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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Dec 04. 2023

멀어지기 1일 차(영상 중독)

 멀티태스킹 일상이 나쁜 걸 알면서도 끊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면서 귀로는 유튜브 영상 소리를 듣고, 수시로 카톡 알림을 확인하면서 나의 에너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기다 집중도가 떨어지나 한 시간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세 시간이 걸렸고, 거기다 실수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오늘 나는 눈 뜨면서부터 뉴스 영상을 틀어넣고 아침 일상을 시작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아무리 나쁘다는 글을 읽어도 습관은 눈 뜨자마자 나를 쳇바퀴 속으로 몰아넣었다. 순식간이었다. 의식하지도 않고, 숨 쉬듯 이루어졌다.


 오늘도 어제와 아침 풍경은 비슷했다. 일요일과 월요일이 다르지 않았던 건 습관의 힘이다.


 나쁜 습관은 벗어나려 해도 끝나지 않고, 좋은 습관은 지속하려고 해도 이어지기 어렵다. 그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멀어지고 싶은 사람들은 멀어지려고 해도 다가오고,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배우고 싶은 사람)은 가까워지기 어려웠다.


 그래서 하나의 규칙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 생각한 규칙은 집에 들어오는 순간 '유튜브 시청 금지'였다. 대신 1단계로 '방과 화장실에서는 시청 금지'라는 원칙을 세웠다. 집에서 보더라도 주방에서 불편하게 보는 걸 원칙으로 했다. 방과 화장실에서 보기 시작하면 집중해서 보다가, 더 오래 시청하는 패턴이 있었다.


 안 볼 수 없다면 최소한으로 보는 걸 원칙으로 해야지.


 회식 중에 지방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 대안학교가 있는 외곽 도시로 이사하고, 단독 주택까지 건축했다고 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핸드폰이 금지였다.

 학교에서도 자연 관찰을 하고, 집에서는 책을 읽고, 집 안에는 TV가 존재하지 않는 3 요소가 갖춰진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도시를 갈망하지만 아이 교육을 위해서 지금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직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SNS가 당연한 세상에서 고립된 생활을 스스로 선택하고, 아이의 사고력을 위해서 지금의 학교를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인 일상의 편리를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생활이었다.


 나는 그 직원의 아이처럼 순수한 생활까지는 아니지만 내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영상 중독'에서 스스로 멀어지는 훈련을 결심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래서 내 영혼은 피곤했고, 얄팍한 마음이 가득했는지도 모른다. 거기다 피곤한 육체는 덤이었다.


 방 안과 화장실에서는 영상 금지, 나에게 내려진 첫 번째 인생 과제였다. 나는 오늘부터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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