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건 없다
살을 빼고 싶다.
성적을 올리고 싶다.
돈을 왕창 벌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저 세 가지 욕망 중 하나를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고고한 정신적 가치를 숭상하고 노골적인 물욕을 경계하던 한반도의 역사는 진작 증발해 버렸다. 우리는 오로지 자신의 성취와 소유로만 평가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못생겨도 욕먹고, 공부를 못해도 기 죽고, 돈이 없으면 그야말로 인간 취급받기 어려운 천박한 세상 한 복판에서 우리는 오늘도 몸부림친다.
그래서일까? 다이어트 광고, 투자 광고, 학원 광고가 판을 친다. 어렵게 운동을 하거나 식단 조절을 할 필요 없이 자기가 개발한 약만 먹으면 살이 쭉쭉 빠진다고 한다. 이런 광고에서는 거의 다 벗은 늘씬한 여자가 나처럼 될 수 있다며 은은한 미소를 건넨다. 투자 광고는 또 어떤가? 인생 역전할 절호의 기회라고, 마지막 물량이라고, 이런 조건이 없다고, 확실한 정보라며 사람을 조바심 나서 미치게 만든다. 사교육 시장은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호구 프로젝트라고 해도 될 만큼 거대하고 촘촘하다. 학원 입구 문짝부터 벽면 전체가 학원생의 등수와 성적으로 도배가 되어 있고, 애초부터 기죽이려고 만든 레벨테스트로 학부모와 학생을 겁박한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사람의 간절함과 순진함이다.
인생에 지름길을 찾는 사람, 시간과 과정과 성실이 아니라 약간의 비용으로 결과를 얻고 싶은 사람, 인생 역전을 노리는 인간을 낚아채어 하늘 저 높이 데려가 주머니를 턴 다음 내동댕이 쳐버린다. 뭔가 미심쩍으면서도 혹시나 하며 걸려드는 것은, 빨리 결과를 얻고 싶은 조바심과 간절함 탓일 것이다. 얼굴 때문에, 성적 때문에, 돈 때문에 더 이상 무시받고 싶지 않으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쉽게 얻으면 쉽게 잃는다.
한 번쯤 들어 본 명언이 아닌가? 그러나 사람들은 저 명언 뒤 어딘가에 남들이 모르는 지름길이 숨어 있을 거라 착각한다. 왜? 고생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주변에 효과를 봤다는 사람이 꼭 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실패하고 돈만 날린 사람이 수 천 배 많다.
공부에 지름길은 없다. 엉덩이를 붙이고 무거운 눈꺼풀과 씨름하면서, 안 풀리는 문제를 붙잡고 절망하면서 한 마디씩, 두 마디씩 성장할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이 지금 얼마나 소화하고 있고, 해내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점검하면서 공부의 영역을 정복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모든 사교육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부족한 부분, 혼자 해내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부의 주체는 철저하게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누군가 나를 저 산 정상에 데려다 놓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등에 무거운 배낭을 지고 자신의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목표 지점까지 올라가야 한다.
공부의 지름길? 그런 건 없다. 미련 갖지 말고 정면 돌파 하기로 마음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