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의 진실
극지방을 항해하는 배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눈앞에 보이는 하얀 얼음 조각이 아니다. 수심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빙하의 몸체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고작 일부분일 뿐, 진짜 본질은 심연 속에 잠겨 있다. 그래서 노련한 탐험가는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무게를 가늠할 줄 알아야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도 이 빙산과 닮아 있었다. 학창 시절,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나도 못 했다"며 울상을 짓던 친구와 "완벽하게 준비했다"며 자신만만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린 마음에는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지만, 성적표가 손에 쥐어질 때의 결과는 늘 예상과 다르곤 했다.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를 드러냈고, 누군가는 겸손이라는 이름 뒤에 자신을 숨겼을 뿐인데, 당시의 나는 그 성향의 차이를 읽어내지 못해 꽤 큰 충격을 받곤 했다.
이러한 미숙함은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어서도 한동안 나를 당황케 했다. 아이들이 말을 채 떼지 못했던 시절, 그들이 보내는 무수한 신호의 이면을 읽지 못해 허둥대던 날들이 적지 않았다. 큰아이가 열일곱 달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12월 말, 살을 에듯 추운 날씨에 순천만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방풍 커버를 씌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두 시간 남짓 순천만 정원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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