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봉] 나에게 가지산이란?
어느덧 5월, 2025 영남알프스 7봉 완등 프로젝트 마지막 7봉은 5월 17일 오른 가지산이다. 봄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산불로 인하여 4월 한 달 동안 인증이 중단되었다. 5월에 다시 시작된 산행과 인증 덕분에 날씨 좋은 봄에 가지산을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가지산 철쭉 군락지가 유명하여 4월 산행을 계획했는데 오르지 못해 조금 아쉽기도 하였다.
작년 3월 가지산을 오를 때는 석남터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중봉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 코스로 갔는데, 정말 힘들었다. 언 땅 위에 흙이 덮여 있어 얼음인 줄 모르고 밟았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아픈 기억을 안고 오르는 가지산은 두렵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오르기 쉬운 코스로 가기로 하였다. 운문령에서 쌀바위를 지나 가지산으로 가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이 코스로 가면 쌀바위에서 블랙야크 낙동정맥 등산 인증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초록초록 푸릇푸릇 봄산은 산뜻하다. 초록잎들이 만든 나무 터널 사이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잎들은 살랑살랑 춤을 추고 알록달록 봄꽃들이 화사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초록빛 산등성이 너머 새파란 봄하늘이 더욱 맑게 빛났다. 끝없이 이어진 초록 능선, 분홍색 산철쭉, 파란 하늘, 깨끗한 공기, 모든 것이 완벽하였다. 자연이 그린 수채화 속 예쁜 산길을 걷고 있으니 발걸음도 가볍고 기분이 무척 좋았다. 산을 오르기 전 걱정과 두려움을 모두 날려버리기에 충분하였다.
산뜻한 봄산을 만끽하며 걷다 보니 웅장한 바위가 보였다. 바로 쌀바위, 미암이다. 이 바위에는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에 바위 아래에서 수도하던 스님이 새벽기도를 하러 갔다 바위틈에 한 끼니의 하얀 쌀이 있는 것을 보고 이 쌀로 밥을 지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자신도 먹었다. 쌀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하여 같은 자리에 같은 양만큼 놓여 있었다. 스님은 자신의 정성을 가상히 여긴 부처님께서 마을까지 탁발을 가는 것을 면하게 해 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더욱더 수도에 정진하였다. 어느 해 마을에 큰 흉년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로 시주를 하러 오지 않는 스님을 이상하게 여겨 수도하는 스님을 찾았고 바위에서 쌀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쌀을 얻고자 바위틈을 쑤셨다. 하지만 바위틈에서는 더 이상 쌀은 나오지 않았고 마른하늘에 천둥 번개가 치면서 물줄기만 뚝뚝 떨어지고 말았다. 그 후로는 바위틈에서 물만 흘러나와 사람들은 이때부터 이 바위를 쌀바위라 부르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는 전설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이 화근이다.
쌀바위를 지나 초록의 나뭇잎과 예쁜 꽃의 봄산을 만끽하며 산길을 좀 더 걸었다. 저 멀리 중봉과 정상이 보였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숨을 고르며 마음을 다잡으며 오르막을 조금 더 올라가야 되겠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눈앞에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이 보였다. 선물처럼 다가온 정상이었다.
“와, 다 왔다. 드디어 7봉 완등! 우리가 해냈다!”
가지산 정상 옆에는 산장이 있고 간단한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우리는 따로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고 산장에서 끓여주는 라면을 먹었다. 저 멀리 멋진 경치를 보면서 산 정상에서 먹는 라면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디저트로 마신 (텀블러에 담아 간) 커피는 집에서 먹을 때보다도 100배는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멋진 뷰를 볼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는 차를 타고 가면 어디에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힘들게 땀 흘리며 정상에 오른 자들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가지산은 봄의 선물을 받은 반가움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영남알프스 7봉 완등 프로젝트를 완료하였다. 질병을 진단받았을 때의 충격을 딛고 힘든 치료 과정을 거치며 건강 회복을 위해 한발 한발 내디딘 우리로서는 더욱더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너무 대견하였다.
오르기 쉬운 산은 없다. 높은 산일수록 시간이 더 걸리고 힘이 든다. 하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과 감동은 그와 비례하는 듯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이 찰 때까지 오르다 만난 정상에서 느끼는 뿌듯함, 가슴이 탁 트이는 해방감, 세상이 발아래 펼쳐지는 웅장한 풍광을 바라보는 벅참, 영남알프스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굵어지는 다리의 근육과 함께 향상되는 건강, 남편과 함께 등산을 하며 서로 의지하면서 커지는 사랑, 그 속에서 만나는 애틋한 추억은 덤이다.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내년에도 영남알프스 7봉 완등 프로젝트 도전할래?”
“물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