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패션(fashion)을 잘 모른다.
그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살면서 어디서 주워들은 패션에 대한 얘기들이 좀 있는데 '패션은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앞서가야 한다'는 얘기도 그중 하나다.
아마 나이 든 사람들에겐 익숙하겠지만 가수 윤복희 씨가 196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처음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나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당시의 기억은 패션이라는 분야에서 가장 충격적이게 대중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사례로 회자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새롭게 시도된 패션이 화제가 되더라도 대중에게 받아들여져 상업적으로 성공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어떤 시도들은 센세이션만 남기고 사라지기도 한다.
JYP의 투명 비닐바지 역시 새로움에 있어서는 둘째 가면 서러워할 아이템이었지만 아직은 일상에서 따라 입는 사람을 볼 수 있을 만큼 대중들에게 용납되지 않은 듯하다.
아무튼 누군가의 용감한 시도로부터 대중적인 확산과 수용을 거쳐 유행이 만들어지는 패션 분야는 늘 새로움에 목말라 있는 분야이다.
사람들이 패션에 대해 민감한 만큼이나 새로운 것에 민감한 분야가 또 기업의 신기술 탐색 영역이다.
민감한 시장의 반응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새롭게 유행하는 분야에 횃불로 모여드는 벌레들처럼 뛰어든다.
지금 실기하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달려드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TV를 틀면 누가 뭐래도 AI라는 키워드가 경영의 화두로 떠올라 있고 광고를 봐도 많은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AI기업임을 자처하고 있다. 정작 AI기업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말이다.
기억을 조금만 뒤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기업들은 AI 이전에도 메타버스, 블록체인, 클라우드, 소셜네트워크, 오픈플랫폼 등등 수많은 기술의 영역을 마치 새 옷 갈아입듯 기업이미지에 포장하고는 했다.
하지만 뒤처질까 봐 유행에 맞춰 서둘러 사서 입은 옷처럼 그런 포장된 이미지는 기업의 정체성에도 사람들의 이미지에도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실체와 괴리된 이미지는 모래 위에 쌓아 올린 유리잔처럼 위태로워 보일 뿐이다.
아마도 많은 경우는 경영자가 그런 새로운 분야에 진짜 정확한 비전과 깊은 이해를 가졌다기보다는 그저 패션(fashion) 경영을 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남들 다 하니까 나도 뭔가 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마음이랄까?
패션(fashion) 경영이라고 해서 내가 절대 fashion 이란 단어를 낮춰 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많은 구성원들을 리드하여 기업을 통해 value를 만들고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경영자라면 유행과 인기를 쫓아 옷을 걸치듯 멋지게 보이려 고민하기에 앞서, 더 많은 value를 만들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열정(passion)이 더 가득한 사람이면 좋겠단 생각에서 라임(Rhyme)을 맞춰보고 싶었다.
Fashion 보다는 Passion을...!!!
가진 능력과 열정은 부족한 사람이 늘 새로운 전략 지향점만 바꿔가면서 조직을 흔들어댄다면 그런 조직에 쌓이게 될 적폐는 다시 바로잡기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
끽해야 수년간 경영 후 물러나는 월급 경영자들이 유행만 좇아 조직을 흔들어대다가 떠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저 사람들이 과연 나중에 회사를 떠나서 황송해할 양심이라도 있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제발 fashion경영을 하는 경영자들이 passion도 꼭 갖추고 일하기 바란다.
리더가 방향을 잘 정했으니 나머지 일들은 조직 구성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라고 뒷짐 질꺼라면 그냥 입던 옷 입고 익숙하게 일하시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