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 6봉] 나에게 간월산, 고헌산이란?
2025 영남알프스 7봉 완등 프로젝트 다섯 번째는 3월 22일 오른 간월산이다. 간월산은 드넓은 억새밭이 있어 가을이 되면 멋진 억새밭의 풍광을 감상하기 위한 등산객들로 주차할 공간도, 발 디딜 틈도 없기로 유명하다. 간월재까지는 임도를 따라 쭉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몇 년 전 간월재에서 멋진 가을 억새와 울주 오디세이 산상 콘서트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간월재까지 오는 것만도 힘들어 간월산 정상은 엄두도 내지 못할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내가 아니다. 간월산 정상은 작년에 오른 적도 있고 올해로 두 번째 도전이다.
이번에는 간월재로 가지 않고 사슴농장에서 간월산으로 오르는 길을 선택하였다. 임도를 따라 걷다 좌회전하여 숲길을 가다 보면 배내봉에서 간월산으로 연결되는 길을 만난다. 이어 우회전하여 곧장 가면 정상이다. 단순한 등산로라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임도는 걷기에 편하긴 하지만 단조롭기도 하고 한참을 걸어야 한다. 걷다 보니 오히려 지치고 계속 뒤처지고 있었다. 좌회전 후 오르막길로 접어드니 도전적이긴 하지만 오히려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당보충을 위해 사탕을 입에 물고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간월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는 등짐을 진 채로 쉰다는 '선짐이 질등'이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배내골 아낙들이 언양장을 오갈 때는 이 선짐재를 넘었다고 한다.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음이 다시 한번 고맙게 느껴졌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사람들이 밀려 있었다. 정상 직전 가파른 오르막에서 겨울에 쌓인 눈이 녹지 않고 얼어 있어 다들 천천히 오르고 있었다. 올라가는 사람들과 내려오는 사람들이 뒤섞여 더욱 혼잡하였다. 이 구간만은 아이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3월 말이라 챙겨 오지 않았다. 이 오르막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사람도 있어 줄을 잡고 아주 조심조심 올랐다. 마치 유격훈련을 하는 것 같지만 줄을 잡고 오르는 재미가 있었다. 짧은 구간이었지만 군대 극기 훈련 체험을 하는 것 같았다. '근데 왜 재미있지? 나는 줄타기를 왜 이렇게 잘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윽고 도착한 정상!
작년과 달리 반대편에서 올라왔고 하얗게 덮인 눈도 없어 정상은 낯설어 보였다. 산은 항상 새롭다. 왔던 길로 내려가도 올라올 때와는 다른 풍경, 다른 느낌이다. 작년에 왔던 정상인데도 또 다른 산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하산할 때도 올라왔던 길을 선택하였다. 아까 그 오르막 빙판길, 이번에는 내려가는 줄타기이다. 앞으로 내려가기보다는 줄을 잡고 뒤로 내려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였다. 한 손에는 등산스틱 두 개를 동시에 잡고 다른 손으로 줄을 잡고 뒤로 내려가니 어려운 내리막 빙판길도 금방 내려올 수 있었다. '나는 역시 줄타기에 소질이 있나봐.ㅎㅎ'
간월산은 짜릿한 줄타기이다.
간월산 등산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나니 고헌산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작년 2월 중순 왔을 때는 낮은 곳에서는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한 땅에 진흙이 신발에 들러붙어 힘들었고 위로 올라갈수록 아직 얼음이 남아 녹고 있는 중이라 얼음과 흐르는 물로 등산하기가 무척 힘들었었다. 올해는 3월 하순이라 그런지 얼었던 땅은 모두 녹았고 질퍽했던 진흙길은 대체로 단단해져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외항재에 주차하고 오후 산행을 시작하였다. 고헌산은 단순하여 1-2-3 단계의 오르막을 그대로 쭉 오르면 바로 정상이 나온다. 각 단계의 오르막이 끝날 때 잠시 쉬었다. 한(1) 걸음 한걸음 옮기다 땀이 흐르고 다리가 무거워지면 잠시 쉬었다. 2번 쉬고 3번의 오르막이 끝나면 드넓은 정상이다.
영남알프스의 다른 산들과는 달리 고헌산의 정상은 아주 널찍하니 좋다.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데크도 있다. 탁 트인 널찍한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일품이다. 사방으로 펼쳐진 능선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산 아래 마을이 장난감처럼 작게 내려다보였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출출하다. 멋진 경치를 보며 먹는 간식도 꿀맛이다. 이것이 바로 등산하는 맛이지. 앉아서 가져온 간식을 모두 꺼내 먹으며 아픈 다리를 달랬다. 다리는 아프지만 다리의 근육은 더해지고 1일 2봉의 뿌듯함은 더욱 커진다. 내려갈 때는 올라올 때와 반대로 3-2-1 단계의 내리막을 쭉 내려가면 된다.
고헌산은 무조건 고(g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