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의 거래
마음을 답답하게 짓누르는 감정들을 좀 내려놓고 싶었다.
그냥 저절로 잊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노력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들을 글로 써놓기 시작했다.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어쩌면 그저 끄적인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짧은 글을 써오면서
때로는 마음이 편해지는 신기한 경험도 해보고 또 때로는 글을 쓴다는 것의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런 마음들을 느끼면서도 꾸준히 3년쯤 되는 동안 200개의 글을 써서 올리고 보니
이제는 좀 더 긴 호흡의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근데 나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될지는 전혀 모르는 채 시작했던 것 같다.
소설을 써보자는 첫 도전은 역시 쉽지 않았다.
글을 쓰는 동안 새롭게 아이디어가 떠올라 줄거리가 바뀌기도 하고, 처음에 등장한 인물의 이름을 헛갈려 다시 찾아보는 과정에도 꽤나 시간을 들였다.
복선인지 떡밥일지 모를 여기저기 뿌려놓은 장치들은 결국 회수에 실패하여 어딘가에 널브러져 있는 게 더 많을 것이다.
역시 자기의 생각을 정교한 구조를 갖춘 글로 만들어낸다는 건 굉장한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어찌어찌 한 달 반 동안 60개의 글을 올려 나의 첫 번째 습작 소설을 완성했다.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유치한 습작이지만
그래도 내게는 직접 경험했던 부조리한 현실과 달리 상식적인 모습이 펼쳐지는 나만의 판타지를 완성한 셈이었다.
그렇게 내가 하나의 창작물을 마무리하고 보니 그동안 쉽게만 생각했던 다양한 문학과 음악, 영상 같은 창작물들이 얼마나 많은 창작자의 커다란 노력과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지를 비로소 진심으로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그 창작자들에게는 재능뿐 아니라 인생의 심득이 담긴 것일지도 모르는 작품을 대하면서 새삼 저작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일전에는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 단순히 남이 가진 여러 가지 물건 중 하나를 훔치는 가벼운(?) 절도 정도로 생각했더라면, 이제 보니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무서운 중범죄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저작권을 지킨다는 건
타인의 인생에 대한 존중과 그들의 노력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실천하는 것이란 점에서
다시 그 필요를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