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4봉] 나에게 영축산, 신불산이란?
2025 영남알프스 7봉 완등 프로젝트 세 번째는 2월 21일 오른 영축산, 신불산이다. 작년 2월 말에 영신간(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3봉 연계하여 올랐을 때는 폭설이 내린 후라 하얗게 눈 덮인 설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제주 한라산을 가지 않아도 부산 근교에서 이런 설산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평소 많이 보지 못하는 하얀 눈과 멋진 상고대를 실컷 즐기느라 힘든 줄도 모르고 1일 3봉을 찍었다. 올해는 눈이 많이 오지 않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눈을 볼 순 있겠지?
신불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신불산 쪽으로 오르다 보면 영축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우회전하여 영축산으로 향하여 한참 가다 보면 단조성터가 나오고 영축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이어서 신불산 억새평원을 따라 신불산 정상을 찍고 신불재로 내려와 원점회귀할 계획이다.
평일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우리 일행 네 명의 숨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른 아침 겨울숲을 걸으니 평소 잘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려왔다. 딱따구리가 나무 찍는 소리, 온갖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숲길을 걸을수록 발에 닿는 지표면의 촉감도 다양하였다. 촉촉한 흙길, 달그락 돌길, 바스락 나뭇잎 덮인 길, 뽀드득 얼음길과 눈길 등 걸을 때마다 만나는 다양한 길은 질감뿐만 아니라 소리도 달랐다. 고요함 속에 들리는 숲의 소리 듣는 재미에 푹 빠져 한참을 걸었다.
영축산은 숲의 소리다.
단조성터를 지나니 저 멀리 산꼭대기 바위가 보였다. 석가모니가 인도 영축산 바위에 앉아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 바위와 닮은 것 같은 정상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정상이 보인다는 것은 곧 도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운문산과 달리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보여주는 영축산이다.
신불산 또한 정상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어 억새 평원에서 정상석이 보였다. 황금빛의 너른 벌판, 파란 하늘의 하얀 구름, 색의 대비가 멋진 풍경을 자아냈다. 겨울 풍경이 이렇게 예쁜데, 가을에는 얼마나 그 찬란함을 뽐내었을까? 그리고 그 멋진 풍경을 보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할까? 겨울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담긴 억새 평원의 풍경을 담아보고자 연거푸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은 실제 풍경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자연이 그려낸 멋진 풍경을 내 눈에 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겨울의 평원은 억새보다는 바람이다. 바람과 햇빛 중 누가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지 내기하는 이솝우화처럼 나는 옷을 꽉 부여잡고 바람을 이겨내려고 애썼다. 이날만큼 귀 기울여 바람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까? 위이잉, 쌩~~ 쌩, 휭휭, 슉~~슉, 휙~~ 휙, 지금까지 등산하면서 맞아본 바람 중 단연코 으뜸이다.
정상에 도착하여 인증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허기진 배를 채우려 간식을 먹는 중에도 오늘처럼 신불산의 바람소리를 듣고 피부로 느껴본 적이 있었을까?
신불산은 바람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