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둬서 미안해
8. 황금연휴를 지나며
사무실에서 고수를 키우기로 결정하고,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휴일. 회사는 주 5일 제라는 점이었다.
막 잎이 나는 시기에는 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줘야 한다던데, 건조한 사무실 공기 때문인지 하루만 지나도 다음날 오면 흙이 바짝 말라 있기 일쑤였다.
평일에는 다음날 출근하여 물을 주면 그만이었는데, 주말이 껴 있는 동안은 그 사이 다 말라버릴까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10월에만 무려 주말을 제외한 연휴가 3일이나 더 있는 것이 아닌가? (국군의 날, 제헌절, 한글날)
심지어 회사에서 근로자들에 대한 배려로 국군의 날을 10/4에 대체 휴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결과, 나는 10/3~10/6까지 무려 4일을 내리 쉬며 고수를 방치하게 됐다.
쉬러 가기 전에 물이라도 듬뿍 줬어야 하는데, 연휴를 길게 쉴 생각만 하느라 아침에 한 번 주고 말고 퇴근해 버렸다. 휴일동안 솔직히 고수가 다 시들어버려도 할 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미안함과 불안함을 가지고 다음 주에 출근했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고수는 생각보다 강했다. 길게 자란 줄기 하나가 힘없이 풀썩 쓰러져 있긴 했지만, 전보다 풀도 더 많이 자랐고 다들 다행히 건강해 보였다.
저 사진은 또 한 차례의 공휴일(10/9)을 지난 10/11 금요일의 사진이다. 즉, 이제는 물을 조금 덜 줘도 될 만큼 많이 튼튼해졌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이제는 고수의 성장 변화가 매일 보일 정도로는 크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 번꼴로 성장일기를 쓰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