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봉] 나에게 천황산이란? (with 재약산)
영남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의 접경지에 형성된 산지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천 미터 이상의 9개의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하여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08m), 고헌산(1,034m)의 7개 산을 지칭하나, 운문산(1,188m), 문복산(1,015m)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수려한 산세와 풍광으로 연중 전국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부산에 사는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높은 산들을 바라보면서 한 번도 직접 올라보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작해야 겨우 동네 뒷산 정도 오르는 나였다. 그마저도 10여 년 전 큰 수술을 받은 후 건강 관리를 위해 조금씩 산에 가던 터라, 그런 내가 저렇게 높은 산을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였고 오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 후 남편과 나는 근처 산부터 하나씩 오르기 시작하여 급기야 2024년 영남알프스 7봉 완등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되었다. 힘들게 오르다 미끄러져 다치고 치료해 가면서 완등하였고, 완등 후 인증메달을 받고 성취감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올해도 남편과 함께 다시 2025 영남알프스 7봉 완등 프로젝트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2025년 1월 영남알프스 7봉 완등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가장 먼저 도전한 산은 천황산이다.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천황산은 2013년 봄 직장 동료들과 함께, 그리고 그 해 가을 친한 언니네 가족과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온 적이 있다. 몇 년 후 그 언니네 부부와 우리 부부 넷이 등산 모임을 시작하면서 다시 오른 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천황산은 나에게 겨울산의 멋진 경치와 함께 따뜻한 추억을 선물하였다. 산을 오르는 동안 직장 동료와 함께 한 기억이, 어릴 적 우리 애들과 함께 나뭇가지로 장난을 치면서 산길을 걸으며 꽃과 나무를 보고 간식을 먹으며 함께 보냈던 즐거운 기억이 떠올랐다. 천황산이 주는 추억의 선물을 열어보며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고이기도 하였다.
천황산은 추억이다.
천황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재약산이 있다. 재약산은 작년에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프로젝트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 1일 2봉에 도전하기로 하였다.
천황봉 완등 인증 후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재약산을 향해 나아갔다. 30분 정도 걸린다 하였으나 이는 고수들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봉우리를 내려갔다 다시 다른 봉우리를 오른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쉬지 않고 겨울나무 숲을 걷다 보니 재약산 수미봉을 만날 수 있었다. 수미봉 정상석은 좁은 바위 위에 올라있어 인증 사진 찍으려면 바위를 올라야 한다.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내려올 때는 조금 무서웠다.(그래서 완등 인증 프로젝트에서 제외된 것 같다.) 조심조심 내려온 후 그제야 주변의 멋진 산세가 눈에 들어왔다.
메마른 겨울산의 풍경을 감상한 후 1일 2봉의 뿌듯함과 성취감을 안고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