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모르는 나만의 이야기
살면서 여러 번의 심리 상담을 받아봤고, 일부 몇 명에게 비슷한 피드백을 들었던 것은
'엄마와 자신을 상당히 동일시하고 있네요.'였다. 엄마의 단점 중 이런 것들을 내가 닮았다라고 했을 때였다.
난 원래 엄마와 많이 닮지 않았었다. 성미가 급하고 불같이 타오르는 스타일의 엄마와 조금은 낙천적이며 느른한 나였다. 나이가 들어가고 수많은 위기들 앞에서 나는 심리상담가들을 많이 찾았었다.
그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난 내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써 '해결책'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동안은 내 인생에서 잘 풀리지 않는 부분들이 무엇 때문인지 몰랐다.
그러다가 깨달은 3단계가 있다.
1] 엄마로부터 받은 영향
2] 그 영향을 단점으로 배워버린 나
3] 엄마로부터 단점을 배워서 내가 피해봤다고 착각하는 나
이것들은 긴 시간 내 인생을 어떤 방법으로든 옭아맨 것들이다.
그것들은 성격이 될 수도 있고,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쉬운 길만 찾아가려는 욕망일 수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엄마의 삶은 '엄마'로서나 '아내'로서 훌륭하지 않다. 냉혹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실패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나에게 잘못한 일들을 생각해 보면 큰 이슈는 열손가락도 채 안된다. 그저 감정 조절이 좀 미숙한 엄마의 미성숙한 육아였기 때문이다. 나 또한 키우기 그다지 어려운 딸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살아온 삶을 전반적으로 보면, 엄마의 인생은 나에게 상처였다. 제 딴에는 열심히 산 엄마의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인생 굴곡이 나에게는 상처였다.
엄마의 인생은 무엇이 문제였을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무얼 고쳤어야 했을지는 나조차도 감이 안 온다. 엄마로 말하자면 4년제 대학도 나오고, 남편도 같은 학교 대학원생으로 만나서, 지방출신에 서울에 자리 잡고 아이도 낳아서 육아를 하였다. 여기서 더 고칠 수 있는 게 없으니, 처음엔 사회생활을 한 적이 없고 도도하니 사회성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 생각했다. 회사를 다녔으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직도 고민 중인 부분은 그게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엄마 인생을 다 분석하지 못하였지만, 확실한 건 우리 엄마는 배려라는 개념에 취약하고, 배려받고 싶은 욕심은 강하기 때문에 엄마의 인생이 하향곡선을 타지 않았을까 싶다. 그것이 불쌍한 엄마의 인생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장본인 같다.
엄마는 장점보단 단점이 많은 인간임은 맞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좋은 엄마와 이상적인 엄마들을 보며, 우리 엄마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에 나는 아주 추웠다. 엄마의 언니인 이모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며 내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정말 매우 매우 추웠다. 우리 엄마는 방향성이라는 게 없이 살아가는 편이었다. 그저 남들만큼 살아야 되고, 남들한테 보이기에 집도 차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주의였다. 그래서 아빠의 벌이가 넉넉지 않았을 때는 집에 '돈, 돈, 돈'으로 항상 불화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엄마 스스로는 그 돈을 벌 줄 모르고, 버는 데에 자신이 없었다. 강아지들 중에 소형견들이 더 사나운 경우가 있는 것처럼, 엄마는 엄마의 무능을 잘 아는 듯이 사나웠다.