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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gcopy Sep 08. 2016

아마도 회스테리

"말로만 듣던 히스테리가 이건가 봅니다"

내게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런 면에선 참 복 받았구나, 생각했는데 요즘 회사 내 '히스테리'라는 게 뭔지 아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히스테리를 부리는 주인공은 나의 선배도 아니요, 팀장님도 아니요, 마흔 줄 접어든 노처녀 상사도 아니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다.


최근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대단히 끼친 개인적인 사정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애꿎은 주변 사람들에게 괜히 짜증을 내지 않나 시시콜콜 예민해지질 않나 별거 아닌 거에 욱하질 않나 한참을 혼자 성 내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나 지금 히스테리 부리는 거 아냐?'


히스테리라니.

드라마에서 꼭 하나씩 등장해 착하디 착한 캔디형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공공의 적.

현실에서도 꼭 하나씩 존재해 불쌍하디 불쌍한 내 친굴 못살게 군다는 여자들의 적.

그 말로만 듣던 히스테리를 내가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다섯 명의 팀원 중에 나보다 유일하게 직급이 약하다는 이유로 타겟이 되었던 막내. 나 때문에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듣고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받았을 거라 생각하니 말로 설명하기 힘든 미안함과 자책감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밀려와 얼굴로 뜨겁게 올라왔다.


히스테리라는 게 도대체 정확히 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정확한 명칭으로는 '연극성 인격장애'라고 불린단다. 연극성 인격장애라니 한 단어씩 뜯어볼 수록 참 서글픈 증상이구나, 싶었다.

진짜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없어 다른 것만 연기하다가 나와 다른 이 모두에게 피를 주는 성격 장애라니.

너무나 현대인적인 증상이니까.

카톡이네 SNS네 스마트폰 안의 소통이 늘어날수록 밖의 관계는 줄어드는 2016년, 외로움의 시대다. 사회는 조금씩 적응을 하고 변화해가겠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마음 한켠에 꺼지지 않는 외로움을 켜둔채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까 더더욱, 나를 잊어버리지 말아야겠다. 그러니까 먼저,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사과를 해야겠다.

#회사춘기 #회스테리 #외로움의시대 #rangcopy #너스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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