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가 늦어지는 빙산의 시간

수면 아래의 진실

by Rani Ko

극지방을 항해하는 배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눈앞에 보이는 하얀 얼음 조각이 아니다. 수심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빙하의 몸체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고작 일부분일 뿐, 진짜 본질은 심연 속에 잠겨 있다. 그래서 노련한 탐험가는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무게를 가늠할 줄 알아야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도 이 빙산과 닮아 있었다. 학창 시절,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나도 못 했다"며 울상을 짓던 친구와 "완벽하게 준비했다"며 자신만만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린 마음에는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지만, 성적표가 손에 쥐어질 때의 결과는 늘 예상과 다르곤 했다.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를 드러냈고, 누군가는 겸손이라는 이름 뒤에 자신을 숨겼을 뿐인데, 당시의 나는 그 성향의 차이를 읽어내지 못해 꽤 큰 충격을 받곤 했다.



이러한 미숙함은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어서도 한동안 나를 당황케 했다. 아이들이 말을 채 떼지 못했던 시절, 그들이 보내는 무수한 신호의 이면을 읽지 못해 허둥대던 날들이 적지 않았다. 큰아이가 열일곱 달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12월 말, 살을 에듯 추운 날씨에 순천만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방풍 커버를 씌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두 시간 남짓 순천만 정원을 돌아다녔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Rani Ko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20년 차 현직 초등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글쓰기를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꿈꿉니다. 교육대학교 졸업 및 동 대학원 수료. 2025 브런치 "작가의 꿈 100인"에 선정.

36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4화바늘구멍 앞에서 나에게 쓰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