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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Feb 03. 2024

늦게 자면 안 되는 이유

  늘 늦게 자고 있지만 특히 어제는 잠이 오지 않았다. 금요일 밤의 환상적인 느낌 때문인지, 이런저런 고민과 불안이 안개처럼 스멀스멀 올라와서인지 알 수 없었다. 


 저녁 6시부터 7시 반 사이에는 하루의 피로가 몰려오다가 저녁 8시를 기점으로 쌩쌩해지는 이유는 뭘까?


 그렇게 자정을 넘겨서는 다음날 아침 기상을 걱정하는 엉망 수면 패턴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또 시작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자면 위험한 이유는 뭘까?


첫 번째로 과소비를 하게 된다. 자정과 새벽 한 시 사이에는 평소 생각하지 않았거나 봤지만 그냥 넘어갔던 상품을 결제해 버리는 통 큰 '소비 요정'으로 변신한다. 다이어트를 선언한 지 24시간이 안돼서, 새벽에 사과 10kg, 바나나 2.5kg를 사버렸다. 


 과일값이 금값으로 변한 지 오래인데, 직거래니까 괜찮다는 마음으로 박스 가득 과일을 사버렸다. 


 두 번째로 세상의 모든 고민을 혼자 짊어진 슬픈 여자로 변신한다. 


 그날의 고민뿐만 아니라 며칠 전, 몇 년 전의 화나거나 후회되는 일들이 뭉게구름처럼 떠오른다. 그 무게와 고민의 무게로 다시 잠은 사라지고, 앞날도 겨울밤처럼 깜깜하고 암담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세상 우울하고 슬픈 사람이 된다.


 세 번째로 다음 날 아침, 커피 두 잔을 원샷해도 떠지지 않는 눈을 갖게 된다. 눈가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새겨진다. 특별히 피곤할 일도, 열심히 공부도 하지 않았는데... 나의 얼굴은 수험생 분위기가 된다. 칙칙한 몰골로 하루를 살다가, 작은 일에도 소심해지는 하루를 반복한다.


 이 모든 일들의 시작은 부족한 잠에서 시작하고 반복되었다. 그렇게 이유를 뻔히 알면서도 나는 수면부족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목표는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키다. 잠이 오지 않아도 눕기, 핸드폰을 방에 가져오지 않기라는 거대한 목표를 세웠다.


 미라클모닝이라며 5시에 일어났던 시기가 있었다. 잠드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일어나는 시간만 강박관념처럼 챙기던 그때에 나는... 오히려 무기력했고, 작은 것에도 예민해졌다. 화도 많고, 짜증도 많고, 잠은 부족했던 그 시기가... 인생에 큰 문제에 직면해서라기보다는 그저 잠이 부족한 '짜증'이었음을 인정한다.


 어렸을 때 안 듣던 엄마 말씀을 이제라도 들어볼까 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성인이 되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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