류현진은 역사상 단 한명뿐인 선수에 가까우며, 박병호는 만 32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당 포지션 부동의 넘버원 슬러거다.(그리고 밑으로 후계자라 칭할 만한 1루 거포가 딱히 없거나, 동급의 선수라 할지라도 대부분 그와 비슷한 나이대의 선수들이다.) 강정호의 경우, 김하성 정도가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으나 파워에서 압도적 차이가 있다.(목동이건 목성이건 40홈런은 40홈런이다.)


무엇을 위한 제도 변경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터. 하지만 선수 권익의 신장 만큼 리그 수준이 같이 올라갈 만한 제도 개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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